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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식품, 소비자 지치길 기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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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식품, 소비자 지치길 기다리나
소비자 말에 귀막은 동서식품
  • 윤주애 기자 tree@csnews.co.kr
  • 승인 2010.07.05 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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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식품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커피 회사다.

1999년 동서식품의 매출은 5천6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0년 사이 2배 이상 성장한 1조3천억원으로 급성장했다. '맥심' '맥스웰하우스' 등 유명 브랜드를 앞세워 커피믹스 시장을 선도하는 동서식품 때문에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가 유독 국내시장에서 맥 못추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동서식품은 커피믹스 뿐 아니라 연간 2천억원대료 추산되는 시리얼 시장에서도 글로벌 기업인 농심켈로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동서식품이 이렇게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무엇 보다 소비자들의 사랑 덕분이다. 소비자들이 동서식품이 만드는 제품에 신뢰와 애정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거대기업인 네슬레와 켈로그가 국내 시장을 집어삼키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동서식품의 행보는 소비자들을 실망시키기기에 충분하다는 느낌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중요하지 않는 식품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것으로도 모자라 뒤처리까지 무성의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4일 동서식품이 건강에 좋은 통곡물이 들어갔다고 홍보한 '홀앤홀 든든한 단호박 후레이크'에서 2번이나 대장균군이 검출돼 품목제조정지까지 당했다. 동서식품은 지난 3월말 커피믹스 '맥스웰하우스 오리지널'에서 벌레가 검출됐다는 소비자 신고를 받고도 일주일이 넘게 보고하지 않았고 후속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3개월이 흐르도록 소비자가 홀로 가슴을 태우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24시간내 이물보고 규정의 허점을 이용해 고의로 시간을 끌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동서식품은 또 지난 4월 '프리마'는 열량이 낮고 순식물성 야자유를 사용해 트랜스지방이 없다고 홍보하면서 정작 심혈관질환의 위험요인인 포화지방이 함유된 사실은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빈축을 샀다.

소비자를 홀대하는 행동은 그 전부터 계속돼 왔다.

지난해 10월 대구의 한 소비자는 동서식품의 유아용 보리차 티백에서 구더기로 보이는 이물질이 검출돼 회사측에 신고를 했다. 하지만 동서식품은 자체적으로 조사결과를 도출했음에도 한달이 지나도록 소비자에게 통보하지 않았다. 또 시리얼에서 튀겨진 나방이 발견되는 일도 있었지만 동서식품은 해당 이물이 제조단계상 절대로 들어갈 수 없다면서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조사결과를 내놓지 않아 원성을 샀다.

동서식품과 관련된 소비자 불만사례를 접할 때마다 늘 같은 생각이 든다.

동서식품이 문을 꼭꼭 걸어잠그고 소비자의 불만에 귀를 가리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악을 쓰다가 지쳐서 나가 떨어질 때를 기다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거대기업을 상대로 일개 소비자가 싸움을 벌이기는 벅차다. 처음에는 치를 떨며 불만을 제기했던 소비자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귀찮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법에 호소하자니 변호사 비용이며, 법원을 오가며 시간을 허비할 게 두려워 엄두를 낼 수도 없다.

동서식품이 소비자의 불만에 꿈쩍도 않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늘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약속을 내걸고 있는 기업이 보일 행태는 아니다.

동서식품이 진정으로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단 한 명의 소비자부터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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