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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조회사 걸핏하면 폐업·합병으로 눈덩이 피해...당국 조치는 '권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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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조회사 걸핏하면 폐업·합병으로 눈덩이 피해...당국 조치는 '권고' 뿐
강력한 사전 규제와 사후 처벌 따라야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20.04.22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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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동작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10년 넘게 거래한 상조회사가 갑자기 사라졌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 씨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아산상조에 두 개의 구좌를 개설해 90개월 납입을 완료했다. 나중에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사용할 목적으로 예치해 놓은 상태였는데 지난 3월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예치금을 확인해본 결과 이미 2019년 8월 이 씨의 이름으로 해지신청서를 내고 돈을 찾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는 “90개월 동안 450만 원을 모아놨던 것인데 아산상조에서 서류를 위조해 몰래 찾아간 것으로 보인다”며 “공정위에서 경영진이 잠적한 것 같다고 하는데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냐”고 불안해 했다.

상조업체들의 잇따른 폐업과 잦은 합병, 비윤리적 영업행위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지속되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강화된 ‘선불식 할부거래에서의 소비자 보호 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하지만 법안 해석에 대한 예시와 강제성 없는 권고에 불과해 실효성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가 높다.

공정위는 ‘선불식 할부거래에서에서의 소비자 보호 지침’ 개정안을 오는 5월1일까지 행정예고했다. 소비자 보호 지침은 할부거래법 등에 대한 해석 및 기준을 제시하는 일반사항과 건전한 거래 확립을 위해 행위 기준을 제시하는 권고사항으로 나눌 수 있다.

법령 해석이 어떻게 되는지 예시를 통해 알림으로써 상조회사들의 자율적인 법령 준수를 유도한다는 목적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조회사들은 타회사에 가입돼 있는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위약금 이상의 경제적 이익 등 과대한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막고 있는데, 여기에 ▶부당한 이익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 행위를 막는 것이 추가됐다.

상조 계약을 취소하고 자사와 신규 계약을 체결하면 상조 상품을 할인하는 등의 ▶이관 할인 계약, 이미 가입한 상조회사에 대한 잘못된 소문을 퍼뜨려 ▶과장 또는 불안감을 조성해 기존 계약을 해지토록 하는 행위가 금지된 것이다.

타사와 합병하는 경우 상호가 변경되거나 선수금 보전 기관이 바뀌는 것 역시 필수 알림 사안이 됐다. 그동안 상조회사가 폐업하거나 타사와 합병하는 등 중요 정보가 변경될 경우 소비자에게 알릴 의무가 있지만 누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소비자가 대금을 납부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될 때 상조회사가 임의로 해지하지 못하고 서면으로 알려 '도달주의 원칙(중요한 사항이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 효력이 발생)' 기준에 대한 예시도 마련했다.

그동안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이뤄진 '합병'이 워낙 빈번하다보니 이를 불법 유인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았다.

지난 2009년 A상조에 가입한 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서 모(여)씨는 1년 후 B상조 영업직원으로부터 'A사와 합병됐다'며 계약서를 다시 작성해야 그동안 납입한 금액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고 따랐다. 5년 뒤 A사가 버젓이 영업 중인 걸 알고 B사의 고객센터에 연락했지만 당시 영업직원이 이미 퇴사해 상황을 알 수 없다는 답이 전부였다. 서 씨는 “환급금이 50%밖에 안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황당해 했다.

실제로 부모사랑상조 등은 지난 2009부터 2014년까지 경쟁사 고객 유인을 위해 과도한 불법 유인을 한 행위로 2019년 5월 법원 판결을 받았지만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는데 그쳤다.

◆ 도달주의 원칙 등 기준 강화에도 우려 여전...자율 준수 유도 아닌 강제 제재 필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번 조치로 인해 중요 알림 의무가 신설되고 부당 유인 행위에 대한 지침이 마련됐지만 상조회사들의 불법적인 행위로 인한 피해를 막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사례로 소개된 아산상조의 경우 프리드라이프, 예다함, 보람상조 등과 함께 상조업계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큰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올 초부터 정상적인 운영이 되지 않는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있어왔다.

서울시를 통해 "정상화를 위해 노력중이라는 업체 측 입장을 확인했다"는 내용을 믿고 기다린 소비자들은 결국 최근 경영진 잠적 소식을 접해야 했다. 경영의 어려움으로 인한 정상적 합병 절차를 밟지 않아 앞으로 소비자 피해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을 두고 공정위 관계자는 “상조회사 입장에서 계약 해지 시 어떤 경우 ‘도달주의 원칙’에 인정되는 지를 정확히 알지 못해 소비자를 방치하는 사례도 있다”며 “이번 소비자 보호 지침 개정안은 할부거래법 및 공정거래법에 해당할 수 있는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해 상조회사의 자율적인 법률 준수를 유도한다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폐업과 먹튀 등으로 소비자 피해는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율적 법률 준수 유도'가 너무 낭만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보다 강력한 사전규제는 물론 소비자 피해 발생 시 중징계를 통한 본보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조회사가 폐업 및 등록취소된 경우 가입자는 선수금 보전기관에서 총 납입금액의 절반을 돌려받을 수 있다. 현행법상(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피해보상금의 법정비율은 50%다. 아산상조의 경우 신한은행 가락금융센터를 통해 총 선수금의 절반 가량인 60억 원을 보전하고 있다. 

상조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려면 공정위에서 지정한 별도의 업체를 통해 가입 상품과 유사한 상조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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