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의 올해 1분기 합성고무 부문 영업이익은 5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분기(91억 원)보다 449%, 지난해 1분기(492억 원)보다 7% 증가하는 것으로 근 8년래 두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합성고무 부문 영업이익률도 10%를 상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석유화학의 올해 1분기 전체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감소한 831억 원이 예상된다. 전체 매출 중 합성고무 사업이 60%를 차지하며 실적을 견인하는 셈이다. 금호석유화학은 합성고무, 합성수지, 정밀화학, 건자재, 에너지 등의 사업군을 영위하고 있다.
합성고무 사업의 실적 증대의 배경에는 'NB라텍스'가 있다. ‘니트릴 장갑’으로 알려진 라텍스 장갑은 금호석유화학의 주력 합성고무 제품인 NB라텍스로 제작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의료용 장갑 수요가 폭증추세다. 또 감염 차단을 위해 일상 생활에서도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 타이어 등에 들어가는 합성고무 제품의 판매가 줄었지만 의료용 장갑에 쓰이는 NB라텍스가 이를 메웠다. 올해 1분기 합성고무 매출에서 NB라텍스 비중이 30% 이상으로 늘고, 타이어 비중이 40% 이하로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금호석유화학은 NB라텍스 생산공장을 풀가동 중이다. 올 3월 금호석유화학은 NB라텍스 추가 생산설비 구축으로 월 판매량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금호석유화학의 올해 1분기 NB라텍스 수출량은 약 20만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금호석유화학의 NB라텍스 전세계 점유율은 지난해 30% 수준에서 올해부터 35%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금호석유화학은 보건 환경이 열악해 질병 발생률이 높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다양한 수요선을 갖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지난해 말 개발한 산업용 NB라텍스 신제품(KNL870)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제품은 각종 화학물질로부터 작업자들의 손을 보호할 수 있도록 강도와 내화학성을 갖추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글로벌 1위 NB라텍스 제조사로 연산 55만톤의 NB라텍스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 지난 2016년 NB라텍스 생산능력을 연간 20만톤에서 40만톤으로 확대했고, 지난 2018년 15만톤의 NB라텍스 증설을 단행해 지난해 말 완공됐다. 금호석유화학은 설비 전환 및 증설을 통해 공급과잉 상태인 스티렌부타디엔 고무(SBR) 비중을 축소하고 NB마진이 높은 라텍스 비중을 늘려왔다.
공급과잉 우려도 제기됐으나 타사들이 설비증설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반면, 과감한 선제적인 설비투자로 코로나19로 인한 반사이익을 금호석유화학이 독차지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NB라텍스 시장은 금호석유화학, 말레이시아의 신토머(Synthomer), 대만의 난텍스(Nantex) 등 상위 4개사가 80% 가까이 점유 중이다.
NB라텍스를 생산하는 또 다른 국내 업체인 LG화학은 여수에서 연간 약 17만톤을 생산하면서 글로벌 3위 NB라텍스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LG화학도 NB라텍스와 관련해 증설 등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LG화학의 투자가 자동차용 배터리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NB라텍스 생산업체들도 증설계획을 갖고 있지만 올해 투자가 확정된 곳은 없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될 수록 금호석유화학의 합성고무 실적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향후 전망이 밝다. NB라텍스는 그동안 의료용 고무장갑 등 의료용 어플리케이션에 국한돼 사용돼 왔지만 최근 위생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면서 조리용, 청소용, 머리염색용, 타투이스트, 동물용 등 일상생활로 사용처가 증가하면서 천연고무를 대체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NB라텍스의 성장률이 향후 5년간 연평균 10%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군에서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후문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NB라텍스는 범용제품보다 수익성이 높고, 판매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올해 합성고무 부문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며 "지난해 선제적인 NB라텍스 설비증설이 효과를 보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NB라텍스 수요가 다양한 산업군에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