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가 신용카드 하나로 넷플릭스 계정 3개 뚝딱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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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가 신용카드 하나로 넷플릭스 계정 3개 뚝딱 만들어
허위 이메일로 계정 무한 생성 가능
  • 박인철 기자 club1007@csnews.co.kr
  • 승인 2020.01.21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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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공룡’ 넷플릭스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 약관 시정 지시를 받은 데 이어 지나치게 허술한 가입 절차 문제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광주 서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해 10월 13세 딸이 넷플릭스 콘텐츠를 한 달만 관람하고 싶다면서 자신의 명의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넷플릭스는 규정상 미성년자가 가입할 수 없게 돼있는 만큼 조심스러웠지만, 딸이 보려는 콘텐츠마다 자신의 허락을 받는다는 조건 하에 받아들였다.  

문제는 한 달 후 발생했다. 넷플릭스는 가입 후 30일 동안 무료로 모든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고 결제 시기가 다가오면 알림 문자를 보낸다. 김 씨도 넷플릭스의 알림 문자를 받고 바로 해지를 했는데 이후 넷플릭스 결제서가 2개 도착했다. 

알고 보니 가입 과정에서 자신의 딸이 제대로 가입이 된 건지 몰라 확인 과정에서 새로 2개의 이메일을 만들어 넷플릭스에 가입했던 것. 이후 새로 만든 이메일은 해지를 하지 않아 결제서가 도착한 것이다.

김 씨는 “처음에는 소액이기도 하고 딸이 실수한 것이기도 해서 크게 문제 삼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넷플릭스라는 거대 기업이 단순히 이메일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계정을 만들 수 있다는 허술함은 고쳐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더라. 심지어 신용카드 하나로 계정 3개가 연속해서 만들어졌는데 확인하는 절차도 없었다. 너무 허술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신용카드 정보 있으면 이메일로 복수 계정 OK...확인 버튼 누르면 인증 없이 자동결제

넷플릭스는 한 달에 최소 만 원도 안 되는 금액으로 영화나 TV프로그램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다. 컴퓨터, 스마트폰, 셋톱박스 등 다양한 기기로 언제 어디서든 감상할 수 있어 명실상부 글로벌 최대 스트리밍 미디어로 불린다. 지난해 11월 기준 세계 유료 구독자 수가 1억4000만 명에 달하며 한국 회원도 200만 명에 달한다. 

요금제는 베이직(월 9500원, 1명 접속, SD화질) 스탠다드(월 1만2000원 2명 동시접속, HD화질), 프리미엄(월 1만4500원 4명 동시접속 HD&UHD 화질)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처음 가입하면 이메일을 통해 계정을 만들게 하고 신용카드 정보만 입력하면 30일 무료 감상 혜택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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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는 이메일과 신용카드 정보만 입력하면 바로 30일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인증 절차는 따로 없다
그러나 쉽게 제공되는 혜택 만큼이나 쉽게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이 독이 되기도 한다. 보안 상의 이유에서다. 유튜브, 왓차플레이, 웨이브 등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 중인 업체들은 '단말기 인증' 등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메일로 어떤 인증 없이 가입이 가능하다면 타인의 신용카드 번호를 외우고 이메일을 새로 만들어 악용하는 사례로 번질 수도 있다. 가입 후 해당 이메일에서 시청 내역이 없다면 결제일에서 7일 이내로 고객센터에 연결해 요청하면 되지만 콘텐츠 하나라도 감상을 하게 되면 환불 불가다.

실제 기자가  허위 이메일 계정을 등록하고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자 연속 가입이 가능했다. 이메일 주소가 잘못 됐다며 상단에 다시 기입해 달라는 문구가 나오긴 했지만 관람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19세 이상 콘텐츠를 관람할 때만 인증을 요구했을 뿐이다.

넷플릭스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자동 결제’ 문제로도 이어진다.

현재 넷플릭스는 LG유플러스와 협약을 맺어 유플러스 가입자들은 쉽게 이용할 수 있는데 역시 가입 절차가 너무 간단해 문제가 발생한다. 무료 해지 후 무심코 ‘멤버십 재시작’ 버튼을 누르면 비밀번호 인증 없이 바로 결제가 되거나, 확인 버튼만 눌러도 팝업이나 안내 글 없이 가장 비싼 옵션으로 가입돼 낭패를 봤다는 소비자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이메일 가입 서비스는 한국의 다른 분야에서도 보편화된 서비스이며 넷플릭스 계정은 성인이어야 한다는 약관이 있다. 그래도 혹시나 미성년자가 성인 콘텐츠를 시청하려 한다면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고 자녀 보호 설정(나이 입력하면 관람등급 제한)도 강력하게 걸어두고 있다. 다만 개인 인증, 결제 관련해 하나의 신용카드로 반복 결제가 되는 부분은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 신용카드로 3개의 계정이 연속 등록된 것에 대해선 “만약 국내 신용카드를 사용해 해외에서의 결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비정상적으로 판단,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한국에서 복수의 결제가 연속적으로 발생했을 경우 넷플릭스가 직접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꼭 고객센터로 연락주시기 바란다”고 해명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15일 소비자에 불리하고 업체 유리한 불공정 약관으로 공정위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고객 동의 없이 요금·멤버십 변경 내용 효력 발생 ▲회원계정 종료·보류 조치 사유 불명확 ▲회원에게 무책임한 사고(해킹 등)에 대한 책임 부과 ▲손해배상 청구 제한 ▲일방적 회원계약 양도·이전 조항 ▲일부 조항이 무효일 경우 나머지 조항 전부를 유효로 간주 등이 업체의 갑질 약관으로 꼽혔다.

넷플릭스 약관에 시정 조처를 내린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넷플릭스는 공정위 조치를 받아들여 수정한 약관을 지난 20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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