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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패널 교체 9만원, 에어컨 수리 19만 원...'대외비' AS 기술료에 소비자들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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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패널 교체 9만원, 에어컨 수리 19만 원...'대외비' AS 기술료에 소비자들 부글부글
수리권 보장 대선 이슈로 부상..."공개 해야" 목소리 커져
  • 천상우 기자 tkddnsla4@csnews.co.kr
  • 승인 2022.02.23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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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서산시에 사는 안 모(남)씨는 2019년에 위니아전자(위니아딤채)에서 60만 원 가량의 TV를 구매후 사용하던 중 2년 만에 패널 고장이 생겨 수리 서비스를 맡겼다. 수리 기사는 출장비 1만8000원, 부품비 40만 원, 수리비 15만 원을 포함해 약 56만 원의 수리비를 청구했다. 안 씨는 TV 값의 90% 이상을 요구하는 수리비용에 새 제품을 사야하는 것인지 고민했다.

# 경기 안산시에 사는 곽 모(남)씨는 삼성전자 TV 패널 파손에 대한 수리비용으로 출장비 1만8000원, 부품비 26만6000원, 수리비 9만1000원 등 총 37만 원 이상을 요구받고 기술료가 과다 책정 된 것이 아닌 지 의문을 제기했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전화해도 "우리가 산정한 금액이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그는 "출장, 부품비는 납득이 가지만 수리비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패널을 분리하고 교체하는 데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며 "패널 교체가 9만 원이나 들 만큼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작업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경기 평택시에 사는 유 모(남)씨 역시 과한 수리비용을 요구 받았다고 했다. 유 씨는 LG전자에서 구매한 천정형 에어컨이 고장나 업체에 출장 수리를 요청했다. 타 가전 회사에서 에어컨 시공 경력이 있던 그는 수리비용으로 총 15만 원 정도를 예상했으나 수리 기사로부터 출장비 1만8000원, 부품비 5만 원, 수리비 19만 원 등 약 25만 원의 견적을 받았다. 유 씨가 “천정형은 고난도 기술이라 부르는 게 값인거냐”며 항의하자 그제서야 업체는 수리 가격을 낮춰주겠다며 몸을 낮췄다.

가전제품 출장 수리를 받으면 당연히 수리 서비스 비용이 청구된다. 하지만 수리 서비스 비용 중 ‘수리비’ 항목으로 책정되는 비용의 산정 기준이 모호해 업체와 소비자 간에 갈등을 빚고 있다. 일각에서는 업체가 폐쇄적인 정보 비공개 관행을 풀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 국회에서는 수리권(right to repair) 관련 법안도 발의되고 있다. 대선 후보의 공약에까지 포함되면서 수리비 정보 공개를 향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는 수리비로 청구되는 요금이 적정한 가격인지 알기 어려워 제조사에서 요구하는 대로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수리비용이 비교적 저렴한 사설업체에 맡기고 싶어도 ‘사설 수리를 받으면 품질보증이 안 된다’는 제조사의 말에 포기하는 일이 다반사다.

모든 가전업체는 수리 서비스 비용 산정을 출장비, 부품비, 수리비(기술료)의 합으로 계산한다. 출장비는 가격이 고정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출장비를 ▲거리와 상관없이 동일하게 1만8000원 ▲평일 18시 이후 또는 주말, 공휴일은 2만2000원으로 안내하고 있다. 반면 부품비는 원자재 값, 물류비용 등 원인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가격을 고정하여 산정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문제는 수리비다. 수리비는 산정 기준도 모호할 뿐 아니라 정확한 정보 공개조차 없다. 가전 업체 대부분은 ‘수리하는 데 필요한 수리시간과 기술 난이도 등에 따라 별도 선정한 수리비 기준표를 따른다’고 안내한다. 하지만 업체가 말한 수리 시 필요한 시간과 기술 난이도 등 산정 기준이 애매한데다 일반 고객들이 ‘수리비 기준표’의 정보를 알기 어렵다. 수리 후 수리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명세표를 받아야만 알 수 있는 구조다.

업계는 공정하고 투명한 과정을 거쳐 수리 서비스를 진행하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소위 ‘바가지 요금’을 씌울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말하면서도 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수리비 정보 공개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리 시간과 기술 난이도를 종합적으로 측정해 전산화돼 있어 엔지니어가 수리한 부위를 체크하면 (요금이) 자동 책정되는 시스템”이라며 수리비 산정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수리비를 책정하는 기준표를 갖고는 있지만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다만 “수리를 받으시는 고객이 수리 기준표를 요구하면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수리 난이도에 따른 기술료는 수리 소요 시간에 따라 측정 비용을 산정한다. 수리소요시간은 그동안 진행됐던 동일한 서비스의 소요 시간의 평균값을 고려해 산정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고객이 (수리비에 관해) 이의를 제기하면 어떤 기준으로 수리비가 산정 됐는 지 알려드릴 수는 있지만 대외적 공개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유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는 기술료 산정 기준이나 공임비 자체가 자체 노하우 이기에 대외적으로 알려지면 안 되는 비밀 중 하나"라고 했다.

위니아딤채 역시 “영업상 비밀이라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도 수리비 책정 기준은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리비 기준의 모호함을 지적하며 고객들에게 정확한 정보 공개를 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 소비자정책과에도 여러번 문의가 들어온 사안"이라며 “영업 비밀에 저촉되지 않는 정보에 한해 (수리비 관련) 정보 공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수리비 정보 공개를 법적으로 의무화 할지, 기업의 자율에 맡길지는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객이 수리비용을 내면서 어떤 항목에 얼만큼의 비용이 책정되는 지 구체적인 내용을 알릴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가 수리 비용을 지불할 때 비용의 산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수리권에 대한 논의가 진행중이다. 국회에서는 지난해 ‘수리할 권리’에 관련된 법안이 여러차례 발의 됐다. 특히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 12월 ‘수리할 권리에 대한 법률’을 발의하면서 소비자의 하나의 기본권으로 수리할 권리를 선언하는 한편 수리할 권리 보장을 위한 제조사의 의무와 책임을 명시하는 등 수리권과 관련한 내용을 담았다.

대선 후보들도 수리권 관련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달 9일 명확행(이재명의 확실한 행복) 공약으로 소비자 수리권 확대를 약속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역시 소비자 전자제품 수리권 보장 공약을 내며 “소비자의 권리 보호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천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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