보험업계가 2021년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저축성보험 영업을 크게 줄이는 등 영업환경이 위축되고 있지만 사업비 지출은 오히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사업비 증가가 삼성생명(대표 현성철)과 한화생명(대표 차남규) 등 대형사에 몰려있고 중·소형사는 현상유지 또는 감소세로 전환돼 개별 회사마다 온도차는 달랐다.
사업비는 보험회사가 보험영업에 쓰는 돈으로 설계사 수당, 판매촉진비, 점포운영비, 직원급여, 수금비용 등으로 구성돼있다. 일반적으로 사업비가 증가하면 보험영업이 그만큼 활발하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대표 최현숙)가 생명보험협회 자료를 기반으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생보사 사업비를 조사한 결과 총 6조699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1% 증가했다. 사업비 규모 기준 상위 10개 생보사로 범위를 좁히면 4조7879억 원에서 5조3189억 원으로 증가폭(11.1%)이 더 가파르다. 영업규모 축소에도 불구하고 사업비는 그만큼 늘었다는 결론이다.
사업비가 가장 많이 늘어난 생보사는 삼성생명이었다. 삼성생명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사업비로 1조6348억 원을 지출해 전년 대비 3527억 원(27.5%)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생보사 증가분(3876억 원)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사업비가 늘어나면서 전체 수입보험료 대비 사업비 비중(사업비율)도 크게 상승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삼성생명의 사업비율은 전년 대비 2.5% 포인트 상승한 10.1%를 기록했다. 사업비 지출 상위 10개 생보사 중에서 상승폭이 가장 컸다.
삼성생명은 지난 3월 현성철 사장이 대표이사로 부임한 전후로 기존에 취급하지 않던 상품들을 출시하는 공격적인 영업에 돌입했다. 현 사장은 삼성생명 대표이사 부임 전 삼성화재에서 전략영업본부장을 역임한 '영업통'으로 부임 후 영업력 강화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삼성생명은 상반기 신상품 출시가 이어지면서 신계약건수도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75만888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만7764건(14.8%) 늘었다. 삼성생명보다 신계약건수가 많이 늘어난 생보사는 푸본현대생명(대표 이재원) 한 곳 뿐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대형사들이 실제 쓰는 사업비보다 예정 사업비를 높게 책정해 보험료에 과다 계상하고 사업비 중 일부를 '보험금 미지급을 위한 소송'에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달 2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생명의 비차익(수입된 부가보험료로부터 지출된 실사업비를 감한 차액)이 높은 수준이라며 사업비를 과다 책정하고 사업비 중 일부를 보험금 지급 거절을 위한 소송에 사용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삼성생명 측은 지난해 새로운 전산 시스템인 전사적 자원관리(ERP)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사업비 계상 기준이 달라졌고 올 들어 중저가 상품 출시가 이어지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입장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전산시스템을 개편하면서 사업비 이연 방식이 달라져 통계상 일시적으로 사업비가 증가한 것처럼 계상된 것이 사업비 증가분의 3분의 2정도"라며 "나머지 3분의 1은 올해 신상품 출시가 이어지면서 이에 따른 사업비 증가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삼성생명에 이어 사업비 규모가 두 번째로 많은 한화생명도 올해 8월까지 사업비로 전년 대비 1390억 원(19.6%) 늘어난 8488억 원을 지출했다. 두 회사를 제외하면 사업비 규모가 눈에 띄게 늘어난 생보사는 AIA생명(381억 원)과 오렌지라이프(216억 원)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