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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애플에 벼랑끝 승부수 던져..반도체 역공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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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애플에 벼랑끝 승부수 던져..반도체 역공 먹힐까?
  • 이근 기자 egg@csnews.co.kr
  • 승인 2012.11.14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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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소송으로 애플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공급과 관련해서도 태도를 돌변했다. 대규모 거래선에대한 예의와 배려 차원의 수세적 태도에서 공세적으로 바뀌며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핵심 부품 가격을 인상한데 이어 애플을 상대로 마케팅 영업을 총괄하던 임원을 전보조치하며 애플과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움직임을 가시화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 팀장인 홍완훈 부사장을 글로벌마케팅실(GMO)로 자리를 옮겼다고 13일 밝혔다. 홍 부사장의 후임은 아직 발령나지 않았다.


홍 부사장은 메모리마케팅 팀장, 미국 반도체 법인장 등을 거친 B2B(기업간거래) 마케팅 전문가로, 애플에 공급하는 메모리 가격과 물량 등을 조절하는 일을 담당해왔다.


홍 부사장의 전보가 관심을 끄는 것은 이번 인사가 애플과의 거래와 관련한 문책성  인사라는 말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특허소송을 벌이는 와중에 애플이 삼성전자의 낸드플레시 등 반도체 물량을 대폭 줄이고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등 압박을 가한 데 대해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끌려가는 모습을 보인 게 교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업간거래를 담당하던 홍 부사장의 경험이 타 부서에도 필요하다는 판단에 발령이 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앞으로 애플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기 위한 본격 태세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수세에 놓여 있던 반도체 공급 협상에서도 공세의 고삐를 다잡아 애플과의 관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각오라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의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경기도 화성에 짓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17라인 완공시기를 늦춰 애플용 AP 웨이퍼 생산능력을 조절함과 동시에 다른 고객을 확보해 애플의 비중을 낮추기 시작했다.


또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에 탑재되는 AP, 메모리, 디스플레이 납품 가격을 10~20% 인상해 애플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가격 인상을 통해 디자인 특허전 1심에서 발생한 배상금 10억5천만달러(1조2천억원)를 충당할 수 있는 수입이 발생하는 효과를 거뒀다.


▲ 삼성전자 쿼드코어 모바일 AP ‘Exynos 4 Quad’


삼성전자에 이어 애플에 낸드플래시를 공급하는 도시바와 SK하이닉스도 최근 납품가를 각각 20%, 10%씩 올려받는 데 성공함에 따라 부품가격을 이용한 삼성전자의 애플 압박은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등 완제품 시장에서 애플에 앞서고 있고 부품 시장에서의 애플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어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향후 관계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애플이 메모리·반도체 등에서 삼성전자의 비중을 더 낮추는 선택을 하게 된다면 삼성전자로서도 이득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삼성전자의 매출의 8.8%가 애플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이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프로세서를 아예 다시 설계하는 선택을 한다면 최대 공급처를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AP만 공급하지 않게 된다고 가정하면 연간 약 3조~4조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애플은 특허소송 이후 삼성전자의 비중을 점차 줄이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 4S의 메모리 부품은 SK하이닉스 제품으로 선택했고, 아이폰5의 스크린은 LG디스플레이, 샤프 등의 기술을 사용했다. 최근에는 아이폰5용 AP를 삼성전자 대신 대만의 TSMC에 맡기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주요 전자부품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애플이 공급선을 다변화하면 삼성 실적에 타격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양사가 사업 상 뒤얽혀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강경한 조치도 차후 특허전에서 절충점을 찾기 위한 행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격인상을 통해 애플에 대한 공세를 예고한 삼성전자가 추후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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