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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돼지, 닭...'동물 연합군'의 대반격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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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돼지, 닭...'동물 연합군'의 대반격 시작되나
물고기 떼까지 '항생제 폭탄' 퍼부며 가세... '육-해-공' 사면초가
  • 유태현 기자 yuthth@consumernews.co.kr
  • 승인 2006.11.30 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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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사회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저서 ‘육식의 종말’을 통해 육식으로 인한 환경과 문명의 파괴를 신랄하게 고발했다.

    리프킨의 책에 등장하는 육식은 주로 ‘소고기’. 소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예로부터 인간과 고락을 함께하는 동반자였고 죽은 후에는 그야말로 가죽, 뼈까지 남김없이 쓸 수 있게 해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그런 소가 이젠 ‘살코기’를 만드는 공장기계로 전락했다. 자신의 몸집보다도 작은 우리에 갇혀서 앉지도 눕지도 못하고 오직 사료만 먹고 살을 찌우는 역할만을 부여받게 된 것이다.

    동물이란 말 그대로 움직이는 것이 삶의 기본. 식물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개체로서, 동물로서의 기본권은 이미 실종된지 오래다. 기본권 박탈은 물론이고 생명권까지 박탈당했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양과 돼지, 심지어 소의 부산물까지 먹으라고 들이댄다. 그래서 그들은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리는 광우병으로 죽어갔다.

    그 원한이 인간에 대한 감염이라는 유산으로 남은 것은 아닌지. 현재 지구상에는 12억8000마리의 소가 있다고 한다. 이들이 연간 6억t의 곡물을 먹어치운다. 이는 전 세계 곡식 생산량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소가 먹어치우는 곡물로 인해 사람은 굶어죽는다.

    매년 4000만~6000만 명이 기아와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하고 13억 명이 만성적인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사람이 소를 키워 얻은 고기 1㎏을 섭취하는 것은 곡식을 직접 섭취하는 것보다 24배의 넓은 토지면적을 필요로 한다.

    수억 명을 먹여 살릴 귀한 곡식을 살코기 생산을 위해 소들이 먹어치우고 있는 것이다. 육식은 인간의 불평등이면서 환경착취의 정점인 것이다.

    그렇다고 고기를 먹는 사람이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가? 미국을 비롯한 북반구 인구의 3분의 1은 만성적인 영양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대부분 육류의 과다 섭취에 기인한 것이다.

    공장에서 생산된 살코기의 품질은 또 얼마나 열악한가. 좁은 사육장에서 움직이지 못하다 보니 광우병이 아니더라도 각종 질병을 몸에 달고 산다.

    그러니 항생제를 퍼붓는다. 전 세계 항생제 생산량의 90%를 동물이 소비한다. 항생제는 동물 조직에 잔류하고 있다가 섭취를 통해 사람 몸으로 들어온다.

    항생제 오남용을 피한다고 감기약 한번 안 먹은 사람이 어느날 병원에서 항생제 내성으로 치료가 어렵다는 진단을 받는다. 귀신 곡할 노릇이라고 하겠지만 지나온 고기 섭취의 이력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횟집에서 판매하는 어류의 90% 이상이 양식장에서 기른 것이라고 한다. 집단폐사를 막기 위해 양식장에 항생제를 퍼붓는 곳이 많다고 한다.

    항생제가 아니더라도 만병의 근원인 비만, 당뇨, 심장질환, 암 등 치명적 질병들이 모두 과잉 섭취된 영양에서 비롯된다.

    최근 조류독감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것도 인간에게 전염될 수도 있는 고병원성이다. 죄도 없는 수만 마리의 닭이 폐사하고 운좋게 살아 남았어도 인간에 의해 집단 학살된다.

    TV에 비춰지는 닭 농장은 미국의 소 사육장과 별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좁은 철장에 갇힌 닭들이 몸을 맞대고 먹이만 쪼아대고 있다.

    닭장은 또 왜 하나같이 바람도 빛도 안 통하게 겹겹이 덮어놓았는지. 땅에 풀어놓은 닭도 흙 한 줌 보이지 않을 만큼 빽빽한 상태에서 길러진다.

    그런 닭들이 스트레스에 못 이겨 서로 쪼고 싸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리를 잘라 버린다고 한다. 그런 밀집도를 갖고 있으니 바이러스 한 마리만 들어오면 순식간에 닭장 전체를 휩쓸어 버린다. 태풍처럼 번지는 조류독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돼지라고 안전한가. 구제역이 한창일 무렵 수만 마리의 사육돼지들이 산채로 매장당했다. 인간이 가장 즐기는 3대 '살코기 기계'들이 일제히 짜고 반란을 일으킨 느낌이다. '물고기 군단'까지 항생제 폭탄을 들고 가세하고 있다. 들풀처럼 번지는 동물들의 반란을 인간이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들이 펼치고 있는 '육.해.공' 반격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동물 가운데 인간에게 유일한 우군이 있다면 개다. 개는 주인에게 밥 얻어 먹는 '죄' 때문에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자식은 부모를 배신해도 개는 배신하지 않는다. 개의 지능도 매우 높은 편이다. 정상적인 개라면 4-6세 정도 아이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에서 기른 개도 막 잡아 먹는다. 주인을 보면 자신의 가죽에서 튀어 나올 정도로 반갑게 맞이하다가 결국 '주군'에게 자신의 몸까지 바치며 끝까지 충성을 한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진 개마저 '소, 닭, 돼지 연합군'에 가세할까 봐 걱정된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 만약 동물의 역습으로 벼랑 끝에 몰린다면 영장이란 말을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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