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부간의 강압적인 섹스에 대해 ‘성추행’ 판결이 내려졌다.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에게 남편이 손을 뒤로 꺾은 상태에서 강제로 성행위를 하려 했고, 법원은 이에 대해 “부부간의 섹스라 할지라도 강압적인 환경에서 섹스를 하는 것은 강제성추행”이라고 판결했다.

이는 부부간에도 자신이 성행위를 할 건지 안 할 건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것으로, 여성계는 이제야 아내의 성적인 권리가 인정되었다고 환영했으나, 일부 남성들은 부부간의 사사로운 성행위까지 법으로 해결해야 하느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부부라는 관계는 사실상 섹스가 공인된 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심하게는 원하지 않는데도 ‘의무방어전을 갖는다’는 말을 공공연히 할 정도로 섹스는 부부간의 당연한 권리이며 의무이다. 또 섹스는 몸과 마음으로 하는 대화이기 때문에 섹스를 자주 하는 부부일수록 친밀감이 높은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부부 성교육을 할 때 ‘가능한 한 섹스를 자주 하고 스킨십을 많이 하라’고 권한다. 부부간의 사랑이 담긴 섹스만큼 서로를 위안하고 하나로 묶어 주는 행위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똑같은 논리로 섹스는 서로를 향한 대화이고 소통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마음이 닫히면 섹스가 어려워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일반적으로 남자보다 ‘관계(Relationship)’라는 면에 예민한 여자들은 더욱 남편에 대한 분노 등의 심리적인 문제가 있으면 섹스하기 어렵고, 하고 싶지 않아진다.

여기에 물론 남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과 여자들의 그것이 다르다는 것, 또 섹스나 사랑에 대해서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여자들과 달리 남자들은 몸으로 부딪쳐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좋아하고 그것에 익숙해 있다. 그래서 나름대로 부부싸움을 하고 나서 섹스를 하고자 하는 남자들의 모습에는(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화해의 제스처가 함께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 사례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하고 싶다, 하고 싶지 않다’의 단순한 문제보다는 ‘섹스를 당연히 한다고 인정되는 부부라 하더라도 힘으로 제압하여 강제로 섹스하는 것이 옳으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단순히 섹스는 두 사람의 문제이므로 둘 중 한사람의 동의가 없다면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두 사람의 욕구가 늘 같이 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래서 한 사람은 피곤해서 쉬고 싶은데, 한사람은 사랑을 나누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러나 대체로 사이가 좋은 부부라면 이 합의점 도출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다.

이런 문제가 불평등한 ‘권리’의 문제가 되는 것은 사이가 좋지 않거나 늘 한쪽의 의사만 존중되는 부부의 경우일 것이다. 목표가 아무리 부부간의 화해라 하더라도 강압적인 힘이 작용되어선 안된다. 대화에 두려움이 끼면 그것은 ‘대화’가 아니라 ‘지시’이다. 대화라는 것은 그야말로 수평적인, 어떤 말도 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그런 자유로운 상태에서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섹스는 사랑하는 마음을 몸으로 표현하고 확인하는 부부간의 대화라는 점에서 그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어떤 강압적인 힘도 작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남편들뿐 아니라 아내들도 강압적인 섹스 요구를 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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