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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항공 운항 지연으로 휴가 망치고도 책임 없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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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항공 운항 지연으로 휴가 망치고도 책임 없는 이유는?
운항 지연 피해 크지만 정비불량 접속문제 등 '면책조항' 들이대
  • 김미경기자 news111@csnews.co.kr
  • 승인 2013.08.2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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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저비용항공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계획했다가 운항 지연으로 애를 먹은 소비자들의 제보가 빗발치고 있다.

비행기 출발 및 도착 지연으로 여행이 엉망이 되거나 일정이 꼬이는 피해들이 허다하지만 항공사들은 예견치 못한 정비, 항공기 접속문제 등 ‘면책조항’을 들이밀며 책임을 빠져 나가는 탓에 보상마저 요원한 실정이다.

소비자들은 “항공기 대수가 많지 않은 저가항공사들이 무리한 비행일정을 잡아놔 상습적으로 지연 운항하고선 보상책임을 피하려고 무턱대고 면책조항을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에어부산은 항공기를 편법 투입하고 결항 사유도 허위로 신고해 지난 6월 5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에어부산은 지난 5월 제주행 항공기가 기체결함으로 결항하자 이륙을 앞둔 김포행 항공기를 고의로 결항해 투입한 뒤 정비 불량이라고 허위 신고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항공사가 지연·결항 사유를 거짓으로 신고해도 관리감독기관의 인력부족으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며 “상습적으로 지연 운항하는 저가항공사에 대한 운행 실태를 점검하고 제재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저가항공이라 대체편 못해줘?~항공기 연결문제로 여행 엉망돼

충남 아산시 용화동의 임 모(남)씨는 지난달 방콕으로 떠나는 자유여행의 항공편으로 티웨이항공사를 선택했다.

티웨이항공편을 이용해 7월 28일 오후 8시 25분 출발해 다음날 00시 10분 도착하고 7월 31일 01시 20분 출발해 아침 08시 40분에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탑승권 체크인 과정에서 중국 쪽에서 비행기가 도착하지 않아 출발시간이 3시간 넘게 지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임 씨는 대체편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2박4일로 빡빡한 일정에 출발부터 지연되면 여행 자체가 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항공사 측은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체 항공으로 연결해준 적이 없어 어렵다"며 ‘식사(meal) 쿠폰’만 내밀었다. 돌아오는 항공편 일정을 조정해 달라는 요청 역시 단박에 거절했다. 지연사실을 왜 미리 연락을 안 해주었느냐고 따져도 죄송하다는 말뿐이었다.

여행을 안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취소하려고 했으나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여행사에서 구입했기 때문에 여행사로 취소하라고 등을 돌려 세웠기 때문. 일요일이라 여행사 전화 연결도 되지 않아 할 수없이 방콕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밖에 없었다.

임 씨는 “저가항공이라 대체편을 못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니 반응이었다. 새벽에 방콕에 도착해 아침이 다 되어 호텔에 도착하는 등 모든 일정이 엉망이 돼버렸다”고 분개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연결편인 TW9621(인천-삼아)이 현지공항 기상악화로 비정상 운항돼 TW101(인천-방콕)이 지연됐다”며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항공기 접속관계'에 따른 운항지연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명시돼 있으며 대기 시간이 길어진 부분을 고려해 식사쿠폰을 지급했다”고 답했다.

◆ 싼 게 비지떡? 이스타항공 3시간 연착으로 여행일정 뒤죽박죽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이 모(남)씨는 지난 7월 11일 푸켓 에어텔 + 선택관광 상품을 결제하면서 항공편은 비용이 저렴한 이스타항공을 선택했다.

여행 당일 여행사로부터 “1시간 10분 정도 연착된다”는 연락이 오더니 공항 도착 후에는 또 다시 2시간 가량 지연 안내를 받았다.

태국 도착 시간은 예정시간인 00시30분(이하 현지시간)을 훨씬 넘긴 4시였고 호텔에는 5시가 넘어서야 들어갔다. 결국 선택관광을 위해 1시간만 숙박하고 호텔을 나가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귀국할 때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를 비롯해 다른 나라의 비행기 편은 정상적으로 이륙했으나 이스타항공만 25분가량 늦게 출발했다. 하지만 항공사 측은 ‘항공기 연결 문제로 연착됐다’는 말뿐 보상도 해주지 않고 전화를 피했다고.

이 씨는 “비행기의 빠듯한 항공 스케줄 때문에  계속 연착이 되는데  항공사의 책임이 없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다른 노선 운항 후 연결 과정에서 정비점검 문제가  발생해 부득이 지연 운항됐으며 지연 사실을 전화로 설명하고 현장에서 계속해서 안내했다. 고객에게 수수료/차액금 없이 일주일 이내의 날짜로 변경하거나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식사쿠폰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 "비행기 6시간 연착 보상해" vs."'정비'라서 면책야~"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신 모(여)씨는 지난달 21일 3박5일 일정으로 떠난 보라카이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는 비행기편(6월25일 오전 5시30분 도착)에 문제가 생겨 공항의자에서 밤을 지새웠다.

항공사 측은 출발예정시간이 지나도록 지연에 대한 안내방송 한 번 없이 탑승객을 기다리게 했다. “비행기가 고장나서 중국 쪽에서 다른 비행기가 오고 있다”는 말도 항의한 끝에 겨우 들을 수 있었다.

결국 예정시간보다 6시간 늦게 인천공항에 도착한 신 씨는 승무원을 통해 고장이 났다던 비행기가 현지 공항에 아예 없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그는 “아예 배치되지도 않은 비행기 때문에 지연됐는데도 기체결함을 내세우는 것은 ‘안전운항을 위한 예견하지 못한 정비’라는 면책조항에 끼워 맞추려는 수작 아니냐”며 거짓 대응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제스트항공 관계자는 “마닐라공항에서 넘어와 깔리보공항에서 손님을 태우고 인천공항으로 오는 여정인데 예정된 항공기가 마닐라공항에서 이륙 직전에 정비 문제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이어 “필리핀은 전체적인 문화가 우리나라와 달라 문제가 생겼을 때 즉각적으로 알릴 수 있는 시설 등이 잘 구축되어 있지 않다"며 "문제 발생 시 정확하게 승객들에게 알리고 있지만 시간 텀이 있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김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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