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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적과의 동침' 하나·우리은행 첫 공동점포 가보니...완벽한 동선 분리로 혼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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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적과의 동침' 하나·우리은행 첫 공동점포 가보니...완벽한 동선 분리로 혼란 없어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2.04.25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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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금융 확산으로 오프라인 점포 수요가 줄면서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익성 차원에서는 점포를 계속 줄여야 하지만 디지털 금융 소외계층 보호 역시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지난해 무인점포, 편의점 특화점포가 등장했고 이번에는 '공동점포'까지 등장했다. 다른 특화점포는 개별 은행 또는 이종업권과의 협업이지만 공동점포는 경쟁상대인 두 은행간 협업 작품이라는 점에서 금융권에서도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시도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공동점포를 처음 선보이며 스타트를 끊었다. 25일 경기도 용인 수지구에 오픈한 두 은행의 공동점포를 다녀왔다. 

◆ 번호표 발급기도 2개·청원경찰도 2명...'장소'만 공유하는 사이

25일 공식 오픈한 공동점포는 50평 규모 공간을 두 은행이 절반씩 나눠서 사용한다. 같은 공간에 있어 고객들이 처음에는 혼란스러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기우였다.

입구에는 두 은행 이름과 로고가 박힌 간판이 고객을 맞이한다. 입구 문을 열고 점포에 진입하면 하나은행 고객은 왼쪽, 우리은행 고객은 오른쪽에 있는 번호표 발급 기계에서 번호표를 뽑는다. 번호표 발급 기계 앞에는 각 은행 소속 직원과 청원경찰이 배치돼 고객 안내를 돕는다.
 

▲ 공동점포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엔 하나은행, 오른쪽엔 우리은행 번호표 발급기가 위치해있다. 중간의 파티션을 경계로 두 은행의 고객 대기공간도 나눠져 있다
▲ 공동점포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엔 하나은행, 오른쪽엔 우리은행 번호표 발급기가 위치해있다. 중간의 파티션을 경계로 두 은행의 고객 대기공간도 나눠져 있다
이후 은행별로 마련된 대기 공간에서 기다린 고객은 자신의 차례가 되면 창구 업무를 보게 된다. 한 공간이지만 은행별로 동선이 분리돼 고객 혼란이 발생할 소지는 없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번호표 발급기계도 각 1대 씩, 청원경찰도 1명, 은행 창구 직원도 2명씩 두 은행이 모든 조건을 균등하게 하고 있다.

점포 입구 오른편에는 ATM기기가 은행마다 각 2대씩 위치해 있다. 점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되지만 ATM기기는 오후 11시까지 운영된다. 
 

▲ 점포 입구 오른편에 위치한 ATM기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기기 2대씩 설치돼있다
▲ 점포 입구 오른편에 위치한 ATM기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기기 2대씩 설치돼있다
이 점포는 고령층 고객 이용 비중이 높다보니 최근 다수 보급되고 있는 스마트텔러머신(STM)이 아닌 일반 ATM기기가 설치됐다. 현장에서 만난 두 은행 관계자들은 "STM은 고령층 고객이 다루기 용이하지 않고 창구직원이 있어 STM 대신 ATM을 설치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해줬다. 

두 은행이 절반씩 공간을 사용하고 동등한 입지 조건에서 운영하다보니 임대료 역시 절반씩 부담하고 있다. 은행 업무를 위한 '망분리' 역시 일찌감치 완료했고 사실상 장소만 공유할 뿐 철저하게 칸막이가 있어 우려하는 정보유출 등이 발생할 소지를 원천 차단했다. 
 

▲ 은행 창구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2칸씩 마련돼있다
▲ 은행 창구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2칸씩 마련돼있다
점포를 방문한 고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ATM기기를 이용하러 온 60대 남성 A씨는 "작년에 은행 점포가 사라졌는데 다시 생겨서 편리해졌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공동점포가 위치한 곳에서 가장 가까운 점포는 2.5km 떨어진 우리은행 수지상현지점으로 도보로 약 41분, 하나은행은 가장 가까운 수지성복지점이 1.2km 떨어져 있고 도보로 23분이 걸린다. 

◆ 공동점포가 '영업하지 않는 은행'일 수밖에 없는 이유?

하지만 공동점포는 기존 은행점포와 달리 금융상품 가입이 불가능하다. 

공동점포에서는 ▲소액 입출금 ▲제신고 ▲전자금융 ▲공과금 수납업무 등은 가능했지만 예·적금 상품을 비롯해 은행에서 판매하는 금융상품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각 은행들은 금융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이유로 지역사회 공헌 목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상품판매는 자제하기로 두 은행이 합의했다고 앞서 밝히기도 했다. 
 

▲ 은행 공동점포에서는 아직까지 예·적금을 비롯한 금융상품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반쪽짜리' 점포에 그치고 있었다
▲ 은행 공동점포에서는 아직까지 예·적금을 비롯한 금융상품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반쪽짜리' 점포에 그치고 있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공동점포에서 금융상품 판매를 다루지 않는 진짜 이유로 '과열경쟁'을 꼽고 있다. 두 은행이 한 장소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이상 금융상품을 판매할 시 경쟁이 과열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전사 차원에서 선보이는 상품들도 있지만 각 점포별로 지역 고객들을 상대로 각종 특판을 출시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공동점포에 입점한 A은행이 특판으로 모객에 나서면 옆 자리의 B은행이 적극적으로 모객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이는 곳 과열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론이다.

금융상품을 판매한다는 것은 곧 점포 직원들에 대한 성과지표와 연동될 수밖에 없어 경쟁은행이 나란히 입점한 공동점포에서는 영업 자체가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두 은행은 공동점포에 노령층 고객 응대를 중점으로 가장 숙련된 직원들을 배치시켜 영업중심이 아닌 고객 서비스 중심의 점포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다만 이 점이 공동점포의 한계이기도 했다. 공동점포이지만 기존 은행 점포의 주력 업무인 여·수신 취급 업무 상당수가 불가능해 현재까지는 '반쪽짜리' 기능만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상품에 가입하려면 타 지역 점포를 가거나 온라인·모바일 뱅킹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공동점포는 두 은행이 한 공간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점포에서 실시하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면서 "점포 통·폐합 문제의 어느정도 대안은 될 수 있지만 완벽한 대체재가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날 스타트를 끊은 은행권 공동점포는 상반기 중으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경상북도 영주시에 선보인다. 공동점포가 은행권 점포 통·폐합의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향후에도 주목받을 예정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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