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버거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수제'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나 규정이 없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한 때 앞다퉈 '수제'를 내세웠던 대형 햄버거프랜차이즈들이 관련 문구를 삭제한 반면, 일부 업체는 자동화 생산라인에서 패티를 생산함에도 '수제버거'임을 강조하는 바람에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수제버거'라는 홍보문구 자체를 규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프랭크F&B의 프랭크버거는 지난해 9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프랭크버거 정통 미국식 프리미엄 수제 패티 생산 공정’이라며 패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서 모든 패티 생산 공정이 자동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는 공정은 오직 최종 단계인 ‘포장’ 외엔 없었다.
이 영상을 본 소비자들은 '수제'라고 해서 일반 버거와 달리 사람의 손이 더 간다고 생각했는데 제조공정이 다른 프랜차이즈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프랭크버거 측은 전 라인 자동화 생산되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 햄버거 프랜차이즈와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프랭크버거 관계자는 “고기를 갈고 후추 등 향신료를 함께 섞어 냉동한 제품을 사용하는 일반 패스트푸드점의 버거 패티와 다르게, 프랭크버거의 패티 생산과정은 원육을 갈아 냉동시키는 것으로 끝난다”며 “이후 매장에 주문이 들어오면 패티에 소금이나 후추같은 양념과 양파 등을 곁들여 직접 조리하기 때문에 수제버거를 표방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거 브랜드 중 SPC그룹의 쉐이크쉑 역시 패티를 공장에서 생산한다. 냉동 전 고기에 간을 하지만 이후 매장에서 후추, 소금 등 양념을 곁들여 조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SPC는 지난 2016년부터 ‘수제버거’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있다.
bhc그룹의 슈퍼두퍼는 미국에서 들여온 신선육을 패티로 만든 후 기본 맛의 틀을 잡기 위한 극소량의 후추와 소금을 첨가한 후 매장에 전달한다. 매장에선 후추와 소금 등 양념으로 다시 한 번 간을 맞춰 조리, 소비자에게 제품을 전달한다.
특히 슈퍼두퍼는 냉동하지 않고 신선육 상태에서 곧바로 패티를 조리한다고 밝혔다. 슈퍼두퍼 역시 홈페이지 확인 결과 브랜드 소개와 버거 메뉴 소개 등에서 ‘수제버거’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있다.
맥도날드도 냉동 패티에 간은 돼 있지만 매장에서 조리하며 양념으로 간을 맞추고 있다.
종합해보면 프랭크버거의 패티는 생산과정이 모두 자동화된 상태지만 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제버거를 표방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이 수제버거의 기준이 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한 프랜차이즈 버거 업계 관계자는 “수제버거가 무엇이라고 정의내리긴 어렵지만, 매장에서 가공되지 않은 신선육으로 패티를 직접 요리하는 것이 수제버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버거 업계 관계자는 “수제버거에 대한 업체마다 서로 다르고 정해져 있는 게 없지만 매장에서 조리되는 패티가 냉장도 아닌 냉동인데 수제를 표방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프랭크버거가 공개한 유튜브 영상 댓글란에는 “기계가 만드는데 어떻게 수제버거냐” “기계가 만들고 조립만 하면 수제인가” “왜 수제 패티지?” 등 패티 생산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식품의약안전처 식품표시광고정책과 관계자는 "수제와 같은 홍보문구에 대해 따로 규제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이같은 광고문구들에 대해서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고 밝혔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수제'의 정의는 '손으로 만듦'을 뜻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최형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