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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늄 검출 이천 장평리, 보름째 비상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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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늄 검출 이천 장평리, 보름째 비상급수
  • 연합뉴스 master@yonhapnews.co.kr
  • 승인 2007.02.2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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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난리인줄 모르겠습니다. (지하수에서 검출된 우라늄이) 정말 사람 몸에 치명적인가요?"

22일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 장평1리 마을회관 앞에는 주민 20여명이 삼삼오오 모여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일부 주민들은 마을회관 마당에 설치된 임시 물탱크에서 물통과 냄비를 들고 나와 식수를 받아가면서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7-12월 환경부가 실시한 전국 지하수에 대한 자연방사성물질 함유실태 조사결과 우라늄이 미국 음용수 기준치(30ppb)의 54배(1천640ppb)가 검출되면서 지난 8일부터 마을 상수도를 먹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농사를 짓는 60가구 180여명의 주민들은 1996년 무렵부터 10년 넘게 마을회관 마당 지하 100m 암반 관정에서 끌어올린 물을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해왔다.

암반 관정에서 끌어올린 물을 펌프를 이용해 마을 야산에 있는 저장탱크로 보내면 물이 표고차로 상수관을 타고 각 가정에 공급된다.

장평1리 이권재(49) 이장은 "명절 때면 물 맛이 좋다고 물을 길어가는 친척들도 있었는데 이런 일이 생겨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며 "시청에서 새 관정을 하루 빨리 뚫어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장은 특히 "장기간 먹으면 건강에 유해하다고 하니 정부에서든 자치단체에서든 전 주민들에 대해 건강검진을 실시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을 부녀회 황정자(39)씨는 "매일 식수를 길어다 써야 하는 불편도 불편이지만 어르신들이 많이 불안해하는 만큼 하루 빨리 원인을 규명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줬으면 한다"고 거들었다.

이런 가운데 하이닉스 반도체 이천공장 증설에 따른 구리배출 논란을 겪고 있는 이천시는 지하수 우라늄 검출문제가 불거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천시는 지난 21일 환경부가 지하수의 자연방사성물질 함유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천 보다 높은 수치가 검출된 대전시의 검출지점을 제외시킨 것에 불만을 나타내면서 의혹을 눈길을 보냈다.

지난 7일 환경부가 이천시에 통보한 '방사성물질이 높게 검출된 지점 현황' 자료에는 대전의 한 생수업체가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지하수에서 미국 기준치의 120배인 3천607ppb가 검출된 것으로 나와 있는데 이번 발표에서는 빠졌다는 것이다.

이천시는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이르면 올 상반기중 여주 지방상수도를 이 마을에 공급하기로 하고 3억5천만원으로 추산되는 상수관로(연장 1.5㎞, 직경 150㎜) 공사비 확보에 나섰다.

이천시 남오철 상수도사업소장은 "장평1리에서 우라늄이 높은 수치로 검출된 후 장평1.2리 4곳의 자가 수도 및 지하수에 대한 추가 조사에서는 우라늄이 미국 기준치 이하(0.2-3.45ppb)로 검출됐다"며 "조속히 도비 등을 확보해 장평1리에 상수도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음용수 중 방사성 물질에 대한 국내 수질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주민들의 건강 이상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대책이 없어 주민들의 불안은 더해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이 마을 주민 한 명은 최근 병원 검진에서 의료진으로부터 방사성 물질이 축적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분당의 한 종합병원을 찾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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