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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슈퍼카 인수 당일 에어컨 먹통...신차 고장인데 해법은 무한 수리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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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슈퍼카 인수 당일 에어컨 먹통...신차 고장인데 해법은 무한 수리 뿐?
일상적 품질 문제, 소비자 구제책 마련 필요
  • 이철호 기자 bsky052@csnews.co.kr
  • 승인 2023.11.1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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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사는 전 모(여)씨는 지난 7월 약 3억 원에 달하는 2023년식 맥라렌 GT 신차를 인수 받았다. 그러나 이름값도 못 하고 인수 당일부터 에어컨에서 찬 바람이 나오지 않아 30도가 넘는 찜통 더위 속에서 고생해야 했다. 맥라렌 딜러 측에서는 처음 증상이 발생했을 때 통유리 선루프 때문에 내부가 더운 거라고 이야기했으나 AS센터에서는 에어컨 냉매와 가스가 통과하는 O링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전 씨는 "고가 차량인데 에어컨이라는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서도 검수하지 않고 출고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맥라렌 측은 "고객의 입장을 고려해 무상수리 이외에 엔진오일 무료교환 1회, 캐리어 지원 제공을 약속했다"며 "서비스센터의 대응은 신속히 이뤄졌고 정상적으로 수리가 완료, 출고됐다"고 말했다.

# 강원도 춘천에 사는 최 모(여)씨는 지난 10월 기아의 신형 쏘렌토를 구매한 지 5일 만에 브레이크나 액셀을 밟을 때 소음을 느끼는 등 이상 증상을 경험했다. AS센터에서 진단한 결과는 '미션 고장'이었다. 최 씨는 신차 교환을 요구했으나 기아 대리점과 AS센터에서는 규정상 이유로 교환을 거부했다. 최 씨는 "자동차를 인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이상이 생겼다는 건 차에 결함이 있다는 뜻인데 업체의 대응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아 측은 "고객과의 상담 후에 차량 수리를 진행해 고객에게 다시 전달할 예정"이라며 "고객 차량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검수와 진단을 거쳐 적절하게 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 경기도 광주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 5월경 BMW 530i 모델을 구매한 지 일주일 만에 운전자 시트 밑바닥에서 발열을 느꼈다. 5개월이 지난 11월에도 발열이 감지돼 이 씨는 불안해하고 있다. 이 씨는 "공식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검사했지만 차량에는 이상이 없다는 말뿐 왜 발열이 일어나는지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지금도 주행 중 발열이 심한지 수시로 확인해야 해서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토로했다. BMW 측은 "서비스센터에 차량을 입고한 후 어떤 문제인지 확인하고 원인에 따라 수리를 진행한다"며 "대차 서비스 제공 여부는 서비스센터의 재량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 경기도 고양에 사는 장 모(여)씨는 지난 5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구매한 이후 얼마 안 돼 브레이크와 액셀 페달을 밟을 때마다 기분 나쁜 소음을 경험했다. 3개월 간 에어컨 고장 두 번에 시동 버튼을 두 번씩 눌러야 간신히 시동이 걸리는 문제도 있었다. 장 씨는 "당시 서비스센터를 세 차례 방문했지만 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부품이 없어 못 고치는 일도 있었다"며 "신차를 산 뒤 여러 번 수리센터를 방문하면서 시간과 비용 낭비가 엄청났다"고 하소연했다. 쉐보레 측은 "차량을 구입한 고객에게 차체 및 일반 부품은 3년/6만km, 엔진 및 동력 전달 계통 주요 부품은 5년/10만km 보증을 제공하고 있다"고 답했다.

신차를 인도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안전과 연관된 주요 부품이 고장 나거나 품질 불량으로 차량 이용에 불편을 겪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AS센터에서는 고객이 요구한 보상이나 조치를 거부하는 사례도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더 커지고 있다.

제조사,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문제다 보니 신차 불량에 대한 보상 확대는 물론 제조 단계부터 꼼꼼한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1년간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제기된 신차 고장·불량 사례를 분석한 결과 현대차·기아·르노코리아·쉐보레 등 국산차는 물론 BMW·벤츠·폭스바겐 등 수입차 브랜드 역시 구매한 뒤 잦은 고장이나 품질 불량으로 불편을 겪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맥라렌·마세라티 등 스포츠카·슈퍼카 브랜드에서도 신차 구매 후 품질 이슈가 발생했다.

개중에는 운전자의 안전에 심대한 위험이 될 수 있는 문제도 있었다. 중형차를 인수한 지 사흘 만에 붉은 경고등이 뜨면서 주차 브레이크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 문제가 생기는가 하면 대형 트럭 신차를 인수한 지 4일 만에 미션이 파손돼서 주행 도중 차량이 멈추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박진혁 서정대 자동차과 교수는 "변속기 고장처럼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문제라면 리콜 조사가 필요하다"며 "차량 품질과 관련된 문제라도 다수의 차량에 발생할 경우 국토부에서 무상수리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자동차 품질보증기간 이내에 재질이나 제조상 결함으로 고장이 발생했을 경우 부품 교환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차체 및 일반부품은 2년/4만km, 엔진 및 동력전달장치는 3년/6년km다. 

특히 차량 인도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주행 및 안전도 등과 관련한 중대 결함이 2회 이상 발생했을 경우 차량 교환이나 환급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신차를 인도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고장이 나도 보증수리나 교환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브레이크를 조작할 때마다 귀에 거슬리는 소음이 나는데도 매번 발생하는 게 아니라는 이유로 수리가 되지 않는가 하면 소형 전기차를 운행한 지 한 달 만에 트럭 신차를 구매한 지 5시간 만에 천장에서 비가 새는데도 수리를 제때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자동차 업계는 관련 규정에 따라 신차에 문제가 있다면 보증수리, 교환 등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과실로 차량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제조품질에 문제가 있을 경우 보증수리를 받을 수 있다"며 "국내 자동차 업계는 레몬법을 비롯한 관련 법규에 따라 차량 고장에 대해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신차를 고객에게 전달하기 전에 차량의 부품, 상태 등에 이상이 있는지 체크하고 있다"며 "고객이 차량 사용 도중 불편을 호소한다면 딜러사와의 협의를 통해 고객의 불편사항을 확인하고 이에 따라 고객과의 협의를 거쳐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차 고장·불량으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에 대한 보상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조윤미 미래소비자행동 대표는 "신차 구매 후 차량 품질 불량과 관련된 소비자 제보가 이어지고 있는데 현재는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품질 문제에 대한 소비자 구제 대책이 부족하다"며 "보상 체계가 좀 더 촘촘하고 강력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더 나아가 차량 설계, 제조 단계에서부터 주의를 기울여 차량 고장이나 품질 불량이 발생하는 것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팀장은 "소프트웨어나 배터리를 비롯해 중요한 부분에서 설계 오류가 있는 차량을 그대로 소비자에 선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처음부터 신차를 제대로 만들어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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