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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들이여! 더 이상 동의없이 공격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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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들이여! 더 이상 동의없이 공격하지 마라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11.23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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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들이여, 더 이상 동의없이 공격하지 마라

 

지난 1970년, 대법원은 ‘부부간에는 강간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었다. 결혼과 동시에 정조권을 포기했다는 것이 이런 판결이 내려진 배경이었다. 하지만 ‘부부 사이에도 성적 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이 2004년 법원의 생각이었다. 30여년 넘게 유지돼오던 판례가 바뀌게 된 것이다.

여전히 ‘내 아내를 마음 내키는 대로 탐닉할 수 있다’고 믿는 남편들은, ‘아내 강간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될지도 모른다. 지난 8월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는, 아내에게 강압적인 섹스를 요구하고 상해를 입힌 김모씨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유죄 판결은 부부 문제, 특히 부부간 성관계에 대해선 법이 간섭할 필요가 없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벗어난 것으로, 법조계에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1970년, 대법원은 ‘부부간에는 강간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었다. 결혼과 동시에 정조권을 포기했다는 것이 이런 판결이 내려진 배경이었다. 하지만 ‘부부 사이에도 성적 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이 2004년 법원의 생각이었다. 30여년 넘게 유지돼오던 판례가 바뀌게 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혼인을 했다고 해서 부부 각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성행위를 하고 싶지 않은 상대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특히 다른 사람이 간섭할 수 없는 부부관계의 특성상 이 같은 범죄는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어 엄히 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적 학대' 이유로 이혼 상담 늘고 있다

이번 판결이 있기 전까지, 부부간의 섹스는 당사자 이외에 누구도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부부간에도 성폭력은 존재한다는 걸 사람들은 인식하게 되었다. 이혼 전문 변호사들은 “가학적인 성적 학대로 이혼을 상담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고 말하는 실정이다. 이번 케이스를 좀더 깊이 알아보면, 성폭력의 존재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들 부부가 결혼한 것은 1989년. 하지만 지난 2002년 아내는 김씨에게 이혼을 요구하게 된다. 당시 남편은 아내에게 잭나이프를 들이대거나 팔을 꺾는 등, 공포감을 조성하면서 성관계를 요구했다. 계속되는 폭행을 견디지 못한 아내에 의해, 김모씨는 2002년 9월 기소되고 만다. 당시 심리 과정에서 김씨는 강제추행하거나 협박한 사실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으나, 거짓말 탐지기 조사 결과 거짓 반응이 나오자 모든 혐의를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 부부는 ‘물론’ 현재는 갈라선 상태다. 지난 7월, 남편 김씨가 아내에게 재산 중 일부인 2억2000만원을 양도하는 조건으로 이혼이 성립됐던 것.


남편과 아내의 좁힐 수 없는 섹스에 대한 인식 차이

여성단체들은 법원의 이번 판결을 일제히 환영했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법의 보호를 받게 되었다’는 것이 여성단체들의 한결같은 논평이다. 지난 2001년 ‘부부간 강간죄’ 신설을 추진하려다 ‘전통적인 부부관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여론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던 여성부는, 다시 한번 법 추진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남성들의 생각은 많이 다르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부부관계의 약자는 남편일 수도 있다’는 의견부터 ‘부부의 은밀한 영역을 법이 왜 간섭하려 드느냐, 이제 성관계할 때마다 허락맞고 해야 하느냐?’는 의견까지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판결이 가정 해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부부관계가 많이 평등해졌다고 서슴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건만, 남편과 아내 사이에는, 여전히 성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좁힐 수 없는 인식차가 있는 듯 보인다.


섹스가 '화해 수단'이란 생각은 완벽한 오해!

어찌 됐건 부부 사이에도 강제적인 성추행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하나의 충격이다. 남편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것은 1970년에 한 번, 그리고 이번에 한 번, 이렇게 단 두 차례뿐이지만, ‘자녀 문제’ 등으로 쉬쉬하고 있는 아내들이 상당수 있다고, ‘한국여성의전화연합’측은 밝히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부부싸움 후 화해의 수단으로 섹스를 활용한다는 남편이 무려 80%나 된다고 한다. 하지만 아내의 생각은 너무 다르다. 부부싸움 후 섹스를 하게 되면 남편의 성적 욕구 해소 수단으로 취급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 전문가들은 부부간의 성문화가 척박한 가장 큰 이유로, 섹스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이라고 말한다.
위의 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남편과 아내는 성에 대한 생각이 상당 부분 다르다. 아내가 ‘No!’라고 외치는데도, 남편은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섹스는 부부간의 친밀도를 높이는 가장 성능 좋은 수단이지만, 무조건적인 남편의 공격하에 이루어지는 섹스는 불쾌감만 남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상식이지만, 부부의 침실에서 이런 상식이 때때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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