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 사는 정 모(남)씨는 2014년에 BMW 1세대 전기차 모델인 i3 해치백을 구매해 사용하다가 지난해 9월 차량 에어컨이 고장 나 BMW 서비스센터에서 수리를 받았다. 에어컨 컴프레서가 갈려 각종 밸브 및 배관에 쇳가루가 쌓인 것이 고장의 원인이었다. 정 씨는 컴프레서 교체 등 약 300만 원의 에어컨 수리 비용을 지불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수리를 받은 지 1년도 안 돼 같은 이유로 에어컨이 고장 나 다시 수리를 받았다. 이번에 청구된 수리 비용은 500만 원가량 됐다고 했다.
유명 전기차 카페에서 '달려**'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i3 오너는 "총 주행거리가 5만km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에어컨 컴프레서를 두 번이나 갈았다"며 "2016년도 이전에 출고된 차량은 불량이 있다고 생각하면 편하다"라고 말했다.
'착한**' 닉네임의 소비자는 "i3 1세대 컴프레서는 무조건 고장난다고 하던데 사실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i3 차량은 2014년부터 국내에서 정식 판매되기 시작했다.
BMW i3의 에어컨 컴프레서는 ‘스크롤 타입’이다. 에어컨은 냉매를 압축해 온도를 떨어뜨리고 열교환기를 통해 찬바람을 만들어내는 원리인데 여기에 사용되는 냉매 압축기가 바로 컴프레서다. 냉매를 압축하는 에어 컴프레서의 압축실이 소용돌이형(스크롤)인 것을 스크롤 타입 컴프레서라고 부른다.
컴프레서의 스크롤 부분이 마모가 돼 깎이면서 쇳가루가 발생하는데 이 쇳가루가 에어컨의 전 라인에 들어가면 냉각 성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팽창밸브 같은 냉방 부품 고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수리 비용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정 씨의 사례와 같이 컴프레서의 스크롤이 갈려 쇳가루가 각종 밸브에 침투할 경우 최대 1200만 원의 수리비가 나올 수 있다.
일각에서는 오래된 i3 모델일수록 에어컨 관련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자동차 수리업체를 운영하는 정비소 관계자는 “그랜저 등 스크롤 타입 컴프레서를 장착하는 차량이 많지만 유독 BMW i3 모델에서 고장이 많은 편”이라며 “14·15년식처럼 출시된 지 좀 지난 모델에서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BMW코리아는 “서비스센터에 들어오는 문제 제기 비율 등을 고려해 보면 i3 에어컨 관련 고장에서 (다른 모델과 비교해) 특이점을 찾을 수 없다”며 “(컴프레서 불량이) 아예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i3 차량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BMW i3는 올해 7월 단종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천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