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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전문점에서 산 가전 교환·환불 구만리... '불량 판정' 놓고 제조사와 핑퐁 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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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전문점에서 산 가전 교환·환불 구만리... '불량 판정' 놓고 제조사와 핑퐁 일쑤
제조사가 발급하는 '불량 확인서' 제출 요구
  • 김민국 기자 kimmk1995@csnews.co.kr
  • 승인 2021.09.08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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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남구에 사는 김 모(여)씨는 7월 24일 전자랜드 매장에서 LG전자 이동식 에어컨을 81만 원에 구매했다. 이동식 에어컨이라 별도의 설치 과정 없이 배송 직후 전원을 켰다. 1분 정도 작동하는 듯 하다가 오류 표시가 뜨며 멈췄다. LG전자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에어컨 팬에 결함이 생긴 것 같다"고 판단했다. 새 제품에 문제가 있단 생각에 전자랜드에 항의하니 “제조사 측 엔지니어가 결함 판정서를 써 줘야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김 씨는 "제조사에 불량 확인서를 요청했으나 교환 대신 수리를 진행하자고 설득하더라. 지속적으로 요구한 끝에 불량 확인서를 받아 매장에 제출한 뒤에야 환불 받을 수 있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경기 용인시에 사는 곽 모(여)씨는 6월 25일 삼성디지털프라자에서 62만 원에 삼성전자 비스포크 오븐을 구매했다. 이사갈 새 집을 수령지로 해놓고 제품이 도착한 지 일주일 뒤 방문했는데 오븐이 기울어져 있었다. 받침 지지대 중 하나가 망가져 있는 상태였다. 교환이나 환불받고자 구매처에 연락했으나 설치기사나 AS 전담기사에게 먼저 문의해 봐야 한다고 안내했다. 운반 중에 발생한 문제인지, 제품 결함인 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설치기사는 당시 물품을 잘 수령했다는 확인서를 곽 씨의 딸이 받았기 때문에 본인에겐 책임이 없다고 했고 AS기사도 무료로 제품을 수리해주긴 어렵다고 말했다. 곽 씨는 "구매 매장도 '그렇다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더라"며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진전도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 곽 씨가 수령한 오븐의 지지대 쪽이 망가져 있다.
▲ 곽 씨가 수령한 오븐의 지지대 쪽이 망가져 있다.

# 경남 김해시에 사는 권 모(여)씨는 지난 10일 롯데하이마트에서 삼성의 ‘커브드 모니터’를 약 32만 원에 구매했다. 사용하려고 꺼내보니 모니터의 패널에 알 수 없는 얼룩들이 묻어 있었다. 헝겊으로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아 제품 하자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제품을 가지고 매장에 교환을 요구하자 “삼성전자 기사가 방문하게끔 조치하겠다”라고 말했다. 며칠 뒤 방문한 AS기사는 “이 문제는 구매처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라며 돌아갔다. 권 씨는 롯데하이마트에 재차 문의한 끝에 예외적으로 보상해준다는 안내를 받았다. 롯데하이마트 측은 "불량 판정서를 제출하지 않아 지연됐던 것"이라고 답했다.

전자제품 전문점에서 산 전자제품에서 초기 불량이 발견돼도 교환이나 환불이 까다로워 소비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자제품 전문점 브랜드를 믿고 구매했으나 막상 문제가 생겼을 때는 제조사와 서로 교환·환불 책임을 떠넘겨 중간에 낀 소비자만 애를 먹는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은 불량 제품을 받은 것도 모자라 직접 제조사 서비스센터에 문의하고 서류까지 증빙해야 한다는 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대부분 전자제품 유통 전문점들은 차제적으로 정확한 하자 진단을 할 수 없어 교환·환불의 판단이나 책임은 제조사에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피해를 겪은 소비자들은 “제조사와 유통사 모두 제대로 된 검수 과정도 없이 제품을 판 뒤 환불이나 사후 처리에 대해서는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제조사에서 불량임을 확인하고 지급하는 불량 판정서가 있어야 교환 등 처리가 가능하다. 유통사 입장에서는 기술적인 부분의 하자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파손 시점과 원인을 명확하게 하려고 이같은 과정을 거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상품의 하자가 제조사에서 생산할 때 발생한 것인지 유통사에서 보관하다가 발생한 것인지 단번에 파악하기 어렵다. 게다가 유통만 하는 입장에서 기술적인 측면의 하자 원인을 찾아낼 수도 없다. 여러 측면을 고려해 제조사에 직접 문의하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사의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삼성디지털프라자, LG베스트샵도 똑같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제조사와 같은 소속이서 교환·환불이 간편할 것이라 기대하지만 독립 전문점들과 과정이 다르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만일 판매점에서 민원을 접수받아 제조사에 또 다시 이를 전달하려면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동의가 필요하다. 추가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 게다가 같은 계열사라 해도 판매점과 제조사의 업무가 나뉘어 있기에 인계 업무에 시간이 필요하다. 이 같은 점 때문에 고객에게 제조사와 직접 협의하라고 전달하는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LG베스트샵도 자사 제품의 경우 LG전자 서비스센터에 직접 문의할 것을 권장한다는 입장이다. 마찬가지로 타사 제품의 경우도 해당 제조사에 문의할 것을 안내한다고 덧붙였다. 

LG베스트샵 관계자는 "제조사 측에서 제품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이 같이 조치하고 있다. 제조사 측에 민원을 접수한 이후엔 구매 정보와 지점 등이 모두 저장돼 있는 통합 시스템을 통해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행 소비자 관련법에 교환·환불 절차와 관련된 직접적인 내용은 명시돼 있지 않은 상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제조물 책임법'에 따르면 피해를 주장하는 쪽이 사실을 입증하는 절차가 일반적이긴 하다. 그러나 업체가 관련 조치를 전면 거부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원만한 협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민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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