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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슈퍼 살리기 '헛다리'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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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슈퍼 살리기 '헛다리' 처방전
  • 백진주 기자 jjhappy@nate.com
  • 승인 2009.10.20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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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백진주 기자]중소기업청은 최근 동네 슈퍼마켓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소소매업 유통체계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동네 슈퍼마켓들이 농산물과 생활용품을 싼값에 공동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우수한 상점 1만개를 ‘스마트숍’으로 지정해 저리 융자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설비와 인테리어를 고급화 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가격도  ‘물류동공구매’를 통해 매입 단가를 낮춰 현재보다 10% 정도 저렴한  경쟁력을 구축키로 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3년간 총 6천억원을 쏟아부을 방침이다. 

구멍가게의 경쟁력을  대형마트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야심만만한 프로젝트다. 최근 동네 슈퍼등 구멍가게들이 대형마트에 밀려 급속히 쇠퇴하고 사회적인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데 따른 자구책이다. 


결국 정부가 병들어 쇠약해져가고 있는 구멍가게를 살리겠다는 '처방전'을 내놓은 셈인데  기자는 중기청이 뭔가 병의 원인을 잘못 진단하지 않았나 하는 구심을 지울 수 없다.  진단이 잘못되면 잘못된 처방전이 나오고 결국 환자를 고칠 수 없게 된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에 있어 전통적인 경쟁요소인 ‘가격’보다 ‘다양한 상품구색’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복합 쇼핑센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상 또한 소비자들이 쇼핑을 단순이 제품 구매의 목적만으로 이용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주차와 위생등이 완비된 쾌적한 환경에서 품질 표기가 확실한  물품을 구입할 수있고 친절한 판매사원의 응대를 받으며 소비자로서 최대한의 선택의 기회를 맛보는 것..이런 것이 대형마트가 소비자를 끌어 들이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중기청이 자금을 투입해 시설을 조금은 개선하고 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경쟁력이 대형마트와 결코 비슷해 질 순없다. 근본적으로 체급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의 자금 지원만으로 구멍가게의 체급을 무한대로 키울 순 없다. 오히려 헤비급인 대형마트는 헤비급끼리 경쟁하게 하고 헤비급이 라이트급을 쥐어 박지 않도록 하는 법적인 규제가 더 효과적일 것이다.


아예 일정 규모 이하 소형 가게에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는 규제 등을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아진다.

예전 백화점들이 셔틀버스를 돌려 주변 상권을 싹쓸이 하는 데 대한 부작용이 심해지자 셔틀버스 금지 규제가 작동됐다.  자가용 쇼핑을 더 늘리고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반시장주의적 발상이라는 반대여론이 비등했으나 몇년이 지난 현재 효과적으로 정착됐다.


반면 대형마트와 맞서기 위해 정부가 수백억원을 투입한 재래시장 살리기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로 빠지고 있다.


동네 슈퍼 살리기는  '재래시장 살리기'가 아니라 '셔틀버스 운행금지'와 같은  처방전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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