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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세탁기 설치기사 마음대로 개봉하고는 박스 뜯었다고 반품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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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세탁기 설치기사 마음대로 개봉하고는 박스 뜯었다고 반품 불가?
대형 가전제품 규정 적용 기준 모호해 혼란
  • 김강호 기자 pkot123@csnews.co.kr
  • 승인 2022.03.30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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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서울시 동대문구에 사는 신 모(남)씨는 유명 온라인몰에서 딤채 김치냉장고를 구입했다. 지난 3월 7일 설치기사가 제품을 갖고 방문했으나 설치 공간이 맞지 않아 일단 미설치 상태로 집에 보관해 두었다고. 한 시간 후에 신 씨는 설치가 아무래도 불가능할 것 같아 환불 요청을 했다. 하지만 박스가 이미 개봉되었기에 반품은 안 된다며 거절 당했다.

신 씨는 “온라인몰 측에서는 박스를 개봉했다고 환불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박스를 아예 본 적도 없다. 이후 다시 문의를 했으나 몇 주째 답변을 받지 못했고,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라고 황당함을 토로했다.

#사례 2.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서 모(여)씨 역시 대형 온라인몰에서 삼성전자 세탁기를 주문했다. 설치기사가 제품을 갖고 방문했는데, 제품 용량이 생각한 것보다 너무 작아 반품을 요청했다. 그러나 설치기사는 이미 박스가 개봉되어 반품은 불가능하다며, 설치를 강행했다. 서 씨는 다시 고객센터에 문의했으나 온라인 몰에서는 해피콜을 하면서 사이즈를 이미 고지했으며 박스가 개봉됐고 설치도 진행됐기에 반품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서 씨는 “설치기사가 제품을 가지고 왔을 때에 이미 박스 개봉된 상태였다. 박스만 보았더라도, 개봉하지 않고 반품을 요청했을 것이다. 박스 개봉에 대한 아무런 사전 고지가 없었는데도, 기사가 마음대로 박스를 개봉해놓고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니냐?”라며 울분을 토했다.

쿠팡, G마켓, 11번가, SSG닷컴, 롯데온, 인터파크 등 온라인몰에서 대형 가전제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박스 개봉을 이유로 반품 거절을 당했다는 불만이 다발하고 있다. 

직접 개봉하거나 개봉을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설치기사가 마음대로 박스를 개봉했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주장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자체적인 반품, 환불에 대한 규정은 없다. 각 판매자가 정한 규정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원칙적으로 반품, 환불은 소비자와 각 판매자의 문제이며, 우리는 최대한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쿠팡 관계자는 “가전제품의 경우 용량과 사이즈에 대해 해피콜로 충분히 사전 고지를 드린다. 박스 개봉 문제는 제조사 측에 문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다만 대형 가전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미리 박스를 개봉하고 실내로 가지고 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11번가 관계자는 “무조건 개봉을 했다는 이유로 반품을 거절할 수는 없다. 상품 확인을 위한 단순 개봉의 경우는 반품 환불이 가능하다. 다만 소비자의 책임이 있는 사유, 즉 사용 또는 훼손으로 상품 가치가 하락할 경우에는 환불이 불가능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대형 가전제품의 경우는 하자가 없는 이상, 이미 설치를 하고 사용한 것을 단순변심만으로 환불하기는 힘들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인터파크 측은 “단순 변심에 의한 반품도 정해진 기간 이내에는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며,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 다만 훼손되어 제품의 가치가 현격히 감소하는 경우를 예외로 하는데, 이 경우에는 각 사례마다 구체적으로 따져볼 문제”라고 설명했다.

롯데온 관계자는 “가전제품은 개봉 이후에는 사용 여부가 애매해지는 특성이 있는 만큼, 하자가 없는 이상 환불이 불가능하다. 다만 교환은 협의하에 진행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20년 박스 개봉을 이유로한 반품 거절은 위법이라며 여러 온라인 쇼핑몰에 대해 시정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반품의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반품이 가능하다. 제한 사유란 소비자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로 제품이 멸실되거나 훼손된 경우, 소비자의 사용으로 인해 제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시간이 지나 다시 판매하기 곤란할 정도로 제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정품 인증 라벨을 훼손한 경우 복제가 가능한 제품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주문 제작된 경우 등이다. 

아울러 계약서를 받은 날 또는 제품을 받은 날로부터 7일, 제품의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경우에는 제품을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 그 사실을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반품을 할 수 있다. 이는 단순 변심도 해당되며,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는 환불 예외 사유에서 제외된다고 규정됐다.

그러나 대형 가전제품은 애매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각 온라인몰들은 원칙적으로는 단순 변심에 의한 환불도 가능하지만, 소비자의 책임이 있는 사유로 제품의 가치가 감소했는지에 대한 여부는 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답변하고 있다. 대형 가전제품은 배송과 함께 설치 및 시운전이 필수로 필요한 부분이다. 그만큼 책임소재에 모호함이 있을 수 있고, 이에 따라 갈등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입 전에 충분히 제품의 정보에 대해 숙지할 필요가 있다. 만약 가전 제품을 구입한 이후 개봉 등을 사유로 반품을 거부당했을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 제품의 특성과 사안을 면밀히 검토해서 온라인 쇼핑몰 또는 판매자에게 시정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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