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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법시대③]금융사 시스템 구축 대혼란...전상품에 철회권 적용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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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법시대③]금융사 시스템 구축 대혼란...전상품에 철회권 적용 '초비상'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1.03.25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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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은행부터 보험, 증권, 신용카드사에 이르기까지 금융권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금소법이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후 시행령과 시행세칙 등 세부 사항마련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은 내부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당분간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소법을 구체적으로 현실에 적용하기 위한 시행령은 법시행을 불과 9일 앞둔 지난 16일에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그 바람에 금융회사들은 내규 적용과 시스템 개편 등에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시행세칙은 아직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를 감안해 금융당국도 25일 법 시행 이후 고의, 중대한 법령위반 또는 감독당국의 시정요구를 불이행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6개월 간 지도(컨설팅) 중심으로 감독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사와 소비자 모두 한동안 불편을 감내해야 할 상횡이다.

◆ 은행·증권사 금소법 상품판매 초비상... 보험업권은 민원 증가 우려

우선 가장 많은 상품을 다루는 은행권이 초비상이다. 금소법 전에는 청약철회권, 위법계약해지권 등이 적용되는 상품이 없었지만 금소법 시행으로 원칙적으로 모든 상품에 철회권과 해지권 적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당장 비예금성 상품 가입 전 과정을 녹취 또는 녹화하는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금소법 상 손해배상 입증책임이 금융회사에게 주어지면서 향후 소비자가 문제 제기시 과실이 없음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절차다. 금소법상 보장된 자료열람요구권을 대비하는 목적도 크다. 

상품별로는 투자성 상품 판매 과정의 혼선을 우려하고 있다. 고객 투자성향을 파악하고 설명하고 계약 체결까지 40분 이상 소요되면서 상품을 판매하는 PB나 고객 모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은행 자체적으로도 상품군 축소, 안정적인 상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대출성 상품의 경우도 금소법상 14일 이내 청약철회가 가능한데 은행권에서는 모럴해저드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가령 소비자가 대출을 받고 대출금을 단기간 운용한 뒤 14일 이내 고스란히 돌려주더라도 금소법상 청약철회권을 부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대표적인 사례다.  
 


증권업권에서는 자기책임의 원칙, 손실보전 금지 등 투자성 상품에 적용되던 중요 이슈에 대한 세부 가이드가 없이 제도가 급하게 시행되는 측면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상품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 가이드 없이는 고객과의 분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주로 보험업권에서 시행되던 청약철회권은 고객의 단순 변심을 포함하여 일정기간 내 자유롭게 철회를 할 수 있는 제도이지만 증권사의 경우 신용거래, 주식담보대출, 청약자금대출 등에 적용될 경우 인지대 이슈 등 고객의 일반 해지보다 불리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지적사항으로 나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위법계약 해지권의 경우 시장성이 없는 비상장주식, 계약성 해지가 불가한 폐쇄형 펀드 등 투자성상품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고 상품을 해지하라는 점은 결국 금융회사가 유동성이 없는 고객의 자산을 모두 떠 안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금소법의 징벌적 과징금 역시 그 대상이 회사가 금융상품을 판매해 발생된 수익이 기준이 아닌 투자된 원금 등을 기반으로 과징금이 부여되는데 이는 타 업권 대비 투자성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증권사에게는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보험업권은 현행 금소법에서 보장된 소비자 권리가 이미 보험업법에서 적용된 사례가 있는 만큼 타 업권보다는 법 시행으로 인한 혼란은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사후구제쪽에서는 민원 및 분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금소법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주어진 권리가 늘었고 그 권리가 법적 효력을 발휘하는 만큼 소비자들이 분쟁조정 및 민원제기 등에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당국에 제기되는 연간 분쟁의 85%, 민원의 60% 이상이 보험업권이 차지할 만큼 사후구제 부문에서 보험사들이 가지는 부담이 커졌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일단 내일(25일)부터 법 시행은 되는데 시행 세칙도 없고 현장은 당분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면서 "당국에서 6개월 간 일종의 유예기간을 부여했지만 당장 고객을 상대해야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 금융사들 리스크관리 시스템 보완 등 대응책 박차...소비자보호헌장 선포 잇달아

다만 법 시행으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한 금융회사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금소법 대비 TF팀을 일찌감치 구성해 법 시행에 대비하고 불완전판매 원천 차단을 위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보완하는 등 대응에 나서는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부터 상품유형별 유관부서 직원 16명으로 구성된 '금소법 TF'를 구성해 소비자보호제도 및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재정비 및 전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금소법 항목과 상품 유형별로 내규화 작업을 진행하고 금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각종 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프로세스 구축도 담당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불완전판매 차단을 위한 AI시스템을 구축해 눈길을 끌었다. AI 금융상담시스템 내 ▲상품설명에 대한 자동 리딩 ▲투자성향에 적합한 상품 추천 ▲고객 맞춤형 상품설명 ▲상담 시 금칙어 사용 여부 검증 ▲설명 내용 자동 녹취 및 저장 기능 ▲녹취 시간 및 불완전판매 현황 모니터링 ▲주요 불완전판매 유형 분석 기능이 있어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을 안내해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는 최근 금융소비자보호헌장 서약, 금융소비자보호법 준수 서약식 등에 집중하고 있다. 금소법이 시행하더라도 기존 상품 판매 과정에 상대적으로 큰 변화가 없는 보험업권 특성상 획기적인 변화 보다는 내부적으로 금소법을 잘 지킬 수 있는 내부단속을 실시하는 셈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10일 대표이사 및 모든 임직원이 금융소비자보호헌장에 서약하고 전 임직원과 설계사들이 금소법 시행 전날(24일)까지 '금소법 완전정복' 사이버 교육을 모두 수료하도록 조치했다. 오는 7월 통합법인이 출범하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소비자보호헌장에 금소법과 소비자보호 관련 회사 내규의 주요 이념을 담았다. 이외에 현대해상과 동양생명 등 다수의 보험사들이 소비자보호헌장 선포식을 열면서 내부태세를 정비하고 나섰다.
 

▲ 여승주(왼쪽 두번째부터) 한화생명 사장과 김정수 소비자보호실장 외 영업부문 대표 직원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한화생명 본사에서 열린 ‘금융소비자보호헌장 서약식’에 참석했다.
▲ 여승주(왼쪽 두번째부터) 한화생명 사장과 김정수 소비자보호실장 외 영업부문 대표 직원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한화생명 본사에서 열린 ‘금융소비자보호헌장 서약식’에 참석했다.

특히 보험업권은 민원이 많아 타 업권에 비해 금소법 준비를 철저히 한 점이 특징이다. 삼성생명은 최고경영자와 소비자보호담당임원 직속으로 소비자보호실을 신설하고 전국 8개 권역에 고객권익보호 담당도 만들었다. 미래에셋생명도 지난해 7월부터 금소법 대응 준비팀을 만들고 올해 1월부터는 대응 TF를 만들어 금소법을 준비해왔다. 

금융투자업계는 전관 출신 사외이사 영입에도 집중하고 있다. 금소법 시행과 규제강화 흐름에 방어막이 될 수 있는 고위 관료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방식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19일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했고 현대차증권도 같은 날 윤석남 전 금감원 회계서비스국장을 신규선임, 손인옥 전 공정위 부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KB증권은 민병현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상임감사로 영입했고 하나금융투자도 남기명 전 법제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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