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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이통사 갑질 자진시정...소비자 상대 갑질 서비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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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이통사 갑질 자진시정...소비자 상대 갑질 서비스는?
긍정적 변화보다 AS 품질 하향 우려 커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20.08.26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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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이동통신사에 광고비와 수리비를 떠넘기는 등 거래상지위남용 행위에 대한 자정시정안을 마련한 가운데,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갑질’도 만만치 않아 서비스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애플의 이번 조치가 비용 부담 증대를 전제로 하는 만큼 향후 AS의 질이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시정안을 내놓은 애플은 지난 24일 “우리는 한국 소비자들을 아주 소중하게 생각한다”며 “더 풍요로운 삶을 위해 소비자들이 최고의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모든 파트너사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애플 발표가 무색할 정도로 애프터서비스(AS) 과정에서 소비자가 서비스 만족은커녕 억울함과 황당함을 겪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부터 6월 30일까지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제기된 애플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165건이다. 하루에 한 건 꼴로 소비자 불만이 제기된 셈이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소비자 불만 건수(175건)와 비교하면 애플에 대한 불만이 심각한 수준이다. 애플의 점유율은 약 15% 정도다.

눈여겨 볼 점은 아이폰 등 애플 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만 대다수는 제품 불량임에도 AS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제품 불량으로 시작된 불만이 결국 AS 과정에서 서비스 불만족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서비스센터 직원이 액정파손 책임을 명확한 근거 없이 무조건 소비자 과실로 돌린다던가, 담당자간 책임 회피, 문의에 대한 연락 두절 등이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소비자는 애플 직원으로부터 폭언을 들었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새로 산 제품에서 2년 전 백업 흔적이 발견됐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기 일쑤다.

지난 2월 아이폰8을 구매했다는 경기도 광주의 윤 모(남)씨도 화면이 보이지 않는 등 이상오류가 반복돼 AS를 요청했지만 제품 뒷면에 흠집이 있어 교환이 어렵다고 거절당했다. 윤 씨는 “상자에 넣어 보관해서 다니지 않는 이상 주머니에만 넣어놔도 작은 상처가 날 수 있는데 기기오류가 분명함에도 소비자 탓으로 돌리는 건 부당하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서울 은평구 손 모(남)씨는 아이폰 발화로 소파와 현금 5만 원, 자동차 키 등이 불타는 피해를 입었지만 단말기 교체 외에 화재로 인한 보상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서울 은평구 손 모(남)씨는 아이폰 발화로 소파와 현금 5만 원, 자동차 키 등이 불타는 피해를 입었지만 단말기 교체 외에 화재로 인한 보상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대전시 탄방동의 이 모(남)씨는 최근 애플 제품 고장으로 서비스세터를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AS를 받기 위해선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해야 한다는 안내에 이어 고장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올 것을 요구받았다.

문제의 제품은 애플이 지난 4월 출시한 아이패드 프로 4세대. 이 씨는 6월부터 제품 하단 액정이 깜빡이는 현상으로 AS센터를 찾았다.

애플의 요구대로 동영상을 촬영해 제시했고 여러 차례 방문한 AS센터 현장에서는 액정 깜빡임도 발생했다. 하지만 애플 측은 증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AS 대상이 아니라고 말을 바꿨다.

이 씨는 “고장을 인정하지 않고 추후 보증기간이 지나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에 아무런 답도 못하더라”며 불만을 표했다.

제주시 애월읍의 유 모(여)씨 역시 품질 불량으로 AS 받는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난 7월 구입한 아이폰SE는 첫날 터질듯한 발열 현상이 있었다. 또 사용한지 30분 만에 배터리가 20% 소모됐다. 사용 23일 후에는 배터리 성능이 99% 하락했다고.

아이폰SE는 '한 번 충전하면 최대 13시간 동영상 시청, 스트리밍 기준 최대 8시간 재생 가능'이라고 광고하는 제품이다.

유 씨는 “배터리 성능에 문제가 확연한데도 애플 측은 원격검사 후 정상제품이라는 판정을 하더라”며 황당함을 토로했다.

애플의 나몰라 식 소비자 응대는 제품 불량에 국한된 것만이 아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이 모(남)씨는 최근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은 유명 온라인 게임을 아이폰으로 즐기던 중 결제한 15만 원치 아이템을 시스템 오류로 받지 못했다.

iOS 단말기에 대한 환불은 애플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게임사로부터 관련 내용을 받아 애플 측에 환불 요청을 했다. 이 씨는 “애플로부터 들은 대답은 ‘환불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말 뿐이었다”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 제시도 없이 무조건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 하는 응대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애플 ‘용량 장사’에 대한 비판글이 아직까지 줄을 잇고 있다.

메모리 용량을 차등화해 최고 용량 제품을 비싸게 파는 전략도 매년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2018년 출시된 아니폰XS맥스는 512GB 제품이 64GB보다 50만 원이나 비싸게 출시됐다.

아이패드나 맥북도 RAM과 SSD 등을 모두 온보드(기판에 직접 납땜) 방식으로 만들고 소비자가 분해할 수 없도록 유니바디(일체형)로 설계한다. 메모리 추가가 필요한 소비자들은 용량에 따라 최대 400만 원이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진시정으로 긍정적 변화? 불통 서비스 심각 우려도...

일각에서는 애플이 무상수리 촉진서비스 관련 비용을 이통사가 부담하도록 하는 조항을 자진시정으로 인해 이번에 삭제하게 되면 문제가 분명한 제품의 AS 받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애플이 추후 비용 절감을 우선하면 AS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

무상수리 촉진서비스에 어떤 비용이 해당되는지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통신사도 내용을 제대로 모를 뿐 아니라 대략적으로 짐작한다해도 언급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충성 고객을 보유한 애플은 통신사 입장에서 '큰 손'이기 때문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애플의 시정안은 잠정동의 의결안으로 향후 어떻게 이행될지는 정해진 게 아니다”라며 “이통사가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부분에 대해 애플에 적극 어필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자정시정안 관련해 애플은 통신사 사업부와의 소통에서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포항시의 김 모(남)씨는 2년 조금 넘은 애플 아이패드 배터리가 부풀어 5cm 이상 쩍 벌어져 서비스센터를 찾았으나 원인 설명 없이 책임이 없다는 주장만 일관하는 직원의 태도에 불만을 토로했다.
포항시의 김 모(남)씨는 2년 조금 넘은 애플 아이패드 배터리가 부풀어 5cm 이상 쩍 벌어져 서비스센터를 찾았으나 원인 설명 없이 책임이 없다는 주장만 일관하는 직원의 태도에 불만을 토로했다.

앞서 애플은 지난 24일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광고비와 수리비를 떠넘긴 ‘갑질’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 끝에 동의의결안(자정시정안)을 마련했다.

애플은 1000억 원 규모의 상생지원안을 제시했는데, 이중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한 비용은 250억 원으로 4분의 1수준에 그친다. 기존 아이폰 사용자에 디스플레이, 배터리, 기기 전체 수리 등 유상수리 비용을 10% 할인하는 방식이다. 250억 원이 소진 되면 중단된다.

소비자 편의를 위한 서비스 개선이 아닌 비용 지출을 통한 일시적 혜택 제공에 그친 것이다.

나머지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제조업 연구개발(R&D) 지원센터 설립(400억 원), 학생 교육 프로그램 지원(250억 원), 공교육 분야 디지털 교육(100억 원) 등에 쓰인다. 또 애플은 광고 비용 분담 원칙을 계약서에 명시하고, 무상 수리 촉진서비스 관련 비용을 이통사가 부담하도록 하는 조항도 삭제키로 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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