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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EU 소비자는 휴대폰 직접 수리하는데...국내 ‘소비자 수리권’은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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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EU 소비자는 휴대폰 직접 수리하는데...국내 ‘소비자 수리권’은 언제나?
삼성. LG전자 도입 시기 말 아껴...법안은 2년째 계류중
  • 송혜림 기자 shl@csnews.co.kr
  • 승인 2023.02.24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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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최근 특허청에 '자가 수리 도우미' 상표를 출원하면서 국내에서도 '소비자 수리권' 보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휴대전화나 노트북, TV 등 전자제품 고장 시 과도한 수리비를 요구받거나, 사설업체를 이용하면 향후 AS가 제한되는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소비자 수리권’ 확대를 요구해 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 등 가전업체는 각각 미국과 유럽 등에서 휴대전화, 모니터 등 일부 제품을 대상으로 수리용 부품을 판매하기도 해 국내에서 그동안 역차별 논란이 있어 왔다.

이 와중에 삼성전자의 행보는 향후 전자업계 전반에 자가 수리 서비스가 확대될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국내에선 소비자 수리권 관련 법안이 2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국내 도입은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가전업체들은 자가 수리권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은 점은 알고 있으나 직접 수리시 사고 위험과 지식재산권 침해 등의 우려로 신중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업체들도 자가 수리 서비스 도입 시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2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13일 국내 특허청에 ‘자가 수리 도우미’란 명칭의 상표를 출원했다. 상표 출원 내용을 보면 수리 대상은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스마트워치, 이어버드, 태블릿 등을 아우른다. 지난해 말 미국 특허청에 ‘셀프수리 도우미’ 앱을 특허 출원한 것에 이어 두 번째 행보다. 

상표 출원이 반드시 앱 출시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다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이 "자가 수리에 대한 요구가 계속되고 있어 면밀히 검토한 후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을 고려하면 연내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 '자가 수리 도우미' 상표 출원
▲삼성전자 '자가 수리 도우미' 상표 출원

이번 출원은 국내외 전자업계에서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 차원으로 논의되던 ‘소비자 수리권’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소비자 수리권은 소비자가 보증기간 상관 없이 직접 전자 제품을 수리할 수 있는 권한이다.

기존에는 전자제품이 고장나면 공식 AS센터에서 제조사가 제시하는 금액을 지불하고 수리해야 했다. 사설 수리를 받으면 이후 공식AS센터에서 수리가 제한돼 사실상 사설업체 이용은 금지나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수리비가 비싸도 거절할 수 없었으며 부품 보증기간이 끝나면 교체 비용이 더 비싸져 새 제품을 구매하는 일이 빈번했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휴대폰의 폐기와 생산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증가시켜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자원의 선순환을 지향하는 순환경제 차원에서 소비자 수리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 왔다. 미국 정부는 2021년에 소비자 자가 수리권을 보장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고, 뉴욕주는 지난해 12월 이를 의무화하는 ‘디지털 공정 수리법’을 제정했다. 유럽연합도 2020년 신순환경제 실행계획을 내세우며 소비자 수리권을 보장토록 했다.

현재 삼성은 미국에서, 애플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자사 휴대전화와 노트북 일부 기종의 부품과 수리 키트를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G전자는 유럽에서 2021년 이후 판매된 TV, 모니터, 세탁기 등 제품을 대상으로 수리 매뉴얼을 제공하고 수리용 부품을 판매 중이다.

하지만 3사 모두 국내에서는 자가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국내 고객을 차별한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해외 지역 특성상 서비스센터 간 거리가 멀어 방문 수리가 어려운 점 때문에 먼저 자가 수리 서비스가 제공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소비자 수리권 관련 법안도 발의되고 있으나 잇따라 계류되며 도입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단말기 유통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계류 중이다. 개정안에는 이용자의 명백한 과실이 증명되지 않았음에도 제조사들이 휴대전화 수리에 필요한 부품, 매뉴얼, 장비 등 공급·판매를 거절하거나 지연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앞서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2021년에 발의한 ‘수리할 권리에 관한 법률안’은 상임위에 2년 째 계류 중인 상태다. 해당 법률안은 ▲국가와 지방단체가 국민이 수리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시행하도록 책무를 지님 ▲제품의 사용가능 기간 확대 ▲사설업체를 통한 수리 허가 ▲수리권 대상 제품에 대한 제조사의 설명서 작성 및 배포 의무 부여 ▲수리부품 책임 사업자에 대한 부품 재고 확보 의무 부여 ▲수리 및 부품 비용은 제품 및 부품의 출고가의 일정 비율 이상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셀프 수리할 경우 수리 과정에서의 지식재산권 침해, 개인정보 유출, 폭발 및 화재 사고 등에 대한 우려가 잔재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국내에서도 자가 수리권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은 만큼 국회에서도 빠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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