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사의 해외 로밍요금제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거세다. 현지 네트워크 사정으로 사용이 원활하지 않아 큰 불편을 겪어도 요금이 전액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통사는 데이터 사용기록이 단 1회라도 있다면 요금을 전액 납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달 인도네시아 발리로 여행을 다녀왔다. 자유여행이었기 때문에 현지에서 교통, 식당, 관광지 등을 검색하기 위해 사용 중인 이동통신사의 데이터로밍 요금제 중 5GB 상품을 4만4000원에 구매했다.
하지만 김 씨는 현지에서 데이터가 먹통인 경우가 많아 5GB 중 1/7에도 못미치는 700MB밖에 사용하지 못했고 그 바람에 여행 일정에 차질을 빚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데이터로밍 구매 요금은 전액 청구됐다고.
김 씨는 “데이터 먹통으로 인터넷 검색 등을 할 수 없어 여행 중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사용한 데이터양만큼만 요금이 부과돼도 화가 나는 상황인데 데이터 사용 기록이 1회라도 있다면 요금이 전액 청구된다고 했다”며 부당함을 토로했다.
◆ 대폭 개편한 로밍요금제, 현지 상황따라 복불복...이통 3사 "사용량 따라 임의 조정"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해외여행 시 이용자들의 편리한 데이터 사용을 위해 해외 데이터로밍 요금제를 출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별 통신 환경에 따라 데이터 사용속도 저하나 끊김 현상 등 서비스 품질이 천차만별이라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해외 데이터로밍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국내 이통사와 제휴를 맺은 현지 통신사 망을 통해 이용하게 된다. 하지만 현지 통신사의 서비스 영역과 속도 등 통신 인프라와 환경이 우리나라에 비해 열악한 경우가 많아 통신 장애발생이 잦은 것.
문제는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어도 결제 요금을 환급받을 수 없다는 것. 이통사 이용 규정에 현지 망 사정으로 속도가 저하되고 끊김 현상이 발생해 원활한 사용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데이터 사용기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요금은 그대로 부과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통3사는 제휴 통신사의 서비스 영역, 속도 등의 문제는 현지 사정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으며 요금 관련 이용 규정도 그러한 맥락이라고 보면 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SK텔레콤은 “관련 정책이나 규정에는 없지만 이용자가 현지 사정으로 데이터 사용에 큰 불편을 겪었다고 판단될 경우 상황에 따라 요금 전체 중 일부를 조정해 청구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KT는 “사용기록이 전무하거나 50MB 이내로 사용했다면 요금이 청구되지 않는다. 200MB 이내로 사용했다면 요금의 50% 정도가 조정돼 청구될 수도 있으나 보통 사용기록이 있다면 요금은 전액 청구된다”고 밝혔다.
일부 소비자단체에서는 이통사가 현지 데이터 사용 관련 장애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소비자에게 명확히 인지시키지 않고 문제없이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해 판매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실제로 우리나라처럼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소비자들에게 자세히 설명하면 이용수요가 줄어들테니 일정금액을 내면 해외에서 데이터를 마음대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만 광고해 판매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통3사는 “고객이 로밍요금제를 구매할 때 현지 네트워크 사정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안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