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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오피니언 산업 자동차

[기자수첩] 자동차 리콜 혁신방안, 최종안 아닌 시작점이어야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2018년 09월 12일 수요일 +더보기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국내 자동차 시장은 BMW 화재 사고로 더욱 뜨거웠다. 잇따르는 화재에 BMW코리아는 물론 부실한 정부의 대처 역시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였고 이달 6일 국토교통부가 ‘자동차 리콜 대응체계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제작사의 법적 책임성 강화 △선제적 결함조사 체계 강화 △소비자 보호 및 공공안전 확보 △결함조사 관련 조직 정비 및 기반확충 등 4가지 항목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를 시사했다.

이번 혁신방안은 제작사의 책임 강화와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는 선제적 결함조사 체계를 구축해 리콜 제도를 전면 재정비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매우 환영할만한 조치임에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몇 가지 아쉬움은 남는다.

우선 정부가 내놓은 혁신방안의 근간에는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가 있다. 정부는 자동차 제작사가 결함을 인지한 후에도 조치를 하지 않아 중대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생명·신체, 재산에 대해 손해액의 5배 이상의 배상책임을 묻기로 했다. 여기에 안정적인 소비자 권리보호를 위해 집단소송제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문제는 강화된 징벌적 배상제가 기업에 대한 제재수단으로써 얼마나 실효성이 있느냐다.

2년 전 미국에서 배기가스 조작 사건으로 집단소송을 당한 폭스바겐은 소비자 피해 배상에만 147억 달러, 우리 돈으로 17조 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국내에서는 과징금 141억 원에 1인당 100만 원어치의 바우처(일종의 쿠폰)를 지급하는데 그쳤음에도 말이다.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재판을 하기도 전에 이 같은 피해 배상 합의안에 서명을 한 배경은 무엇일까. 미국 법원이 엄청난 규모의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소송에서 패하기라도 하면 폭스바겐 입장에서는 회사의 존폐가 갈릴 정도의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결국 미국 소비자들이 폭스바겐으로부터 막대한 배상을 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기업에 대한 ‘강력한 경제적 제재수단’으로 그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강화된 국내의 피해 배상 규모는 여전히 ‘합리적인 배상’ 수준에 그친다는 게 업계 안팎의 의견이다.

또한 제작사에 결함 소명책임을 부과해 법적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정부의 방침 역시 모호하다.

지금껏 국내에서는 자동차 제작결함 입증책임이 제작사가 아닌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에 있었다. 하지만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사고조사 권한과 결함 조사 역량의 부족으로 선제적 대응이 곤란했다. 이번 혁신안에서 정부는 제작사에 결함 소명책임을 부과함으로써 기존의 구조적 한계를 타개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제작사의 주장을 검증할 전문기관이 없다는 것이 맹점이다. 즉 제작사가 결함 책임을 부인할 경우 진위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전문 기관이나 인력이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국토부는 자동차안전연구원을 교통안전공단 내 하나의 부서에서 조직·인력, 예산·운영 권한을 갖는 부설 연구기관으로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향후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장비·시스템구축, 인력보강을 위한 매년 22억 원의 예산확보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예산 확보만으로 부족한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전문 역량이 급격히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보다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더불어 권한이 강화된 자동차안전연구원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도 남는다. 정부는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전문 인력을 보강하고 독립성을 보장해 외압에 견딜 수 있는 구조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토부의 관리 권한만 강화할 게 아니라 미국의 선제적 모니터링 시스템과 같은 소비자 중심의 조사체계와 검증 기관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도 이번 국토부의 리콜 혁신방안은 반갑다. 불행 중 다행으로 올 여름 BMW 화재 사태가 혁신의 신호탄이 되어 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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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추진 과정에서 여전히 풀어야할 문제가 적지 않아 몇 가지 허점만 발생해도 자칫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번 자동차 리콜 혁신방안이 최종안이 아닌 시작점이어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혁신(革新)의 사전적 의미는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 새롭게 함을 뜻한다. 이번 국토부의 리콜 혁신방안이 변죽만 울리는데 그치지 않고 그간 국내 자동차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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