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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가계대출 막히자 중기대출 늘리기 경쟁...리스크 관리는 '고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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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가계대출 막히자 중기대출 늘리기 경쟁...리스크 관리는 '고민거리'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8.03.28 0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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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로 가계대출에 급제동이 걸림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은행들은 올해 중기대출 목표치를 확대설정하고, 중기대출을 확대하기 위한 마케팅 방안 마련에 분주한 상태다. 지난 26일부터 정부가 기존 DTI를 DSR로 강화하면서 가계대출 감소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전체 대출에서 중기대출 비중을 현재 30% 대에서 4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중기대출.GIF
▲ 자료:각 사 발표.


KB국민은행은 올해 중기대출 목표를 전년보다 9조 원 확대한 98조 원으로 설정했다. 국민은행은 기존에 시장점유율이 낮았던 중소 법인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내부적으로 중소 법인 인력을 양성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6조5000억 원을 늘린 82조5천억 원, 신한은행은 6조 원을 늘린 84조 원, KEB하나은행은 5조 원을 늘린 80조 원을 각각 중기대출 목표로 설정한 상태다.  

IBK기업은행은 올해 중기대출 공급 목표를 45조 원으로 전년 대비 8조5000억 원 늘렸다. 기업은행은 작년 12월 기준으로 전체 대출 중 중기대출 비중이 80%에 달한다. 기업은행은 지난 2월 1%대 금리의 중기대출 상품을 선보이는 등 중기대출 영업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기 위해 은행들은 금리도 낮추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KEB하나·기업·농협 등 6대 은행의 2월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 가산금리는 3.68%로 작년 2월 3.86%보다 0.18%포인트 낮아졌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금리상승세일 수록 예대마진이 확대되기 때문에 가계대출 위축으로 인해 수익성이 단기간에 하락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인 수익하락 리스크가 생긴 것"이라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중기대출 직원들 교육을 강화하고, 금리가 낮은 중기대출 상품을 출시하는 등 중기대출 늘리기에 돌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에 따른 것이다. 은행권은 정부방침에 따라 지난 26일부터 개인과 자영업자에 대해 '소득으로 갚아 나갈 수 있는 만큼만 대출을 허용'하는 새로운 '대출 규제 3종 세트'를 시행하고 있다.

모든 빚의 원리금을 따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비롯해 자영업자 대상의 '소득 대비 대출비율(LTI)', 부동산 임대사업자에게 적용되는 '이자상환비율(RTI)' 등 세가지다.  모두 대출자의 연간 소득에 따라 대출 한도를 정하는 방식이어서 가계대출 위축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해 KB국민은행(행장 허인), 우리은행(행장 손태승), 신한은행(행장 위성호), 하나은행(행장 함영주) 등 4대 은행들의 가계대출 총액은 434조 원에 달했다. 전체 대출총액에서 51.9%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던 가계대출이 줄어들게 되자 중소기업 대출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그러나 중기대출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부작용도 우려된다.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고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은 여전히 상승세다. 여기에 각 은행들이 중기 대출 확대를 위해 무리한 영업에 나설 경우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고, 중기대출 확대 과정에서 부실기업 대출을 떠안을 우려도 있다.

국내 중소기업 업황은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전체 산업 업황 BSI는 77이지만 중소기업은 64로 한참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서 우리은행은 부실률이 높은 중소기업의 신용평가 등을 고도화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일 기업신용평가 모형을 재개발하고 목표 기준 부도율을 재설정하는 등 기업여신시스템을 개선하는 용역 작업에 돌입했다.

우리은행은 은행권 신용평가모형 컨설팅이나 시스템 개발 경험 사업자를 대상으로 다음 달 3일까지 제안서를 받아 이르면 6월부터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또 국내 최초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업진단시스템 ‘빅아이(Big Eye)’를 기업여신 리스크관리에 도입하기도 했다. ‘빅아이’는 빅데이터 인프라를 활용해 기업 관련 빅데이터를 통합 및 데이터베이스화하고 200여 개의 리스크 분석지표를 머신러닝으로 분석해, 기업의 부실가능성을 4단계 등급으로 안내하는 시스템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량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중기대출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부실한 중소기업을 솎아내기 위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모형개발에 착수하고, 빅아이를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도 최근 기업신용평가 프로세스 개선 사업에 나섰다. 신용평가, 여신심사 및 리스크관리에 활용 가능한 기업정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하나은행과 대외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활용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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