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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단이 없으면 책임도 없다?"..속타는 의류 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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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단이 없으면 책임도 없다?"..속타는 의류 AS
  • 박한나 기자 hn10sk@csnews.co.kr
  • 승인 2010.04.2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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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한나 기자] “AS가 가능한 원단인지조차 확인하고 옷을 사야 합니까?”

‘원단이 없다’는 이유로 구입한 의류의 AS를 받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다. 값 비싼 브랜드 제품을 구입했는데도 손상된 의류에 대한 단순AS조차 받을 수 없어 옷을 짜깁기하거나 버려야 하는 피해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의류의 경우 가전제품의 ‘부품보유기간’처럼 ‘원단 보유기간’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의복류는 봉제불량, 원단불량(제직 불량, 세탁 후 변색, 탈색, 수축 등), 부자재불량 등의 경우 수리, 교환 및 환불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제품하자가 입증되면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소비자 과실로 인해 의류가 손상되거나 단순 AS가 필요한 경우에는 제조업체에 원단이 없다는 이유로 AS를 안 해줘도 어떤 책임도 묻을 수 없다는 점이다.

‘수선 원단 없어’..60만원짜리 새 양복 못입어

서울 장위동의 채 모(남.30세)씨는 지난 3월말, 4개월전 백화점에서 60만원을 주고 구입한 남성정장의 바지밑단에 구멍이 난 걸 발견하고 업체에 판갈이 AS를 요청했다. 그러나 며칠 뒤 매장직원은 ‘본사에 원단이 없다'는 이유로 판갈이 대신 짜집기를 제안했다.

채 씨는 “구입한지 6개월도 안된 정장에 여분의 원단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짜깁기 수선을 거부했다. 이후 업체는 더 이상 해줄게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이에 대해 제조업체 관계자는 “다른 의류업체들도 원단을 많이 비축하지 않고 있으며 원단이 없으면 판갈이가 힘든 게 일반적인 상황이다. 원단이 없어서 판갈이를 해주지 않는 게 잘못됐다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상가로 구입한 고객에 비해 세일 상품을 구입한 고객은 AS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비축한 원단이 대개 구입한 순서대로 소진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복 땜질, 안 하니만 못해!

서울 불광동의 김 모(남.58세)씨는 지난해 12월 네파에서 50% 할인된 가격인 30만원에 구입한 자켓 소매단에 올이 풀려 매장에 AS를 요청했다.


매장 관계자는 "이 정도는 불로 지져서 사용하면 된다"고 태연히 답했지만 김 씨는 이를 거절하고 AS를 접수했다. 일주일 뒤 옷을 배송받은 김 씨는 소매단이 울퉁불퉁 불로 지진듯한 상태를 보고 화가 나 다시 AS를 맡겼다. 제조업체는 원 소재가 소진됐다는 이유로 유사 부속인 벨크로(사진)를 달았다.


역시나 김 씨는 업체의 AS에 만족할 수 없어 민원을 제기했고 네파 측은 네파 로고가 부착된 벨크로를 새로 달아서 보냈다.


김 씨는 4월 20일, 한국소비자원에 내용 증명을 보내는 등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네파 관계자는 “해당 제품이 2008년도부터 생산된 제품이라 부속 소진이 된 것으로 업체에서는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다.


변색된 남성 정장 ‘AS 불가’


군산시 나운2동의 백 모(여.37세)씨는 작년 11월 초 변색된 남편 정장 바지의 AS를 요청했지만 '원단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백 씨는 작년 3월 남성복 지이크(SIEG)의 남성 정장을 30만원에 구매했고 7개월 후 바지 원단의 부분적 변색이 발생해 판갈이를 요청했다.

본사 측은 ‘원단 천이 부족해 판갈이를 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백 씨가 구입한 지 1년도 안 돼서 변색됐는데 AS조차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이 너무 황당하다”며 항의하자 담당직원은 “자투리 천을 무한정 보유하는 것이 아니고 이미 소진돼 판갈이는 불가능하다. 짜깁기나 누비는 건 가능하다”고 했다.

이후 백씨와 업체측은 실랑이끝에 바지 원가인 4만원을 지불하고 새 제품으로 교환받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지이크 관계자는 “원단을 보관하는 것은 서비스 차원의 문제지 의무사항은 아니다. 이번 경우 판갈이를 해도 원단끼리 색상차이가 날 수 있어 AS가 어렵다고 안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녹색소비자연대 강태욱 간사는 “제조업체들이 원단을 보유하는 것이 의류 사업자에게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일 것”이라며 “AS규정 개정안에도 ‘원단 보유기간’은 거론조차 되지 않아 이로 인한 분쟁을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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