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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하반기 공채 '차질' 우려...거리두기로 일정·전형방법 못 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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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하반기 공채 '차질' 우려...거리두기로 일정·전형방법 못 정해
  •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 승인 2020.09.02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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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자의 급증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하반기 공채를 계획한 주요 은행들이 일정을 잡지 못해 고민에 빠졌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등 주요 은행들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공채를 실시할 방침이지만, 거리두기로 인해 채용일정은 물론, 필기시험과 면접 등을 어떻게 진행할 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통상 은행권 하반기 공개 채용은 8월 말에 일정과 규모를 정하고 9월부터 서류 전형을 진행하지만 올해는 아직 윤곽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다.

우선 우리은행(행장 권광석)과 신한은행(행장 진옥동)은 조만간 채용 규모와 일정 등을 공고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재확산에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다.

매년 상반기 수 백 명 규모의 신규 채용을 진행했던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는 각각 1차례씩 디지털, IB 등 전문 부문 신입행원 수시채용을 실시한 바 있다. 이들 은행은 코로나19 여파로 채용 일정을 잡지 못하고 하반기로 공채를 미뤄둔 상황이었다.

KB국민은행(행장 허인)과 하나은행(행장 지성규)의 경우에는 통상 하반기에 대규모 공채를 진행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농협은행 역시 아직 채용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8월 말에 하반기 공채 일정을 공고했던 국민은행과 올해 추석 전후로 공고를 예상했던 하나은행은 현재 시기와 채용 절차 등을 조정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공채 계획이 아직 나온 게 없다. 작년에는 8월 31일에 공고가 났었다. 하반기 채용 공고 예상은 9월 이후인데 이마저도 확실치는 않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하반기 채용 일정을 잡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필기시험과 면접, 직원 연수 등을 진행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한 공간에 여러 사람이 모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전보다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고 감독관 등 인력이 충원돼야 한다.

은행권은 채용비리 사태를 계기로 지난 2018년 은행연합회 주도로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제정했다. 이에 따르면 은행들은 채용 시 서류전형, 필기, 면접 전형 중 한 가지 이상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만 한다. 문제는 출신지나 학력 등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하면서 사실상 필기시험 없이 신입 직원을 뽑기 힘들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동시에 수 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험 장소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예전보다 더 넓은 공간과 많은 감독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은행권은 100대 1일 정도의 채용 경쟁률을 보인다. 때문에 수백 명을 채용한다고 하더라도 대략 수만 명을 대상으로 채용 시험을 진행해야 한다. 

더욱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대 3단계로 격상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채용 세부사항을 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은행들은 ‘온라인 필기시험’ 등을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은 물론 은행 내부에서도 공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대리시험 및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5월 올해 채용절차에 온라인 필기시험을 도입한 바 있다. 삼성은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삼성SDS 화상회의 솔루션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감독관 1명이 응시자 9명을 살피며 부정행위를 차단했다.

다만 은행들의 경우 온라인 필기시험을 진행한다고 해도 삼성과 같이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때는 온라인 필기시험을 치렀다”면서 “다만 상시 채용이었고 인원수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공채에는 최소 만 명 이상 몰릴 것 같다. 공채를 진행할 경우 필기시험 방식이 정해지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삼성과 같은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신규로 투입되는 자금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행여 부정행위 등 공정성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어 선뜻 도입하기가 쉽지 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채용 시험 이후 신입 직원을 대상으로 한 합숙연수 과정도 걸림돌로 지목된다. 은행권은 신입 행원에 대상으로 은행의 역사와 핵심 전략 등에 대한 내용으로 5~6주간 합숙연수를 진행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신입 직원 연수도 5~6주 정도 진행한다”면서 “상반기 때는 수시채용으로 인원이 40명 정도라 연수가 가능했지만 대규모 공채 시에는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하반기 공채 일정을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은행들은 어떻게든 신규 채용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어떤 식으로든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면서 “다만 취준생들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구체적인 채용 절차가 확정되기 전에는 검토 중인 내용을 공개하기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코로나19 확산 분위기가 계속 될 경우 연중 수시 채용으로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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