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개별 품목마다 원가 상승분을 파악하기 어렵고 모든 품목이 결국에는 원자재 가격 급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해서 인플레이션에 편승했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들 부문이 상대적으로 수입물가 및 환율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짙다는 분석이다.
특히 해당 부문의 평균 가격상승률보다 2배 이상 가격이 뛴 품목들이 적지 않다는 점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 일부 음식값, 평균보다 3~4배 급등
올 1-5월중 외식 부문의 평균 가격상승률은 3.6%였는데 몇몇 품목들은 평균에 비해 3~4배나 높게 가격이 올랐다.
김밥값은 작년말에 비해 16.1%로 가장 많이 올랐고 자장면(12.3%), 피자(11.1%), 짬뽕(10.4%)도 두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볶음밥(8.7%)과 칼국수(7.7%)도 상승폭이 컸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조리 비용이 높아지고 국제 곡물가의 상승도 원가에 부담을 줬을 수 있지만 몇몇 품목의 가격상승이 평균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는 점에서 편승 인상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월별 가격상승률을 보면 김밥은 3월 12.4%, 4월 15.3%, 5월 16.1%로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지난 96년 이후로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까지 김밥의 가격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해는 1998년(7.0%)이었다.
볶음밥은 3월 9.1%, 4월 9.6%, 5월 9.8% 등으로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최고치였던 2003년 5월의 7.6%보다 높은 수치다. 라면값도 지난 3월 21.1%나 폭등하며 98년 7월의 23.6% 이후로 가장 큰 폭으로 올랐고, 짬뽕도 올 2월부터 두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임종룡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개별 품목의 원가를 분석해 특정 품목을 지목하기는 어렵지만 외식이나 수입제품 등에서 원가상승분보다 더 올리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개인서비스도 인상폭 과다
개인서비스(외식 제외) 부문에도 가격 인상의 이유를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품목들이 많다. 이 부문은 원자재가격 급등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고 물가상승의 또 다른 요인인 환율 상승과도 사실상 무관하기 때문이다.
1-5월중 개인서비스부문의 평균 가격상승률(3.8%)과 비교하면 교육기관 납임금, 자동차 학원비 등의 상승률이 눈에 띈다.
납입금 중에서는 국공립대학원이 9.0%, 유치원이 8.4% 오르며 상승을 주도했다. 전문대학은 7.7%, 사립대학교는 7.4%, 대입학원비(종합)는 7.2%씩 올랐다. 자동차학원비도 올 들어 8.4% 올라 평균의 2배 가까운 상승률을 나타냈다.
그밖에 골프장이용료(7.2%)와 운동경기 관람료(7.1%), 보육시설 이용료(6.6%)도 비교적 많이 올랐다. 월별 상승률을 보면 세차료가 5월 중 5.9%가 올라 2003년 10월의 6.7% 이래로 상승폭이 가장 컸다.
호텔 숙박료는 5월에 4.7% 올라 5월 기준으로는 2002년 10.2% 이후로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5월 상승률은 2003년 3.0%, 2004년 -10.3%, 2005년 -10.1%, 2006년 -0.6%, 2007년 -2.9%였다.
미용료도 1월 2.7%, 2월 3.6%, 3월 4.0%, 4월 4.9%, 5월 5.4% 등으로 점점 상승률이 높아지고 있다. 5.4%는 지난 2003년 10월의 5.6% 이후 최고치다.
보습학원비의 경우 1월 7.1%, 2월 7.0%, 3월 7.3%, 4월 6.3%, 5월 6.9%씩 오르면서 98년 외환위기 이후로 최고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대입전형료도 작년 12월 10.9%가 올랐는데 이 또한 1996년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그동안 최고 상승률은 1996년 12월의 8.7%였다.
한방진료비도 올 들어 8.0%나 가격이 올랐는데 이는 2001년 이후로 가장 큰 상승률이다. 대리운전 이용료 역시 1월 4.5%, 2월 3.8%, 3월 2.1%, 4월 3.2%, 5월 3.5%씩 상승하며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6년 이후 가장 많이 오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실장은 "요즘처럼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수요 압력에 따른 가격인상 요인은 없다고 보면 된다"며 "그렇다면 원자재가 등 공급 쪽에서 요인을 찾아야 하는데 수입원자재와 무관한 개인서비스 부문 등에서 가격이 오른 것은 편승해서 인상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 다른 부문은 편승인상 없나
외식과 개인서비스 이외의 다른 부문에서도 편승 인상의 사례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원자재가 상승으로 당장 원가부담이 늘었다 하더라도 그 이상으로 가격을 올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 1-5월 중 가격상승률을 보면 출판 부문에서는 신문이 20.0% 올랐다. 기타 공업제품 중에서는 세탁비누 가격이 올들어 무려 41.7% 폭등했고 연탄도 17.3%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그밖에 섬유연화재(11.1%)와 연탄(17.3%)도 두자릿대의 가격상승률을 나타냈다.
화장품 중에서는 썬크림이 22.1%나 올랐고 클린징크림도 13.1%의 가격상승률을 보였다. 가공식품 중에서 국수가 39.6%로 가장 많이 올랐고 밀가루(36.7%), 부침가루(30.2%), 비스킷(32.1%), 참기름(20.4%) 등도 눈에 띄게 가격이 상승했다.
의약품 부문에서는 감기약이 5월에 14.2% 상승했는데 이는 1995년의 19.8% 이후 최고치이고 혼합비타민제 값도 1월 10.3%, 2월 10.8%, 3월 8.0%, 4월 7.8%, 5월 6.5% 등으로 2003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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