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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만의 한방이야기]맑고 탁한 것 가르는 대장과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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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만의 한방이야기]맑고 탁한 것 가르는 대장과 소장
  • 박재만 칼럼리스트 pjaeman@hotmail.com
  • 승인 2007.11.06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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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것과 탁한 것을 가르는 대장(大腸)과 소장(小腸)

요즘은 사무실, 학교, 가정집 할 것 없이 정수기 없는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맑아야할 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수기라는 게 물을 필터로 여과해서 이물질을 걸러 내거나 물에 음극 양극 전기화학적 변화를 주는 기계인데 어쨌든 신선한 물을 공급해준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얼음까지 나오는 제품도 있다니 요물단지입니다. 하지만 그 흔하디 흔한, 맑디 맑다고 하는 물마저 믿고 먹을 수 없는 현실은 씁쓸하기 그지 없습니다. 생명체를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곧 생명에 조금씩 흠이 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사람 몸에도 이런 정수기같은 역할을 하는 장부가 있습니다. 다름 아닌 대장과 소장입니다. 소장과 대장이 만나는 곳을 난문(闌門)이라고 해서 맑은 것과 탁한 것을 분별하여 수액은 방광으로 보내고 찌꺼기는 대장으로 보내집니다. 방광으로 들어간 수액은 다시 기화(氣化)되어서 소변으로 나오게 되고 대장으로 보내진 찌꺼기는 항문을 통해 대변으로 배설됩니다. 방광과 대장 모두에서 몸에 필요한 수분은 다시 흡수되어 몸 여기저기로 보내집니다.

위(胃)가 모든 것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이는 장부였다면 소장 대장은 재활용할 것과 내버릴 것을 가려내는 장부인 셈입니다. 몸 안으로 음식을 처음으로 받아들이는 입과 소화작용을 다 마친 찌꺼기를 몸 바깥으로 배설하는 항문까지는 빨대와 같은 하나의 관입니다. 그리고 배설되어야 할 수액을 내보내는 별도의 물길이 방광과 요도입니다.

항문은 대장의 끝자락이라고 할 수 있으며 요도는 방광의 끄트머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소장까지 지나온 음식 덩어리와 수분은 방광과 대장으로 갈라져 오줌과 똥으로 걸러지게 됩니다. 사람 몸은 배설물을 내보내기 마지막 단계에서까지 몸에 요긴하게 쓸 것들을 고스란히 걸러내고 내보내는 뛰어난 효율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대장 소장이 병들면 무엇보다 먹고 배설하는 데 문제가 생깁니다. 대장이 병들면 장이 아프고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나며 먹은 것을 소화하지 못해 그대로 설사하기도 합니다. 또 소장이 병들면 아랫배가 아프고 당기며 때로 대소변을 급하게 보려고 하며 소변이 잘 나오지 않기도 합니다.

오장육부의 상태가 드러나는 외부 기관이 있기 마련인데 소장은 입술의 두께와 인중의 길이로 소장을 살핍니다. 입술이 두껍고 인중이 길면 소장도 깁니다. 또 소장은 심(心)과 안팎으로 연계된 장부이며 심은 맥(脈)과 상응하므로 맥이 두터우면 소장도 두텁고 맥이 얇으면 소장도 얇습니다. 또 대장은 코의 길이로 살핍니다. 콧대가 길면 대장도 깁니다.

도토리, 좁쌀로 만든 미숫가루, 오래 묵은 쌀은 대장을 튼튼하게 해서 설사를 멎게 하며 아욱 달인 물, 검정콩은 소장을 매끄럽게 합니다. 그리고 미나리, 파의 흰 밑, 배추는 대장 소장을 잘 통하게 합니다.

입은 무엇이든 받아들이기 때문에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지를 돌이켜 보아야 하고 항문은 무엇이든 내보내야 하기 때문에 더 흡수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를 돌이켜 보아야 합니다. 대장 소장이 버릴 것에서까지 몸에 이로운 것을 흡수하는 기능을 하는 것처럼 버림의 마지막은 더 취할 것은 없나 돌아보는 것입니다. 추풍낙엽과 같은 가을, 버릴 것이 있다면 한번쯤 남길 것은 없나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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