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황제'로 불리는 '코피 루왁(Kopi Ruwak)'의 정품 여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사향 고양이가 커피를 먹고 배설한 씨앗으로 만들어 독특한 맛을 내는 코피루왁은 희소성 때문에 kg당 최고 수백만원까지 고가에 판매되지만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인기를 끌고 있다.
항간에는 루왁 개체수에 비해 시중에 유통되는 코피루왁 물량이 많다며 다수가 일반 원두커피와 섞은 블렌드 제품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물량 중 90% 가량이 가짜 코피루왁이라고 의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결론적으로 진짜 코피루왁 100%를 구입했는지 확인하려면 인증서가 첨부됐는지, 분쇄되기 전 원두의 표면이 거칠도 크기가 큰 편인지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최선이다.
22일 경기도 용인에 사는 장모(여)씨에 따르면 지난 14일 지인을 통해 구입한 코피루왁의 맛이 이상했다. 장 씨는 평소 커피마니아로 다양한 종류를 즐겨왔는데 경기도 분당의 한 커피전문업체에서 코피루왁 100% 정품이라고 판매했지만, 실제로 맛을 보니 오리지널이 아닌 짝퉁제품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장 씨는 "250g짜리를 23만7천500원이나 주고 구입했는데 맛을 보니, 블루마운틴과 아이리쉬를 살짝 섞은 것 같으면서도 일반 원두커피와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인도네시아산 루왁커피라고 적혀 이는 부분도 '정품'과 다르다는 것. 인도네시아 정부가 정품으로 인정한 제품은 고급스러운 포장에 금박이 박힌 인증서가 첨부된 상태로 판매된다고 한다.
장 씨는 "오리지널 100%가 아닌 것 같아 수소문 끝에 코피루왁 정품을 판매하는 회사에 문의했더니 150g 단위로만 팔고, 250g 용량의 제품은 없다고 했다"며 "그것도 150g짜리 제품을 28만원에 판매할 뿐만 아니라 인증서와 보증서도 함께 제공한다더라"고 말했다.
이어 장 씨는 "매장에 연락해 인증서를 보내달라고 했더니 알고 있던 것(아래 두번째 사진)과 다른 서류를, 그것도 사본을 보내는 등 신뢰성이 떨어졌다"며 "가격이 비싼만큼 가짜가 아닌 정품을 사고 싶었던 것인데 왠지 소비자를 기만 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판매업체 관계자는 "전문가가 인정한 인도네시아의 코피루왁 농장에서 수입한 제품을 판매한 것일뿐 짝퉁이라니 당치도 않다"며 "생두를 주로 수입해 볶아서 판매하고 있는데, 장 씨에게 판매한 제품은 100% 코피루왁이 맞다"고 받아쳤다.
이 관계자는 또 "가격의 경우 장 씨에게 웹사이트를 새로 런칭하면서 할인판매가를 기록한 것일 뿐 코피루왁의 시가보다 저렴하게 팔았다고 해서 100%가 아니라고 의심을 받다니 억울하다"면서 수입내역 등 관련 자료를 구비해 의혹을 씻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코피루왁 정품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장 씨의 경우 이미 커피원두를 분쇄한 상태라 정품인지, 다른 원두와 섞인 제품인지 전문가가 아닌 이상 구분하기 어렵다.
통상적으로 코피루왁 1kg은 17만~20만원에 수입되는데, 시중에서 150g짜리가 30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이마저도 야생에서 루왁의 배설물을 채취해 만든 자연산, 비싼 커피원두가 생산되는 지역의 루왁인지 제조환경 등에 따라 10배 이상 가격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피문화원 최성일 원장은 "루왁 커피는 대부분 씨앗이 벗겨진 상태에서 수입되거나, 심지어 볶아서(로스팅) 들어오는데 이런 상태에서는 유통경로를 조사하지 않는 이상 짝퉁인지 구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또 "껍질이 있는 상태에서는 일반 원두커피보다 덩치가 크고 표면에 흠집이 있는 등 세련되지 않은 것이 진짜일 수 있다"면서 "로부스타커피루왁은 아라비카종에 비해 맛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