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점자 표시는 의무가 아닌 권장사항이다 보니 식음료 대부분은 점자 표기가 없다. 점자 표기가 있다고는 해도 음료나 탄산, 맥주 등의 유형만을 표기하며 라면이나 과자, 간편 조리식품(HMR) 등은 점자 표시가 전무한 상황이다. 시각장애인의 소비자권리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점자표시가 절실하지만, 설비 교체에 따른 비용증가 문제가 있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가운데 하이트진로(대표 김인규)는 캔맥주 테라와 진로 참이슬 제품, 롯데칠성음료(대표 박윤기)는 생수 아이시스와 칠성사이다 페트 제품의 브랜드명을 점자로 표기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11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편의점 3사에서 판매하는 식음료 제품들의 점자 표기 현황을 살펴본 결과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제품이 점자 표기가 없거나 유형만을 표기하고 있었다.
주류의 경우 하이트진로 제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테라는 캔맥주 제품에 '맥주 테라'로, 진로 참이슬은 병과 페트 제품에 회사명 '진로'를 표기하고 있었다. 다만 하이트와 맥스, 스타우트 등의 캔맥주와 발포주 필라이트 등은 '맥주'라고만 돼 있다.
또한 카스, 한맥 등 국산 캔맥주 대부분은 '맥주'로 점자 표시를 도입한 반면 수입맥주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호가든, 버드와이저 등을 제외하고 점자 표시가 전무했다.
롯데칠성음료도 올해 4월부터 생수 '아이시스8.0' 300ml와 탄산음료인 '칠성사이다' 페트병 500ml 제품 상단에 브랜드명인 '아이시스'와 '칠성사이다'를 점자 표기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2008년부터 음료 캔 음용구에 점자를 표기해오다가 2017년부터는 국내 음료업계 최초로 칠성사이다, 밀키스, 펩시콜라 등 탄산음료 제품에 음료 대신 '탄산' 점자를 넣어 점자 표기를 세분화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시각장애인들이 원하는 음료 제품을 선택할 때 불편함을 줄일 수 있도록 캔커피 등 다양한 음료 브랜드 점자 표기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오비맥주(대표 배하준)와 농심(대표 신동원·박준)은 "관련 기술 연구개발과 도입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가시화된 계획은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포장지 교체와 공정 추가 등에 대해 여러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식음료 업계는 제품명 점자 표기의 필요성을 십분 공감하지만 비용 측면에서 과도한 부담이 예상되며 생산라인 교체 등의 추가 작업이 필요해 개선에만 수 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입을 모았다.
라면, 과자 등의 식품은 포장지 자체가 점자 구현에 적합하지 않고, 소규모 음료 기업의 경우 그룹 내 자체 생산이 아닌 병이나 캔 등의 용기 제조업체들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식음료 점자표기 개선은 용기 생산을 맡고 있는 제조사들의 설비를 전부 바꿔야 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부 차원의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