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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르르한 광고와 딴판인 내용물 '기막혀'...관련 부처 손놓고 제도 개선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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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르르한 광고와 딴판인 내용물 '기막혀'...관련 부처 손놓고 제도 개선 하세월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2.07.13 0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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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고질병인 과대 포장·광고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으면서 관련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은 포장지와 전단지, 광고 이미지를 보고 제품을 구입하지만 당초 기대했던 양과 품질에 못미치는 실물을 확인하고 분노와 허탈감을 드러내고 있다. 포장·표시 기준의 허점을 기업들이 악용해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개선 논의는 지지부진한 것으로 보인다.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와 환경부는 제외국 사례와 시장 조사, 사회적 합의 등으로 현재 기준을 마련한 이상 이 이상의 규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울특별시 강동구에 사는 하 모(남)씨는 지난 달 29일 배달앱으로 주문한 버거킹 와퍼 세트를 받아들고 황당함에 실소를 표했다. 

토핑의 풍성함을 강조하는 광고 이미지와 전혀 다른 버거가 배달됐기 때문이다. 광고에서는 신선하면서 풍성한 양상추와 토마토, 생양파, 피클이 들어간 버거 사진을 쓰고 있지만 하 씨가 실제로 받은 받은 버거는 풍성함과 다소 거리가 멀었다. 

연출샷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실물이 지나치게 부실하다는 생각이 들어 매장에 교환을 요청했다. 그러나 교환받은 버거도 처음 받은 버거의 내용물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고. 다음 날 버거킹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매장은 레시피대로 버거를 조리하며 내용물이 부실한 것은 식재료비 상승 때문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하 씨는 "푸짐한 햄버거 사진으로 광고하지만 실제 조리돼 받은 버거는 정말 같은 버거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아주 형편없는 수준이었다"고 분개했다.

버거킹 본사 측은 왜 과장 광고라 볼 수 없는지, 품질 개선 계획이 있는지 등의 질의에 대해서는 답변을 미뤘다. "전 매장에서 메뉴 조리 시 매뉴얼을 준수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언제나 최상의 만족을 선사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와퍼세트 광고 이미지
▲와퍼세트 광고 이미지
▲하 씨가 받은 와퍼 실물
▲하 씨가 받은 와퍼 실물
사실 이는 버거킹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맘스터치, 롯데리아, 맥도날드, KFC, 피자헛, 도미노피자, 미스터피자 등 버거·피자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농심, 오리온, 롯데제과, 크라운제과, 해태제과식품 등 과자업체 △CJ제일제당, 동원F&B, 대상, 오뚜기 등 종합식품기업까지 식품업계 전반에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의 경우 포장지나 전단지에는 먹음직스러운 사진 또는 이미지를 걸고 광고하지만 실제 내용물은 연출 사진과 지나치게 다르다는 점이 주로 지적된다.

과자의 경우 포장지 크기와 부피에서 짐작되는 풍성한 양을 기대하면서 제품을 구입하지만 막상 포장지를 뜯어보면 과도한 이중·삼중 포장(갑과자)과 질소(봉지과자)에 밀려 양이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소비자고발센터에 과대포장 민원으로 제기된 봉지과자와 갑과자들
▲소비자고발센터에 과대포장 민원으로 제기된 봉지과자와 갑과자들
포장지와 전단지, 광고상 이미지에 비해 실제 내용물이 지나치게 빈약한 제품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허위·과대 광고로 볼 수 있다는 게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대다수 업체는 전단지나 포장지, 광고 이미지와 내용물이 달라도 '조리 예'나 '연출된 예' 등의 문구만 표시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자도 마찬가지다. 포장공간 비율을 준수하면 포장지 안을 과자로 꽉 채우지 않아도 된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환경부가 고시하는 제품포장규칙에 따르면 제과류의 포장공간 비율은 20% 이하, 포장 횟수는 2차 이내다. 포장공간 비율은 1차 포장(상자)과 2차 포장(개별 포장)을 비교해 계산되며 부스러짐 방지를 위한 받침접시(트레이)는 포장 횟수에서 제외된다. 1차 포장에 공기를 주입한 봉지과자의 포장공간 비율은 35% 이하다.

가공식품은 현행 식품표시광고법과 식약처가 고시하는 식품등의 표시기준에 따라 제품 앞면에 '연출된 이미지'. '이미지 예', '상기 이미지는 실제 제품과 다를 수 있다' 등의 문구를 표시하면 내용물이 겉면 이미지와 다르더라도 문제삼을 수 없다. 

피자, 햄버거 등 즉석식품도 마찬가지다. 식약처 식품표시광고법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표시광고법, 소비자 안전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등에서 거짓·과장된 광고와 소비자를 기만하는 광고 등을 부당한 표시·광고로 규정하고 있지만 일반 식품보다는 효능 근거가 부족한 건강기능식품 등을 규제 중점 대상으로 두고 있다.

식약처와 환경부, 공정거래위원회도 식품은 그 특성상 광고 이미지와 다르다고 해서 허위‧과장 광고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행 기준은 해외 사례와 시장 조사, 사회적 합의 등을 거쳐 촘촘히 설정한 것으로 이이상의 규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행 기준은 시중 판매되는 제품들을 전수조사해 한계점을 설정한 것으로 개선이 불가하다고 볼 수 있다. 법에 의해 정해진 측정 방법과 측정기관, 검사기간 등을 거쳐 확인 후 유통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자, 가공식품, 즉석식품 등 식품업체들은 법 규정을 준수하면서도 경쟁 제품들에 비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이기 위해 실제에 비해 다소 과장된 이미지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소비자들의 불만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계속 개선해 나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일본에서는 업계 자율규약을 통해 '조리 예'나 '연출된 이미지'가 아닌 실제 제품으로 촬영한 사진을 포장지에 넣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 오인이나 혼동을 막기 위한 취지다. 호주에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조리법, 조리 예 등의 문구를 표시하도록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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