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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위기' 앞에 자동차업계 노사화합 분위기...임단협 속속 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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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위기' 앞에 자동차업계 노사화합 분위기...임단협 속속 타결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20.04.21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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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노사분규로 몸살을 앓기 일쑤였던 자동차업계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위기극복을 위해 모처럼 합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은 지난해부터 끌어오던 임단협을 최근 마무리했고, 쌍용자동차는 올해 임단협을 조기에 타결했다. 다음달 협상을 시작하는 현대자동차도 노조 측이 협조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대표 이원희) 노사는 '유연 생산 체제'와 '임금 동결' 등의 중요 현안을 오는 5월 초중순 열릴 1분기 노사 협의회에서 본격 논의할 방침이다. 현대차 노조는 '유연 생산 체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유연 생산 체제의 핵심은 '혼류생산'으로 한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그 동안 노조는 특근 등 공장 간 일감 배분 문제로 혼류생산을 반대해 왔다.

현대차 공장은 현재 펠리세이드 등 내수 차종을 생산하는 곳은 일감이 넘치고, 수출 차종을 만드는 곳은 일감이 없어 휴업하는 등 공장별 생산 편차가 심하다. 혼류생산을 하게 되면 시장 수요에 따라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현대차 노조는 또 지난 17일 소식지를 통해 "코로나19 대위기 속 일자리 지키기라는 대명제 앞에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로 생존방안 찾아야 한다"며 독일식 위기돌파 해법을 벤치마킹하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독일 노사는 지난달 체결해야 했던 올 임금협약을 연말로 연장해 사실상 올 임금을 동결했다. 대신 사측은 크리스마스 보너스와 휴가비를 12개월 나눠 분할 지급하고 근로자 1인당 350유로의 기금을 적립해 조업단축으로 생계가 어려운 근로자를 우선 지원했다. 현대차 노조가 임금동결을 먼저 언급한 것이다.

현대차 노조가 공식적으로 사측에 제안하지는 않았지만 노사 협약을 위한 내부 의견 합의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금속노조의 중요한 축인 현대차 노조가 먼저 임금 동결을 전제로 협약을 언급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현대차 노조의 변화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일감이 줄어 수당 감소나 고용 대란이 올 수 있다는 데 노조가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코로나 확산으로 공장들이 잇달아 문을 닫으며 지난 3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가량 감소한 30만8500여대를 판매했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2분기부터 실적 악화 강도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 대부분 권역의 공장이 일시 폐쇄되며 매출 악화가 불가피하다. 이 같은 실적 악화가 장기화하면 사측에서는 고용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노조위원장의 교체도 강경했던 노조 분위기를 바꾸는 데 일조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온건파로 분류되는 이상수 신임 노조위원장이 당선된 이후 큰 병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8년만에 처음으로 무분규 임단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하언태 사장과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나란히 누워 헌혈행사에 동참하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공장이 코로나19 사태로 임시 휴업을 하게 되면서 고용안정이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라며 "노조가 경직된 논리에 집착하며 불필요한 파업을 하기 보다 유연 근무 등으로 생산량 만회에 나서 사회적 공감을 얻는 노조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노조 문제로 몸살을 겪고 있는 한국지엠(대표 카허 카젬)과 르노삼성(대표 도미닉 시뇨라)도 지난 15일 나란히 임금협상을 마무리 하며 양사 모두 사업 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르노삼성은 기본급을 동결하고 그에 따른 보상 격려금 200만 원 등 일시 보상금 888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해를 바꾸며 끌어오던 임단협 협상이 마무리 되면서 르노삼성차는 신차 XM3의 안정적인 생산에 주력할 수 있게 됐고 유럽 수출용 신차 물량 확보에도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이번 임금협상 타결은 회사 생존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발동된 결과”라며 “향후 신차 XM3의 해외 수출 물량 확보를 위해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 임단협도 코로나19 여파를 고려해 노조가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며 극적으로 타결됐다. 지난해 7월부터 협상을 이어온지 10개월 만에 타결됐는데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일시금 지급 등을 모두 포기했다. 사측은 노조에게 신차 구매시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키로 했다. 파업과 관련해 회사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등에 대해선 별도 논의하기로 하고, 노사가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의 차량 생산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영환경에 대한 노사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올해 사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사가 합심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대표 예병태)는 지난 17일 올해 임단협을 조기에 타결했다. 노사는 임금동결에 합의하고 현재 추진 중인 경영쇄신 방안에도 협력키로 했다. 쌍용차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동안 쌍용차는 누적 470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을 늘려왔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코로나19까지 터졌고, 모기업인 마힌드라그룹이 자금 지원마저 대폭 축소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 정상화와 고용 안정을 위해 무엇보다 안정적인 노사 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조기 합의를 이뤘다"며 "앞으로는 차질없이 자구안을 추진하고 판매 물량 증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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