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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세탁'기승...등급 표시없고 도정시기 속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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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세탁'기승...등급 표시없고 도정시기 속이고
수입 쌀 묵은 쌀 섞고 '혼합'으로 표시하면 '끝'...등급제 의무화 시급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15.12.02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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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노원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최근 대형마트에서 쌀 20kg짜리를 구매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햅쌀이 출시돼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터라 도정일을 확인하기 위해 살펴봤더니 대부분 ‘미검사’ 쌀이었기 때문이다. 도정일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등급을 확인할 수 없어 불안한 마음이 든 김 씨는 직원에게 어느 것이 좋은 쌀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직원 역시 비싼 게 역시 좋은 쌀이 아니겠냐는 식으로 얼버무렸다고. 김 씨는 “한두 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대부분 제품이 아예 검사를 하지 않은 것이더라”며 “좋은 쌀이라고 비싼 가격을 붙여놨는데 뭘 믿고 구매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혼란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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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트에서 판매하는 국산 쌀이지만 품종 '혼합'에 미검사 쌀이 수두룩했다.

대형마트 등 다양한 유통경로를 통해 판매되는 경기미, 호남미 등 쌀 구입 시 소비자가 선별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부분 제품 등급란에 ‘미검사’라고 표기돼 있어 쌀 품질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입쌀은 현지 등급 판정을 받고 수입되기 때문에 품질을 확인할 수 있지만 국산 쌀은 법적으로 농산물품질관리원의 품질 검사를 받을 의무가 없어 ‘미검사’로 유통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품질 검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쌀 품종이나 도정일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지고 있다.

국산 쌀은 양곡관리법에 따라 겉표지에 품목(품명), 생산연도, 도정연월일, 중량, 품종, 등급과 생산자 정보 등을 표시해야 한다.

하지만 품종을 알 수 없을 경우 ‘혼합’이라고 표기해도 되며, 등급 검사를 받지 않은 경우 ‘미검사’로 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입쌀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등급에 따라 표시해야 하지만 국산 쌀은 등급 검사를 받을 의무조차 없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현재 유통되고 있는 쌀의 약 80%가 ‘미검사’로 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7월7일부터 양곡관리법이 개정돼 쌀을 혼합하는 표기하는 것은 제재하고 있다. 그동안 수입쌀을 섞어 사용하거나 생산연도가 다를 경우 ‘혼합’이라고 표기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었지만 이를 막겠다는 것.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지역 또는 판매한 양곡의 5배 이하 벌금, 영업정지, 정부관리양곡 매입자격이 제한된다.

값싼 수입 미곡의 무분별한 유통을 막기 위해 올해부터 실시되고 있지만 무분별하게 혼합 판매됐던 관행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묵은 쌀을 햅쌀로 도정시기를 속이고, 수입쌀을 국산이라고 표기하는 등 ‘쌀 세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DNA분석, 신선도 감정 등 첨단 과학기법을 활용해 단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적발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소비자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에서도 ‘농업보조사업 평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쌀 등급표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예산처 측은 “쌀 관세화 시행과 더불어 쌀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고품질쌀로 차별화를 해야 한다”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등급 및 단백질 표시제의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국산 쌀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등급 표시제 의무화 등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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