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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동 주민들이 신한은행 본점 앞에서 항의한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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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동 주민들이 신한은행 본점 앞에서 항의한 사연은?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1.12.16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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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은 디지털 라운지 전환이지 폐점이 아니라는 무색한 변명만 내올 것이 아니라 사람과 기계가 공존하는 운영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16일 오전 신한은행 본점 앞에 서울 성북구 월계동 주민들이 모여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인근 거주지에 위치한 신한은행 월계동지점이 디지털 무인점포로 전환되면서 소비자 편익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 지점이 문을 닫는다고 해서 인근 지역 주민들이 직접 항의 집회와 서한을 전달하면서까지 디지털 점포로의 전환을 반대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은행의 디지털화와 금융취약계층 보호가 충돌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 신한은행 폐점에 따른 피해 해결을 위한 주민대책위원회는 16일 지점 폐쇄에 반대하는 2200여 명의 주민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신한은행에 제출했다.
▲ 신한은행 폐점에 따른 피해 해결을 위한 주민대책위원회는 16일 지점 폐쇄에 반대하는 2200여 명의 주민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신한은행에 제출했다.

◆ 34년 간 버티던 지점 사라져... 주민들 "8000세대 아파트 단지에 은행이 없다"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은 지난 1987년에 문을 열어 올해까지 만 34년 간 운영되고 있다. 인근 아파트 단지 약 8000세대 주민들이 주거래 고객들이고 70대 이상 고령층이 많은 점이 특징이다. 

이곳은 내년 2월부터 '디지털 라운지'로 전환된다. 디지털 라운지는 지난 9월 일부 신한은행 폐점 점포에서 첫 선을 보였는데 실시간 화상통화로 금융상담이 가능한 '디지털 라운지'와 신규계좌 개설, 카드발급을 고객 스스로 할 수 있는 '디지털 키오스크' 등으로 구성돼 있다. 

디지털 기기 사용을 원활하게 돕기 위한 직원도 상주하고 있지만 모든 업무가 디지털로 운영되는 사실상 무인 점포다. 
 

▲ 실시간 화상상담이 가능한 '디지털 데스크'와 주요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키오스크'가 설치된 신한은행 '디지털 라운지'
▲ 실시간 화상상담이 가능한 '디지털 데스크'와 주요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키오스크'가 설치된 신한은행 '디지털 라운지'

그러나 다수의 주민들은 월계동 지점 특성상 종이통장이나 실물카드 발급 등 현장 거래에 익숙한 노령층이 많다는 점에서 디지털 라운지로의 전환은 주민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주민 이은희 씨는 "월계3동 8000세대 아파트 단지에는 어르신들이 굉장히 많이 거주하고 계신데 은행 하나 없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지점이 계속 머물러주는 것도 바라지 않고 폐점을 유예라도 시켜달라"고 주장했다. 

지역 주민들은 은행 측이 지점 수익성이 떨어지자 30여 년 이상 거래한 장기 고객들을 배신한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사기업이지만 공공성도 갖고 있는 은행업 특성상 주민들을 배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이들은 은행 측의 입장 제고를 요청했다. 
 

▲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 근처에는 디지털 라운지로의 전환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여러 개 걸려있다.
▲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 근처에는 디지털 라운지로의 전환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여러 개 걸려있다.

강미경 주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도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은 아파트가 입주하고 34년 간 주민과 동고동락하면서 애정을 갖던 곳이라 갑작스러운 폐점에 주민들의 분노가 더 크다"면서 "은행의 공공성을 망각하지 말고 주민들에게 디지털을 강요하지 않는, 배제된 주민들 없이 원활하게 은행 이용이 가능하도록 대책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해당 지점을 디지털 라운지로 전환하겠다는 공고가 나온 상황이고 그 이상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 인근 점포 걸어서 20~30분... 무인점포 거부감 있는 노년층 고객 많아

월계동 지점의 업무를 인수하는 점포는 장위동 지점으로 월계동 지점에서는 2.8km 가량 떨어져있다. 대중교통으로는 약 20분, 도보로는 45분 이상 걸린다. 

최단거리에 있는 지점은 태릉역 지점으로 약 1.3km 떨어져있지만 중랑천을 건너야해 심리적인 거리감이 있다. 특히 노령층 고객 비중이 높았던 월계동 지점 특성상 두 지점 모두 기존 고객들이 대체 지점으로 이용하기에는 부담스럽다. 
 

▲ 내년 2월 무인 점포인 '디지털 라운지'로 바뀌는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 인근 지점으로는 장위동 지점과 태릉역 지점이 있는데 고객들이 해당 점포를 이용하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한다.
▲ 내년 2월 무인 점포인 '디지털 라운지'로 바뀌는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 인근 지점으로는 장위동 지점과 태릉역 지점이 있는데 고객들이 해당 점포를 이용하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한다.

이 때문에 신한은행에서도 월계동 지점에 들어설 디지털 라운지에 상담 전문 직원을 배치해 기존 고객들의 어려움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이지만 디지털 기기 자체에 거부감이 높은 노령층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학계에서는 은행권의 점포 축소가 온라인 환경을 통한 금융거래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계층과 거주지역 내 금융인프라가 부족한 주민들의 금융접근성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일반국민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을 100이라고 할 때 55세 이상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68.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 점포 통·폐합이 이뤄지는 지점 다수가 노령층 고객이 많은 지역이라는 점에서 우려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비단 은행 오프라인 점포 폐쇄와 디지털 전환이 월계동 지점 그리고 신한은행 문제만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은행이 수익성만 강조하면서 정작 대면업무가 몰리는 지점을 폐쇄하고 수익성과 디지털 위주로 점포 전략을 꾸려간다면 노령층의 금융소외문제는 가속화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부자동네 놔두고 서민들이 밀집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내 은행은 돈이 안된다고 생각하고 폐쇄하고 있는데 그런 곳이 최근에만 500여 곳에 달하고 있다"면서 "은행의 디지털화는 좋지만 보안은 무너질 수밖에 없고 피해 타겟은 노령층 고객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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