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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민영화 중단에 "속타는 투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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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민영화 중단에 "속타는 투자자들"
  • 임민희 기자 bravo21@csnews.co.kr
  • 승인 2010.12.24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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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매각을 기대했던 관계기관들이 허탈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독자민영화를 꿈꿨던 우리금융지주(회장 이팔성)를 비롯해 경남은행을 놓고 열띤 인수전쟁을 벌였던 부산은행과 대구은행, 광주은행 인수를 희망했던 전북은행과 중국 공상은행 등은 조기민영화가 어려워지고 지방계 은행에 대한 분리매각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 1년여간 독자민영화를 위해 상당한 공을 들여왔던 우리금융지주(회장 이팔성)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 중단에 금융권 허탈

실제로 이팔성 회장과 이종휘 우리은행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은 십시일반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포스코, KT 등 국내 기관투자자를 끌어들여 국민주 방식의 민영화를 도모했다. 또한 HSBC, 모건스탠리 등 해외 기관투자자 등과 접촉하며 투자자 유치에 주력했다.

아울러 민영화를 대비해 지난 9월 정현진 전무(전략․재무 담당)와 박영빈 전무(시너지, IR 담당)를 지주회사 임원으로 신규 선임하고 '민영화 지원 TF팀'을 만들어 향후 실사 등의 민영화 업무를 전담케 하는 등 인력보강과 내부역량을 한층 강화했다.

우리지주는 정부의 우리금융지주 매각 입찰 공고에 우리은행 우량 거래고객 4천여명이 참여한 'W 컨소시엄'과 우리사주조합을 대표로 하는 '우리사랑 컨소시엄' 2곳을 내세워 우리금융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그러나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됐던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승유)가 돌연 외환은행 인수로 급선회하면서 경쟁입찰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우리금융 민영화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우리지주를 제외하고는 LOI를 제출했던 다른 잠재적 투자자들이 지배지분 인수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사실상 경쟁입찰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결국 우리지주는 예비입찰을 앞둔 지난 13일 "유효경쟁 및 경영권 프리미엄과 관련한 기준을 맞추기 어려워 예비입찰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소수 지분 투자자들로 구성된 우리금융의 컨소시엄 형태로는 입찰에 참여하더라도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입찰가를 써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조기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이란 3대 원칙을 고수해왔던 정부도 지난 17일 본회의를 열고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을 중단하고 새로운 매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날 민상기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서울대 교수)은 "정부 보유 지분을 민간에게 일시에 넘기는 민영화가 어려울 경우 민영화 정신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매각방법이 없는지 논의해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혀 블록세일(소수 지분 매각)과 수의계약 등 매각입찰 방식이 아니더라도 다각도의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공자위는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은 분리 매각하지 않기로 했다.

조기민영화 사실상 어려워, 블록세일이 해법?

6년 넘게 지리멸렬하게 끌어왔던 우리금융 매각 작업이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 우리지주를 비롯한 관계기관들은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은 계속돼야 한다"며 정부가 어떤 후속방안을 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지주 민영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민영화 작업을 중단했다기 보다는 경쟁입찰방식을 중단한 것"이라며 "최소 2개월이면 정부안이 나올 것 같은데 그에 따라 다른 민영화작업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독자민영화 추진 여부에 대해 "민영화는 주인을 바꾸는 것인데 좋은 주주들을 안정적으로 구성하기 위해 그간 여러 작업을 해왔다"며 "현재 잠재적 투자자들이 정부의 새로운 안을 기다리고 있는데 만약 대량의 블록세일이 진행된다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인수에 눈독을 들였던 다른 은행들의 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남은행을 인수해 지방은행 최초의 홀딩스(금융지주회사)를 꿈꿨던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은 맥이 빠지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경남은행 인수를 위해 외국계 기관 등 8~9개 기관과 접촉해 투자자 유치까지 끝마쳤던 부산은행은 뜻하지 않은 민영화 암초에 속만 태우고 있다. 광주은행 인수를 위해 국내외 기관투자가들과 접촉하는 등 재원마련에 주력했던 전북은행과 후발주자로 나선 중국계 대형 은행인 공상은행 역시 쓰디쓴 입맛을 다셔야 했다.

이들은 우리지주에 대한 민영화 작업이 빨리 속개돼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분리매각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동부증권 이병건 팀장은 "이번 우리금융 매각이 중단된 배경과 연장선상에서 봤을 때 현실적으로 조기민영화를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우리금융 차원에서는 나쁘지 않겠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3~6개월 사이에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져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1~2년은 지나야 상황변화가 있지 않을까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우리금융의 몸집이 워낙 큰 데다 살 사람이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인 만큼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 차원에서 일부 지분을 블록세일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도 "내년 상반기에 우리지주에 대한 구체적인 민영화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사실상 현 정권 임기 내에 민영화는 물건너 갔다고 보면 된다"며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그리 많지 않아 민영화가 원만히 추진될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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