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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재규어 XF 2.7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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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재규어 XF 2.7D
  •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csnews@csnews.co.kr
  • 승인 2008.05.0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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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라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말이 전 국민적으로 회자된 적이 있다. 재규어가 이 회장의 고언을 받아들였다. ‘전통’ ‘보수’의 이미지로 연상되던 브랜드 재규어가 완벽한 변신을 감행했다. 지난달 25일 재규어XF 2.7D를 유채꽃이 만발한 제주에서 만났다.

재규어XF는 기존 모델의 신형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젊은 스포츠 세단’이었다. 외관은 재규어의 심벌이라 할 수 있는 보닛 위의 맹수 엠블럼을 없애고 전통의 크롬매시그릴을 넓혔다. 보닛의 구김은 기존보다 더욱 중앙을 향하게 만들어 보다 날렵한 앞모습을 연출했다. 영락 없는 웅크린 맹수다. 뒷모습은 재규어의 새 수석디자이너가 어디 출신인지를 말해준다. 영국의 대표적인 고성능 럭셔리 스포츠카 애스턴마틴 사에서 온 이적생 이안 칼럼의 작품이다. 언뜻 봤을 때는 애스턴마틴과 구분이 안 갈 정도다.

외관의 변화는 시작에 불과했다. 수십년 동안 재규어의 센터페시아를 지켜온 재규어 고유의 J-게이트 기어박스가 사라졌다. ‘도대체 어떻게 기어 변속을 하라는 거야’라는 생각으로 일단 시동 버튼을 누르자 점잖게 솟아오르는 조그셔틀이 ‘잘 부탁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악수를 청한다. 세계 최초의 로터리식 기어변속기다. 기존의 다소 ‘Oldish’한 짙은 초록색 계열의 심벌색도 과감히 버렸다. 계기판 색부터 문짝 내부까지 퍼지는 코발트블루 계열의 간접조명은 젊은 감각을 드러낸다.

제주의 해안도로로 나갔다. 디젤엔진임에도 진동과 소음이 적다. 오히려 스포츠 세단임이 무색하다. ‘스포츠’보다는 ‘세단’에 방점을 두고 있음이 엿보인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기어가 D레버에 있을 때 이야기다. 로터리 변속기를 돌려 스포츠 S모드로 바꿨다. 가히 폭발적인 가속력 속에 XF의 엔진음 자체가 달라졌다. 산굼부리를 지나 성읍민속마을을 지나치는 동안 맹수를 길들이는 운전자에게 제주의 아름다운 경치 감상은 사치였다. 특히 스티어링휠 뒤에 바짝 밀착된 팁트로닉은 짧은 변속 타이밍으로 파워풀한 운전의 진수를 보여줬다. 유난히 급커브길이 많은 제주의 국도에서 XF는 단단한 섀시 강성을 보이며 당당한 코너링을 선보였다. 207마력에 최대토크는 44.4Kg.m은 버킷시트의 미비가 아쉬울 지경이다.

XF는 지금까지의 재규어들 가운데서도 1922년 이래 지속된 ‘Beautiful Fast Car’라는 슬로건에 가장 잘 맞는 모델이다. 그러나 유럽 디젤의 우렁찬 소리맛을 아는 소비자들에겐 다소 실망감을 줄 수도 있는 가벼운 엔진음은 옥에 티가 아닐까. 제주를 울리는 재규어의 포효를 기대했던 만큼 아쉬운 대목이다.

윤정식 기자(yjs@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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