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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회사 또 '노점상' 영업경쟁..무이자 할부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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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회사 또 '노점상' 영업경쟁..무이자 할부 '펑펑'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8.06.2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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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신용카드사들의 영업 경쟁이 격화되면서 카드 부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카드사들은 경기 부진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것으로 예상되고 작년 하반기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이 줄어들자 신규 회원 모집에 열을 올리는 동시에 무이자 할부와 같은 마케팅을 강화하며 카드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

   물가 급등과 경기 하강으로 그 어느 때보다 합리적인 소비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의 과당 경쟁은 소비자들의 빚 부담만 키우고 경기가 지금보다 나빠질 경우 소비자와 카드사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 길거리 모집.무이자 할부..영업비 `펑펑'
23일 금융당국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비씨.신한.삼성.현대.롯데카드 등 5개 전업 카드사들이 올 1분기에 쓴 회원 모집과 유지, 마케팅 등 영업비용은 2조4천979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31%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영업수익(매출액) 증가율 22%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카드사들이 그만큼 과당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뜻이다.

   여신금융협회의 집계 결과, 카드 모집인은 2003년 카드 부실사태 직후인 2004년에는 1만6천783명에 머물렀으나 올해 5월 말에는 2배가 넘는 3만6천765명에 달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농협 등 은행계 카드사도 모집인을 활용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전체 신용카드 발급 장수는 2007년 3월 말 9천207만장에서 작년 말 8천956만장으로 줄었다가 올해 3월 말 9천67만장으로 다시 9천만장을 넘어섰다.

   이처럼 회원 모집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길거리 모집과 고가의 사은품 제공 등 불법 행위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한 카드사가 다른 카드사의 불법 회원 유치 행위를 점검해 금융당국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L카드사는 연회비의 10%로 제한한 경품 제공 규정에 어긋나는 고가의 가방을 신규 가입자에게 줬으며 S카드사와 L카드사는 위락시설처럼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길거리에서 회원을 모집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길거리 모집을 하다 적발되면 2천만원의 과태료를 받을 수 있지만 회원 확보가 절실한 후발 카드사의 경우 이를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보고 길거리 모집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카드사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고객이 결제할 때 자사 카드를 이용하면 2~3개월의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다는 팝업창 광고를 하며 그 대가로 쇼핑몰 지불대행업체에 분기마다 2억~3억원을 지급하고 있다. 예컨대 8개월 할부를 하는 고객에게 4개월만 수수료를 부담하도록 하면서 카드 사용을 유도하는 마케팅도 성행하고 있다.

  
◇ 부실우려 커져..금감원, 무이자할부 억제 등 감독강화
카드사들의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1분기 전업계 카드사들의 영업이익은 6천988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 순이익은 6천358억원으로 43.3% 감소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효과의 가시화, 마케팅 비용 증가, 대손충당금 적립 강화 등으로 앞으로 이익 감소가 뚜렷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3월 말 전업계 카드사들의 카드채권 연체율은 3.52%로 작년 말보다 0.27%포인트 하락했지만 이는 후행 지표라는 점과 물가 급등에 따른 국민 실질소득 감소, 경기 둔화세를 감안할 때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은행계 카드사들의 카드채권 연체율은 전업계 카드사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작년 말 1.3%에서 올해 3월 말 1.4%, 5월 말 1.8%로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는 은행 전체 대출채권의 연체율 1.04%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특히 카드사들이 중장기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수수료나 이자 할인 행사를 벌이며 카드 할부와 카드론 이용을 부추기고 있는 것도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카드 할부 이용액은 작년 3분기 13조6천억원에서 4분기 16조3천억원, 올해 1분기 18조3천억원으로 늘어났다. 카드론 이용규모는 같은 기간 4조3천억원에서 4조6천억원, 4조7천억원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최근 카드사들에 장기 무이자나 수수료 할인 등의 마케팅을 자제하도록 권고했으며 수익성 분석에 근거해 영업을 하고 있는지도 점검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드사별 건전성을 면밀히 감시하고 필요하면 직접 규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정찬우 선임연구위원은 "카드사들이 고객을 늘리기 위해 과당 경쟁을 벌이는 것은 문제"라며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연결될 뿐 아니라 무이자 할부 등을 통해 과잉 신용공여가 이뤄질 경우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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