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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현의 스테이지피플] 라이징 스타 박은태, 그의 무기는 성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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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현의 스테이지피플] 라이징 스타 박은태, 그의 무기는 성실함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12.08 1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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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가장 주목받은 뮤지컬 배우 중 한 명인 박은태에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처음’을 많이 경험할 수 있었던 해였다. ‘모차르트!’로 생애 첫 타이틀 롤을 맡았고 ‘피맛골연가’로 첫 사극이자 첫 창작 초연극을 경험했다. 뮤지컬배우들의 첫 가요편집앨범이었던 ‘인터미션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경기예고에서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선생님이라 불리게도 됐다.  ‘김준수 뮤지컬 콘서트’를 통해 처음으로 체조 경기장 무대에 섰고 이를 계기로 ‘유럽 무대 진출 1호 한국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콘서트에서 인연을 맺은 독일 뮤지컬 스타 우베 크뢰거가 그의 단독 콘서트 ‘앱솔루트 우베’에 스페셜 게스트로 박은태를 초청한 것. 스펙터클한 한 해를 보낸 것 같다는 박은태의 2010년을 돌아보았다.

 

- 드라마틱해서 더욱 소중한 ‘모차르트!’
“‘모차르트!’에 캐스팅된 건 정말 한 편의 드라마 같아요. 원래 모차르트였던 조성모씨가 부상을 당하시는 바람에 오디션에 떨어졌던 제가 대타로 서게 됐죠. 어찌 보면 빤한 삼류 스토린데 그런 기회가 저한테 왔다는 게 신기해요. (웃음) 모차르트는 다 운이었던 것 같아요. 대타였지만 다른 모차르트들인 (임)태경이 형, (박)건형이 형, (김)준수가 스케줄 때문에 연습 초반에 많이 빠질 수밖에 없어서 제가 제일 많이 연습할 수 있었어요. 언제 또 주인공을 해보겠냐는 생각에 이 악물고 했던 것 같아요. 진짜 후회 없이 죽이 되던 밥이 되던 해보자... 그리고 서울에서 공연 횟수가 적었던 것도 행운이랄 수 있어요. ‘사랑은 비를 타고’를 하다가 성대 결절이 나서 샤우팅을 무리하게 할 수 없었거든요. 제 회차가 많았으면 버틸 수 없었을 텐데 7번이니까 매번 최선을 다할 수 있었죠. 또 하나 운이 좋았던 건 다른 모차르트들이 바빠서 ‘내 운명 피하고 싶어’ 녹음에 참여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저 혼자 하게 됐는데 그 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80만 준수 팬 분들에게 저를 알릴 수 있었어요. (웃음)”

 

- 아쉬움 가득한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이하 스토리)’는 정말 하고 싶었던 작품이에요. ‘모차르트!’를 끝내고 ‘스토리’ 워크숍에서 토마스를 연기하면서 작품과 사랑에 빠졌었거든요. ‘피맛골연가’ 때문에 출연하지 못했지만 재공연하게 되면 꼭 참여하고 싶어요. 특히 넘버 중에 ‘나비’를 너무 좋아해요. 한국에서 제가 제일 처음 부른 노래라 애착이 있어요. 행사 때 자주 부르면서 한을 풀죠. (웃음) 제 팬카페에 들어가 보면 팬미팅 때 부른 ‘나비’ 영상이 있거든요. 그 자료 좀 뿌리셔도 되요. 잘 불렀어요. 저... (웃음) 12월 20일에 동료 배우들(조순창, 김승대)이랑 하는 자선 콘서트에서도 부를 예정이에요. ‘나비’ 이외에 ‘몬테크리스토’의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이랑 이적의 ‘빨래’도 부를 것 같고요. ‘스토리’ 말고도 좋은 소극장 작품을 꼭 하고 싶어요. ‘빨래’의 솔롱고도 참 매력 있어요. 너무 좋아서 4번이나 봤거든요. 음... 사실 기존에 있는 것보단 창작을 하고 싶어요. 정말 따뜻하고 가슴 뭉클한 창작이요.”

 

- 해냈다는 만족감 안겨준 ‘피맛골연가’
“제가 해보지 않았던 연기에 대해 도전했다는 성취감이 굉장히 커요. 창작 초연인데다 저의 첫 사극 연기였죠. 김생은 최초로 저에 의해 만들어진 캐릭터여서 김생하면 박은태가 된 게 기분이 좋았어요. 굉장히 많은 공부가 됐고요. 그래서 공연이 끝났을 때 해냈다는 만족감이 제일 컸던 공연이에요. 공연은 열흘밖에 안했지만 연습 기간이 길어서 체감은 한 달 넘게 공연한 것 같은 작품입니다. (웃음) 에너지 소모가 컸던지라 공연 막바지에는 링거 주사를 맞으면서 무대에 섰어요.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공연 끝나고는 ‘이 작품 다시는 안 한다’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헤어진 여자 친구 떠오르듯이 자꾸 생각나네요. (웃음)”

 


- 나누는 기쁨 안겨준 ‘인터미션’, 또 다른 꿈꾸게 한 가르침의 길

“‘인터미션’ 같은 경우는 좋은 동료들이랑 같이 앨범 하나 내는 것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일이 예상보다 커진 거예요. 근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미션이란 이름으로 좋은 취지의 행사나 공연을 하게 되고... 좋은 콘텐츠가 된 것 같아요. 사실 돈 벌기 위한 행사에는 좀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돈을 떠나 저를 필요로 하는  무대에서 관객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인터미션이 더 소중해졌죠. 그런 기회를 많이 주는 계기가 되니까요. 학교 강의는 올 3월부터 시작했어요. 경기예고에서 일주일에 한 번 뮤지컬 노래 수업을 하는데요. 제가 노래를 못하던 사람이라 노래에 대해 고민해온 시간이 10년 정도 되요. 고음에 콤플렉스가 많아서 성악을 배웠고, 무리하게 노래하다 목도 다쳐봤어요. 지금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워낙 못하다가 이만큼이나마 올라온 거라. 제 스스로 어떻게 변해왔는지 노하우가 있잖아요. 그래서 애들한테 해줄 수 있는 말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시작했지만 가르치면서 저도 배우고 애들 느는 것 보면 참 행복하더라고요. 해서 후배 양성에 대한 꿈이 생겼어요.”

 

- 강렬한 자극 받고 돌아온 유럽 무대
“정말 느낀 게 많아요. 독일의 함이랑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두 차례 무대에 섰는데요. 다행이 실수 없이 끝났어요. 저를 강력하게 추천해주셨던 니콜이란 기획사 관계자는 제 무대 끝나고 우시더라고요. 엄마의 마음이었다며. (웃음) 반응은 괜찮았어요. 비엔나 같은 경우는 깜짝 놀랄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주셨고요. 함 공연이 끝나고는 우베씨 팬 분들이 파티를 열어줬는데 거기 계시던 일본 팬 두 분이 동양인으로서 자랑스럽다고 얘기를 해주셔서 정말 뿌듯했어요. 유럽 무대 경험은 저를 다잡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이 기회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살만 찌고 있었을 거예요. 제가 일 없으면 확 퍼져버리는 스타일이라... (웃음) 이런 얘긴 좀 뭣하지만 제가 욕심이 별로 없어요. 현실에 만족하는 경향이 강해서 모차르트 끝낸 후 배우로서 발전하고자 하는 욕구가 좀 정체됐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기본기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돌아왔어요. 공연 하루 전날은 제 인생에서 가장 떨렸던 시간이었어요. 리허설 하러 갔는데 영어가 안 돼서 본의 아니게 샤이 가이(Shy guy)가 됐고, 앙상블들 실력에 주눅이 들었죠. 유럽 무대에서 본 우베 씨는 정말 멋졌어요. 3시간 가까이 혼자 무대를 채우는데, 노래도 물론 훌륭하지만 움직임 하나, 말 한마디로 관객을 쥐락펴락 하시더라고요. 쉰이 낼모렌데도 섹시한 기운이 느껴지고요. 왜 그럴까 생각해봤더니 25년 넘게 뮤지컬을 하며 쌓은 기본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 박은태의 진화는 계속된다
뮤지컬 관계자에게 박은태란 배우에 대해 물을 때 빠지지 않고 들었던 대답. 그것은 ‘정말 성실한 배우, 노력하는 배우’라는 것이다. 이는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노래를 못한다는 이유로 기획사에서 쫓겨나기도 했던 가수 지망생이 소름 돋는 고음을 찍는, 시쳇말로 ‘쩐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탁월한 가창력의 뮤지컬 배우가 됐지만 본인은 아직 멀었단다. 최근 열렸던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놓친 것이 아쉽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제가 탔더라면 빌리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할 뻔 했다며 천만 다행”이라고 말하는 그다.

“저는 되게 후천적이에요. 삑사리(?)도 얼마나 많이 냈는데요. (웃음) 고음이 안 돼서 성악을 배웠고 지금의 소리를 만들었어요. 그래서 타고난 소리와 만들어진 소리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요. 부러운 소리를 가진 배우요? 홍광호씨 정말 잘하죠. 제가 볼 땐 전 세계에서 1등이던데요. (웃음) 소리가 좋은 배우는 많은데 가요틱한 디테일까지 좋은 배우는 드물거든요. 제가 가요를 해봐서 알아요. 언젠가 ‘미스사이공’의 ‘Why God why’를 부르는 걸 보고 바로 인정했어요. 당신이 위너요! (웃음) 물론 저는 저만의 음색과 스타일이 있으니까 더 노력하다 보면 좋아지지 않을까요? 배우라고 해서 배우라잖아요. 그것이 저를 버티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유럽 무대에서 기본기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돌아왔다는 박은태. 그래서 내년 5월 ‘모차르트!’ 공연 전까지 기본기를 다지는 데 주력할 예정이란다. 4년 넘게 배우고 있는 성악은 물론이고 연기, 발레, 재즈 댄스 등 다양한 레슨으로 일주일 단위 스케줄을 빼곡하게 채워놓았다. 때문에 한동안 그를 무대에서 만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을 듯.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올 그를 기다리는 시간도 즐거울 것 같다. 진화하는 배우 박은태. 그의 무기는 성실함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조수현(공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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