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멱살잡이.위조..공정위 조사방해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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멱살잡이.위조..공정위 조사방해 백태
  • 연합뉴스 master@yonhapnews.co.kr
  • 승인 2007.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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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 위조에 컴퓨터 교체, 담당 직원 장기 해외출장, 심지어 멱살잡이까지...

강제조사권이 없는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이나 독과점 지위 남용, 하도급법 위반 등을 조사할 때 조사대상 기업들이 혐의 입증 자료나 문건을 감추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공정위와 업계에 따르면 1998년 이후 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은 사례는 총 10건이었다.

최근에는 담합 사건의 경우 자진신고자 감면제도에 따라 과징금이나 고발 등의 제재를 면제받기 위해 담합사실을 자진 신고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먼저 자수한 2개 업체만 혜택을 받기 때문에 나머지 관련 업체들은 혐의를 부인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자료를 은닉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조사 방해 사례 중 가장 많은 유형은 `문서 지키기'형.

담합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에서 `가격합의' 등 관련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문서 확보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조사대상 업체들은 이런 문서를 없애거나 감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과거 하도급법 위반혐의로 조사를 받던 모 업체는 단가합의서를 사실과 다르게 다시 만들거나, 관련 내용을 수정액으로 삭제하고 수정한 `허위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해 조사관들을 골탕먹였다.

조사관들이 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열람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엉뚱한 자료를 제출하는 일은 다반사였고 조사관이 현장에서 확보한 자료를 직원들이 다시 빼앗아 폐기하는가 하면 심지어 `영장을 가져오라'며 멱살잡이를 벌인 사례도 있었다.

다른 업체와 가격을 합의한 자료 등이 담겨있는 직원들의 컴퓨터를 지키는 것도 주요 방해 유형이다.

요즘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사내 문서보안을 중시하면서 주요 문서를 사외로 유출하지 못하도록 하고 별도로 분류해 관리하기 때문에 조사가 시작되면 이들 문서를 우선 파기하도록 규정한 기업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공정위가 적발해 고발한 정유사 담합 사건의 경우에도 조사 당시 모 업체의 직원이 공정위 조사관을 피해 관련 자료가 들어있는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지하실까지 도주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업체는 공정위의 조사가 곧 시작된다는 것을 감지하고 직원들의 컴퓨터를 모두 새 것으로 교체하는 수법으로 관련 자료가 내장된 컴퓨터를 폐기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 재벌그룹 소속의 대기업은 2005년 공정위 조사를 방해할 방법과 행동요령 등을 담은 대외비 문건을 만들어 사원들에게 회람시킨 사실이 드러나 망신을 사기도 했다.

이밖에 조사를 앞두고 담당 직원을 해외로 장기 출장을 보내 조사를 어렵게 만든 경우도 있었다.

공정위는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자료보전조치권이 삭제됐지만 기업들의 부당행위 적발을 위해서는 이 같은 권한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앞으로 관계부처와의 협의 등을 통해 강제조사권의 도입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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