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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항사들, 항공권 현금 환불 거부...바우처·포인트 지급으로 막무가내 '버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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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항사들, 항공권 현금 환불 거부...바우처·포인트 지급으로 막무가내 '버티기'
재정난 이유... 법적 제재 어려워
  • 박인철 기자 club1007@csnews.co.kr
  • 승인 2020.05.01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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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불 대신 1년 내 사용한 포인트 지급 서울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해 12월 에어아시아를 통해 인천~푸켓 항공권을 구입했다. 코로나19 발생으로 2월1일 취소 신청했지만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 환불을 받지 못했다. 항공사에서 취소 문의가 많다며 기다려 달라고만 하고 미루기 때문이다.
김 씨는 “빠른 처리를 원하면 1년 안에 에어아시아 포인트로 받던지 일정을 무료로 조정하는 안이 있다고 하더라. 코로나19로 인해 언제 여행이 가능할지 모르는데 1년 안에 사용이 가능하겠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 입국 금지 상태에서 일정 변경 경북 구미에 사는 김 모(여)씨는 이달 말 출발하는 가루다항공 인천~발리 티켓을 1년 전 미리 구입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인도네시아에서 외국인 입국이 전면 차단되면서 여행을 갈 수 없게 돼 환불을 요청했다. 하지만 가루다항공에선 바우처 환불과 일정 변경만을 제시했다. 김 씨는 “일정을 변경한다 해도 입국 금지가 언제 풀릴지 모르는데 예약자에게 환불이 어렵다는 메일만 보내면 끝인가”라며 황당해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입국 금지를 시행 중인 국가가 늘어나면서 외국 항공사들이 항공권 전액 환불 대신 바우처·포인트 지급, 일정 변경 등의 방안을 유도하고 있다. 당장 돌려줄 현금이 부족해지면서 내린 조치다.

에어아시아, 가루다항공뿐 아니라 팬퍼시픽, 에어프랑스, 포르투갈 항공, 뱀부항공 등도 현금 환불은 어렵다는 입장을 항공권 구매자들에게 전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외항사들의 대안을 납득하기 어렵다. 항공권 가격이 오르면 바우처로 재구매하기 어렵고 포인트, 일정 변경 또한 ‘1년 기한 이내 사용’이라는 조건이 붙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발병이 멈춘다고해도 단기간에 해외 여행이 가능할꺼라는 기대는 낮은 상황이다.

곤혹스러운 것은 여행사도 마찬가지다. 외항사가 현금 환불 불가 방침을 내세울 경우 구매대행한 여행사로서는 해결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중견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사는 항공권 발권을 대행해주는 곳이기 때문에 항공사 방침이 환급 불가라면 원칙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소비자를 도울 방법이 없다”면서 “현재 코로나19로 여행사들도 최악의 상황이라 대승적 차원에서 고통 분담도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외항사가 재정난을 이유로 환불을 거부할 경우 항공사업법상 별도의 규제를 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국내 지사가 없는 경우 대응도 어려워 한국소비자원, 소비자고발센터 등을 통해 피해구제를 신청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이 역시 환불 과정이 쉽지 않고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외항사의 영업 정책 변경을 요구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는 셈이다.

알렉산드르 드 주니악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사무총장도 최근 “코로나19사태가 과거 9.11테러나 사스(SARS) 때보다 심각하다”고 언급하며 항공권 환불이 일제히 이뤄지면 전 세계 항공사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 바우처 지급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환불 불가 관련 내용이 국토부에 공유되면 항공사에 확인 후 인위적일 시 컴플레인을 지속해서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엄밀히 말하면 약관상의 문제는 아니다. 워낙 항공사들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 영업정책을 바꾼 것이라 공정위가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국토부에서도 행정지도를 했다고는 하지만 외항사라 법적 대응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피해구제 신청이나 법적 소송이 전부인데 소비자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해결책 뿐이다. 직접 제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우리로서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외항사들의 바우처 지급 등이 대체방안으로 등장하면서 국내 항공사들 또한 이를 도입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21일 항공권 예약 취소 시 포인트로 환불을 선택하면 10%의 ‘리프레시 포인트’를 한시적으로 추가 제공하기로 했다. 기간은 6월30일까지다. 대한항공도 지난 8일 환불 대신 크레딧 바우처로 변경 시 새 항공권을 구입할 때 1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다만 환불을 전면 차단한 외항사처럼 강제 선택사항은 아니다. 선택지를 넓혀 옵션을 추가한 셈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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