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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in]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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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in]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나는야 소심한 구라쟁이'를 외치는 베드로 신부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05.2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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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딜레마에 빠진 신부님이 있다. 그는 카톨릭 재단의 무료병원에 새로 부임한 베드로 신부다. 베드로는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보다 ‘최병호를 찾느냐, 기부금을 못 받느냐’는 중요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 병원장으로 새로 온 베드로 신부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무료병원 운영을 위한 기부금을 받기를 원한다.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기에 고민이 더 크다. 기부금 없이는 병원 운영이 어렵고, 그렇게 된다면 병원에서 지내는 환자들이 갈 곳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12월 24일 프로그램 인터뷰에 출연하기로 한 척추마비 환자 최병호가 사라졌다. 눈이 많이 내려 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에 더군다나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최병호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25일, 내일이면 방송국에서 도착하고 인터뷰에 응할 사람을 바꾸기에는 늦은 상황이다. 이미 예고편에 최병호의 얼굴이 나왔기 때문. 같은 병실 사람들, 병실 키퍼와 그들의 담당의를 차례로 만나 최병호의 행적을 찾지만 그의 행방을 찾기란 결코 녹녹치 않다.


신부라는 특별한 위치에 있는 베드로 신부. 다른 사람들의 고민과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주지만 정작 자신의 고민은 말 할 수 없다. 더 많은 기부금을 위해 여러 명의 환자들 중 굳이 최병호를 택한 이유가 그것이다. 본인에게 출연의사를 묻지도 않고 인터뷰에 응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병원과 환자들을 지키려고 하는 마음에 있다.


다큐멘터리 PD와의 전화통화에서 그 모습을 더욱 뚜렷이 볼 수 있다.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모르고 찾지도 못한 최병호가 잘 있다고 말하는 베드로 신부는 본의 아닌 거짓말을 하고 있다. 아니 일부러 거짓을 말하고 있다. 결국 ‘나는야 소심한 구라쟁이’를 외치는 그의 표정은 귀여우면서도 짓궂어 보인다. 


우리는 살면서 자기도 모르게 혹은 알고 있지만 모른 척 거짓을 말한다. 대부분의 이유는 자신을 위한 것이다. 남을 위해 선의의 거짓을 말한 적이 얼마나 될까. 가끔 우리는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는 결자해지와 측은지심과 같은 베드로 신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12월 25일, 베드로 신부는 내리는 흰 눈처럼 가끔은 어두운 우리에게 하얀색의 사랑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뉴스테이지 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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