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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1분기 영업손실 1조...정유4사 4조 적자 우려 현실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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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1분기 영업손실 1조...정유4사 4조 적자 우려 현실화되나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20.04.2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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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대표 후세인 알 카타니)이 1분기 1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정유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업계는 정유4사의 1분기 영업손실 규모가 3조 원이 아닌 4조 원에 육박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7일 에쓰오일은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5조1984억 원, 영업손실은 1조73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손실은 8천806억원이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적자전환했다. 1976년 설립된 이래 사상최악의 경영실적이다.

에쓰오일이 이같이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세계경제 침체로 원유수요가 감소하면서 정제마진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가하락까지 겹치면서 대규모 재고평가 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액의 75%가량을 차지하는 정유사업 부문의 영업손실은 무려 1조1900억 원을 기록했다. 1분기 1조 원 대의 적자를 내면서 재무구조도 대폭 악화했다. 에쓰오일의 1분기 부채비율은 122.3%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대를 넘어섰고, 자기자본이익률도 -34.8%를 기록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에쓰오일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 규모를 4700억 원 정도로 점쳤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영업손실 규모가 예상보다 두배 이상 커지자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KB증권 백영찬 연구원은 "에쓰오일의 1분기 정유부문 영업손실은 1조1900억 원으로 KB증권 석유사업 추정치(-6724억 원)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고, 재고관련 손실은 7210억 원이었는데 KB증권 추정치(4880억 원)보다 컸다"고 밝혔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에쓰오일의 1분기 실적은 최근 낮아진 추정치보다 더 부진했다"며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손실이 크게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쓰오일이 1조 원 대의 분기 적자를 내면서 정유4사의 1분기 적자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올해 1분기 정유4사의 적자 예상치는 3조 원 규모였으나 4조 원 대가 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에쓰오일이 적자를 기록한 배경에는 정제마진 악화도 있지만 7000억 원이 넘는 재고평가 손실고 있다. 국제 유가 급락에 따른 원유·석유제품 재고의 가치가 하락했다. 국제 유가는 지난해 12월 배럴당 평균 64.9달러에서 지난달 33.7달러로 급락했다.

국내 정유사가 원유를 수입해 휘발유 등으로 정제해 판매하는 과정까지 최대 3개월이 걸리는데 짧은 기간 유가 급락으로 원유를 가공한 석유제품 비축분이 유가만도 못한 가격으로 떨어지면서 대규모 재고평가 손실이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은 정유4사에 모두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에쓰오일처럼 나머지 정유사들의 적자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대표 김준)의 적자 규모는 당초 1조 원 수준에서 1조 원 후반대로 높아지고 있다. GS칼텍스(대표 허세홍)는 정유4사 중 유일하게 소폭의 흑자가 예상됐으나 5000억 원 안팎의 적자가 예상되고, 현대오일뱅크(대표 강달호)도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예상치를 모두 합치면 정유4사 적자규모가 4조 원에 이르게 된다. 정유 4사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이 3조1202억 원이었는데 올해 1분기 만에 이를 모두 날리고 1조 원의 추가 손실을 입게 되는 셈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비상경영체제가 유지되면서 실적 보안이 강화돼 적자규모가 이렇게 클 줄은 업계 관계자들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라며 "1분기 정유4사 적자규모가 3조 원 대가 아닌 4조 원 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정유업계 실적이 2분기 이후 개선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유가로 인한 공식 판매 가격(OSP) 급락과 연료비 절감으로 하반기에 보다 정상화된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란 예측이다.

유진투자증권 황성현 연구원은 “사우디의 OSP도 사상 최저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OSP 산정 공식(원유 선물 1M-3M 스프레드로 결정) 감안 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을 상회하지 않는 한 원가절감이 지속되며 2분기부터 실적이 차츰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가 1분기 예상보다 훨씬 큰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 지원안이 확대될 지도 관심사다. 이미 정부는 정유업계의 위기상황을 감안해 세금 납부 기한을 3개월 늦춰주기로 했다. 이번 달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이 오는 7월까지 유예됨에 따라 정유사들은 1조4000억 원의 세금부담을 늦출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석유공사 비축시설 대여료 한시 인하, 석유관리원 품질검사 수수료 2∼3개월 납부 유예를 추가 시행키로 했다. 대규모 석유저장시설의 개방검사를 유예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 세금유예에 집중돼 있는데다 항공과 해운, 조선, 자동차, 일반기계, 전력, 통신 등 7대 기간산업에 40조 원 이상을 지원하는 기간산업 지원에도 포함되지 않아 직접적인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역사상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정유업계에 세금 유예 정도의 지원만으로는 부족하고, 원유에 대한 석유수입부과금 미부과 등 세금감면과 기간산업 지원에도 정유업계를 포함시키는 것을 정부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오일뱅크는 29일, SK이노베이션은 다음달 6일, GS칼텍스는 5월 둘째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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