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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 맡긴 자동차에 엉뚱한 흠집...과실 책임 놓고 공방전

관련 규정 없어 소비자가 피해 입증해야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2019년 08월 05일 월요일 +더보기

#사례1. 서울 옥수동에 사는 서 모(여)씨는 4개월 전 출고한 벤츠 e220d 소음이 큰 것 같아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맡긴후 찾아왔다. 며칠 후 차량 도어 하부에 긁힌 자국을 발견했다. 잘 보이지 않는 위치라 수리 중 발생한 문제를 소비자에게 안내조차 없이 어물쩍 넘어가려 했다는 것이 서 씨의 주장이다. 서비스센터 측에 항의하자 자신들은 알지 못하는 흠집이라고 주장해 2개월째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서 씨는 "CCTV 등으로 확인하자고 요구했으나 서비스센터는 차일피일 시간만 끌고 있는 중"이라며 분개했다.

#사례2. 서울 대치동에 사는 조 모(남)씨는 한국지엠 올 뉴 말리부 소유주다. 최근 오일 누유 증상이 있어 서비스센터에 차를 입고시켰는데 수리 후 보닛 안쪽에서 3개의 흰색 흠집을 발견했다. 서비스센터 측은 자신들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작업 시 블랙박스 전원을 꺼둔데다 서비스센터 작업장에 CCTV도 없어 증거 자료를 찾을 수도 없었다고. 조 씨는 "분명히 수리 중에 생긴 흠집인데 CCTV 등 증거가 없어 답답했다. 증거 확보가 어려워 10만 원의 보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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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리 후 조 씨의 차량 보닛 내부에 생겼다는 흡집.
#사례3. 서울시 공덕동에 사는 안 모(남)씨는 현대차 그랜저 IG 하이브리드 차주다. 고속도로에서 차량이 멈추는 고장증세를 일으켜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요청했다. 회수 후 조수석 측 외관에서 1미터 가량의 흠집을 발견했다. 서비스센터 측은 과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차체 광택 작업을 제안했다고. 안 씨는 원상복구를 위한 도색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안 씨는 "수리하고 나서 1미터 가량의 흠집을 냈는데 이를 인정하지도 않고, 고객대응 차원에서 손쉬운 광택 처리로 과실을 숨기고 무마하려 하는 행동이 괘씸했다"고 말했다.

#사례4. 경기도 덕양구에 사는 김 모(여)씨는 매우 불쾌한 경험을 했다. 소유 중인 2008년식 기아차 카렌스 범퍼와 타이어 파손으로 서비스센터에 가서 차량 수리를 맡겼는데 추후 차량을 받고 보니 흰색 흠집이 세군데에 크게 나 있었던 것. 김 씨는 즉각  따졌지만 서비스센터 측은 "차량 수리 후 센터 주차장에 놔뒀는데 누가 흠집을 낸 것 같다"는 납득 못할 핑계를 대며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비스센터측 잘못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없었던 김 씨는 결국 자차보험을 통해 수리를 했고, 자기부담금으로 30만 원을 날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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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리 후 생겨났다는 김 씨 소유의 카렌스 흠집.
#사례5. 경기도 용인시 삼가동에 사는 최 모(여)씨는 닛산 2012년식 큐브 차주다. 최근 접촉 사고로 자동차 범퍼가 일부 파손돼 서비스센터에 차를 맡겼다. 최 씨는 2년 전 고속도로에서 돌맹이가 날아와 유리에 금이 간 상태였는데 범퍼 수리 후 해당 부위가 15cm 정도 더 길어진 것을 발견했다. 서비스센터에 즉각 항의했지만 "범퍼 수리 과정에서 범위가 넓어졌다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며 보상을 거절했다. 최 씨는 "지난 2년 간 어떤 변화도 없었다. 수리 후 육안으로 확인될 만큼 유리의 금이 길어졌는데 피해 사실을 직접 입증하라니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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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씨는 범퍼 수리 후 기존에 있던 차량 유리 금이 길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비스센터의 차량 정비 및 점검 과정에서 흠집이나 훼손이 발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하지만  과실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 소비자와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차량 수리에는 다양한 공구가 쓰이게 마련이고 사람이 하는 작업이다보니 실수로 흠집을 낼 수도 있다. 문제는 상황 발생 이후 서비스센터의 부조리한 대응이다.

서비스센터 측은 과실이 없었다고 주장할 뿐 아니라 오히려 소비자에게 과실 여부를 입증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작업장에 CCTV가 없는 경우도 많아 현장 확인이 쉽지 않은데다 다행이 CCTV가 있다고 해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공개를 거부해 갈등이 커지기도  한다.

서비스센터가  과실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훼손된 차량의 원복을 위한 무상수리 시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선례를 남길 경우 동일 사례가 반복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외제차의 경우 수리금액 자체가 워낙 높아 과실을 인정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제조사 서비스센터 측이 과실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대응방법이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어떤 법적 규정도, 자동차업체의 가이드라인도 없기 때문이다. 민법의 적용을 받아 소비자가 직접 피해 사실 등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다.

자동차 제조사 관계자는 "서비스센터들이 손실을 우려해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경우도 있고, 고객이 수리와 무관하게 발생한 흠집을 떠넘기는 일도 우려하는 것 같다"며 "서비스센터 직원 교육 시 수리하기 전 흠집유무를 고객에게 고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소비자가 피해 발생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사전에 꼼꼼히 챙겨두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차량을 수리하기 전 서비스센터 관계자가 보는 자리에서 차량 사진과 영상을 구석구석까지 찍어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현재 관련 규정이 전무한 상태여서 소비자가 조심하는 방법 밖에는 없는 실정"이라며 "수리 시작 전에 차량 상태를 사진, 동영상으로 남겨 놓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한 "서비스센터에서도 수리시작할 때 흠집을 발견했다면 즉시 소비자에게 알려줘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전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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