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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5분 만에 취소해도 '상품준비 중' 뜨면 반품비 폭탄...기만행위 막을 기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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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5분 만에 취소해도 '상품준비 중' 뜨면 반품비 폭탄...기만행위 막을 기준 없어
공정위, "현재 논의 사항 아냐"
  • 이은서 기자 eun_seo1996@csnews.co.kr
  • 승인 2023.06.05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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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1=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 5월 30일 머스트잇에서 30만 원짜리 신발을 구매했다가 5분 뒤 취소했다. 구매하자마자 취소한 상황이라 반품비가 부과될 줄 몰랐지만 금새 ‘배송 준비 중’ 상태로 바뀌어 반품비(왕복 배송비) 4만9800원이 차감된 나머지 금액만 돌려받게 됐다. 주문 후 5분 만에 배송이 준비된다는 게 납득되지 않았지만 따로 문의는 하지 못했다고. 김 씨는 “일부러 주문 취소를 막기 위해 상품이 출고가 안 됐음에도 배송 현황을 바꾸어 반품비를 물게 하는 수법이 아닌지 의심이 간다”라고 말했다.  

# 사례2= 서울 동작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5월 30일 저녁 10시30분경 11번가에서 책장 2개를 7만 원에 구매했다. 3시간 뒤인 새벽에 주문을 취소했는데 반품비 2만3000원이 부과된다는 안내를 봤다. 다음날 판매자에게 묻자 “상품이 이미 출고됐다”는 답변을 받았다. 밤늦게 주문한터라 납득하기 어려웠던 이 씨가 따져 물었지만 “야간 상차를 하고 있어 실제 배송이 시작된 게 맞다”고 해 결국 반품비를 냈다. 이 씨는 “실제 상품이 출고가 됐는지 알 수 없는데 판매자 말만 곧이곧대로 받아 들여야 하나. 실제 배송 상황에 대한 증빙이 필요해 보인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온라인몰, 플랫폼 등에서 주문 직후 '상품준비중' '배송준비중' 단계에서 결제를 취소했는데 반품 배송비를 물었다는 소비자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온라인몰들은 사이트에 '결제완료' 단계에서만 배송비 차감 없이 취소가 가능하고 '배송준비중' '상품준비중'일 때는 취소가 거부되거나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실제 상품이 발송됐는지 소비자가 알 수 없는 구조다 보니 주문 취소를 막기 위한 장치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전자상거래법에는 이 같은 반품비 부과 시점에 대한 규정이 없다 보니 관련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결제 직후 주문을 취소했는데 반품비를 물어야 했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짧게는 주문한 지 5분도 안 된 시점에도 "제품이 출고됐다"며 반품비를 부과 받았다는 사례가 쇄도한다. 특히 해외 배송이 대부분인 패션플랫폼의 경우 반품비도 고액이다 보니 소비자 불만이 더 크다.

사례로 나온 업체뿐 아니라 G마켓, 옥션, 인터파크, 쿠팡, 티몬, 위메프 등 판매자가 입점해있는 대부분 온라인몰에서 나타나는 갈등이다.

하지만 '상품 준비중' '배송 준비중'이라고 해도 실제 상황은 판매자만 알 수 있는 구조다보니 주문 현황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공정위의 세부 규정과 중개업체인 온라인몰, 플랫폼의 규정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한다. 
 

▲온라인몰 공지에는 구매 취소는 결제 완료 상태에서만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온라인몰 공지에는 구매 취소는 결제 완료 상태에서만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머스트잇과 11번가 측은 판매자가 주문 현황을 '배송 준비 중'으로 변동할 때 별도 확인 절차를 밟고 있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배송 준비 중' 단계에서 발송이 된 거라면 반품비를 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머스트잇 측은 판매자가 ‘배송 준비 중’ 상태로 변경할 때 별도의 입증을 하진 않지만, 실제 출고가 된 게 맞는지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소비자 불만이 접수될 경우에는 판매자에게 입증 자료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11번가 측도 오픈마켓 형식이기에 판매자가 실제 상품을 발송한 것인지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비자 민원이 접수되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되면 판매자에게 입증 자료 제출 등으로 소명을 요청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전자상거래법 제21조에는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등 행위는 금지된다고 나와 있을 뿐, 이러한 행위를 제한할 만한 구체적 규정은 없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이 같은 문제 행위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의 신고가 공정위에 들어온 후 문제가 된다고 판단된다면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공정위의 적극적인 개입이 중요하다고 봤다. 반품비가 부과되는 시점에 대해 공정위가 명확하게 규정하는 등 기준을 마련할 필요하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예를 들어 주문 후 1시간 이내에는 주문 취소를 해도 반품비를 부과하면 안 된다는 식의 규정이 필요하다. 공정위는 이를 명확하게 제도화해 업체들의 문제 행위를 막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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