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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천장 뚫고 치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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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천장 뚫고 치솟아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8.07.0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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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이후 꿈틀대기 시작한 소비자물가가 올해 들어 급등하더니 마침내 외환위기 직후 수준인 5% 중반대에 올라섰다.

   이처럼 물가 급등세가 지속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제유가의 폭등세에 따른 것이어서 물가의 고공비행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유가 급등으로 휘발유, 경유 등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석유관련 제품 뿐 아니라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먹거리와 교육비, 서비스요금 등도 덩달아 올라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잇다.

   정부는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물가와 서민생활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물가 상승이 고유가 등 대외변수에 따른 것이라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 소비자물가 상승률 환란 이후 최고
통계청이 1일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5% 상승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1월 3.9% 상승하며 정부의 물가안정목표치를 넘어선 이후 4월에는 4%를 돌파했고, 6월 들어 마침내 5%대로 올라섰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6.8%) 이후 10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물가 급등세가 이어지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제유가 상승이 계속적으로 국내 물가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분석에 따르면 국제석유제품 가격 상승은 1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에 반영된다.

   실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5.5%) 중 석유류가 1.93%포인트를 차지했다. 전체 물가 상승분의 35% 가량이 석유류 제품의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다.

   유가 및 원자재 상승으로 원료비 부담이 커지자 공업제품 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으며, 유가와 큰 상관이 없는 개인서비스 요금 등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등으로 고공비행을 거듭하고 있다.

   6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3% 상승, 역시 1998년 11월(4.4%) 이후 최고를 기록했으며 품목별로 물가 상승률을 살펴봐도 서민들이 '먹고, 입고, 타는' 실생활에 가장 기초적인 품목들이 크게 올랐다.

   ◇ 고삐풀린 생활물가..MB물가 7.7% 치솟아
구체적으로는 돼지고기(27.2%), 조기(24.8%), 달걀(20.6%) 등 농축수산물은 물론, 비스킷(36.9%), 빵(17%), 스낵과자(15.7%), 라면(14.5%) 등 서민들의 주로 찾는 먹거리 제품의 가격은 대부분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도시가스(10.5%), 미용료(6%), 보육시설이용료(6.6%), 공동주택관리비(5.5%), 대입 종합학원비(7.2%) 등 서비스요금과 교육비 등도 큰 폭으로 올라 서민 생활고를 가중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 산출에 포함되는 489개 품목 중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고 가중치가 높은 52개 품목을 별도로 산출한 이른바 'MB 물가지수'는 6월에 114.7을 기록해 지난해 6월(106.4)에 비해 7.7% 급등했다.

   이는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5.5%에 비해 2.2%포인트 높은 수치로 필수품목의 물가상승폭이 여타 일반 품목에 비해 더 컸다는 의미다. 또 한국은행의 물가목표 상한선인 3.5%에 비해서도 두 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5월중 MB지수의 작년동월대비 상승률은 6.6%였다.

   정부는 MB지수에서 가장 큰 가중치를 차지하는 주거비가 전월세 가격 상승률을 제 때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지수 공개를 꺼리고 있다.

   MB지수 52개 품목에서 전월세 등 주거비를 제외한 50개 품목의 지수는 117.3으로 1년 전의 107.5에 비해 9.1% 치솟았다.

   품목별로 보면 국제 곡물가격 및 유가 급등과 연관된 품목들의 가격 상승 현상이 두드러졌다. 5월 밀가루 가격 지수는 203.8로 1년전에 비해 88% 상승했다. 밀가루가 원료가 되는 빵.스낵과자.라면.자장면 등도 13.8~17% 올랐다.

   ◇ 고유가 지속..물가 고공비행 불가피
국제유가의 급등이 물가앙등을 이끌고 있지만 당분간 고유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물가도 상당기간 고공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은 지난해 1분기 평균 가격은 배럴당 57.55달러였으나 올해 1분기 평균가격은 97.89달러로 70% 급등했다.

   WTI 선물가는 올해 들어서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2월19일 배럴당 100달러 시대를 열었고 이후 4개월여만인 지난달 30일 장중 143.67달러를 기록 사상최고치를 나타냈다. WTI 선물가는 올해 상반기에만 45.9% 급등했다.

   우리나라 주 도입 유종의 기준가격인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지난해 1분기 평균가는 배럴당 54.99달러였으나 올해 1분기에는 91.38달러로 66% 급등했으며 지난달 30일 배럴당 136.16달러로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달 4일 모건스탠리가 아시아 수요증가 영향으로 7월4일까지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을 당시 시장에서는 이례적 분석이라는 평이 있었지만 실제로 150달러 가까이 치솟았다.

   아울러 '슈퍼-스파이크(Super-Spike)'를 주장했던 골드만삭스가 지난달 초 내놓은 국제유가가 2010년까지 배럴당 200달러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불가능하게만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달러화 약세가 우려되고 이란 등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커지고 있으며 미국 허리케인 시즌도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서 고유가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원유시장은 투기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달러화 가치의 변동에 따라 등락이 달라지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상이 달러화 약세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이 유가 상승세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정부, 물가잡기 대책 고심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경제의 최대 화두로 부상함에 따라 정부는 기존의 '성장' 우선 정책을 잠시 용도 폐기하고 물가 및 민생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가장 고통을 받는 이들은 서민"이라며 "물가를 안정시키고 서민의 민생을 살피는 일을 국정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유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우선 10조5천억원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하기로 하고 정부 차원의 미시 대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고유가대책에는 근로자.자영업자.사업용 차량에 대한 유가 환급금, 저소득층에 대한 유가지원금 등이 포함된다.

   원가 상승 때문에 손실이 누적되고 있는 전기.가스 등 부분에 1조2천억원의 재원을 투입해 향후 공공요금 인상도 최대한 억제할 방침이다.

   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 등을 동원해 물가 상승에 편승해 가격을 올리는 업체들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대중교통수단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외환보유고를 동원해 달러 매도 개입을 단행,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올라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관리목표 상한선인 3.5%를 크게 넘어서면서 금융통화정책의 동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만 한은이 고물가와 함께 저성장 우려를 동시에 내놓은 점에 주목하면서 당분간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 소비자물가가 5%를 넘는다면 당연히 금리인상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성장률이 3%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한 점도 함께 봐야 한다"며 "금리인상 또는 금리인하를 암시한다기 보다는 물가불안을 더 신경 써서 주시하겠다는 정도의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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