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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법시대①]금융사 '영업관행' 지각 변동 예고...시행착오 따른 혼란도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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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법시대①]금융사 '영업관행' 지각 변동 예고...시행착오 따른 혼란도 불가피
6대 판매규제, 징벌적 과징금 도입 등 불완전판매 차단
  • 박관훈 기자 open@csnews.co.kr
  • 승인 2021.03.2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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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간의 진통 끝에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드디어 오늘(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금융사의 영업관행과 소비자보호업무에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되지만, 동시에 초기 시행착오에 따른 혼란이 한동안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진다.

금소법 시행을 맞아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는 김은경 처장이 직접 나서 각 금융의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들과 연쇄 간담회를 여는 등 금소법 조기 정착에 공을 기울이고 있다.

또 현대해상과 흥국화재, 한화손해보험 등 대형 금융사들이 잇달아 소비자보호헌장 선포식을 갖는 등 금소법 시행에 맞춰 내부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금감원 감독규정 마련이 지연된데다, 시행세칙도 아직 준비 되지 않는 등의 문제로 초기 혼란은 우려되지만, 금소법 시행은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한 차원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김은경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금소법 시행과 관련해 "금융소비자의 권익 증진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제고하는 계기가 되는 만큼, 금융업계가 합심해 시행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6대 규제 등 불완전판매 방지 주력...사후제재도 대폭 강화 

금소법은 일단 대형 금융회사부터 개인 모집인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며, 금융사의 영업방식에도 6대 판매규제 도입 등을 통해 구조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어 상당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특히 첫 발의 후 계속 국회에 계류돼 있다가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 펀드(DLF) 등 사모펀드 사태가 터지면서 9년만에 통과된 덕에 무엇보다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 녹아있다.

우선 금소법은 펀드와 변액보험 등 일부 상품에만 적용되던 6대 판매규제(적합성·적정성 원칙 및 설명의무 준수, 불공정영업·부당권유행위 및 허위·과장광고 금지)를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설계됐다.

금융사와 직원은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를 지켜야 하고 불공정영업행위와 부당권유, 허위·과장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 법령상 규율이 없던 소비자보호내부통제기준에 대한 의무도 새롭게 부과된다.
 


금융사에 대한 사후제재도 대폭 강화된다. 최대 5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던 것이 징벌적 과징금 도입과 함께 과태료 역시 최대 1억 원으로 늘어난다. 또한 3년 이하 징역, 1억 원 이하 벌금의 벌금에 그쳤던 형벌도 5년 이하 징역, 2억 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된다.

여기에 새롭게 신설된 소비자 권리도 눈에 띈다. 투자자문업과 보험에만 적용되던 청약철회권은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된다. 기존에 없던 위법계약해지권 역시 마찬가지로 전 금융 상품에 적용되며 소송이나 분쟁조정 시에는 자료 열람 요구도 가능해진다.

이밖에 사후구제 강화를 위한 조치에 분쟁조정 절차 실효성 확보, 징벌적 과징금 도입, 손해배상 입증책임 전환 등이 포함된다. 소액분쟁 시 금융회사의 분쟁조정 이탈 금지와 분쟁조정 중 소 제기 시 법원의 소송중지 등이 허용된다. 손해배상 입증책임 전환은 설명의무 위반 시 고의·과실 존부 입증에 적용되며 재산상 현저한 피해 우려가 명백한 경우 판매제한명령권도 발동된다.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소법은 금융소비자의 이익과 권리에 관해 직접 법률에 명시하는 접근방법을 취하고 있는 점에서 동일기능-동일규제라는 업권을 포괄한 단일법 제정이라는 시도 외에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의의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보다 적극적으로 금융소비자의 주체적인 권리 행사를 지원하는 규정들이 마련, 모색될 필요가 있다”면서 “내부통제기준과 금융자문업 관련 규정이 발효되는 9월 이후에는 금융소비자에게 제공되는 금융상품과 서비스 유형에서 더 많은 변화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 규정 6개월 유예...금융사도 소비자도 '혼란' 

하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아직 미흡하거나 혼란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를 테면 금융사들은 6대 판매규제인 적합성 원칙에 따라 소비자 정보를 확인한 결과 부적합한 금융상품을 소비자가 원할 경우 부적합확인서를 받고 계약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호소한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최근 Q&A를 통해 적합성 원칙은 판매자가 소비자 정보를 확인한 후에 소비자에 부적합한 상품은 권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데, 소비자가 원한다는 이유로 펀드 카탈로그 제공 등의 방법으로 부적합한 상품을 권유하고 소비자로부터 부적합확인서를 받아 계약하는 행위는 적합성 원칙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권리인 청약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일반금융소비자인지 여부는 언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당국은 금소법 제46조제1항에서 청약철회권의 행사주체를 '~ 청약을 한 일반금융소비자는 ~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하므로 소비자가 청약을 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밖에도 업계에서는 하위법령 입법예고가 늦어져서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도 나온다.

이 때문에 금소법 등은 원칙적으로 25일부터 시행되지만, 시스템 구축 등 준비기간이 필요한 일부 규정은 최대 6개월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다.

또 금융위는 소비자들이 금소법상 보장된 권리를 몰라서 행사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새로운 제도에 대한 설명·홍보를 수시로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 정책․감독 추진 과정에서 금융당국 내 관련 부서들 간에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도 금소법 시행에 따른 제도 변화를 충분히 숙지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금소법 시행으로 여러 금융사가 법 시행에 맞춰 금융소비자보호헌장을 선포하는 등 고객 중심경영을 실천하겠다고 결의를 다지거나 세부정책을 내놓는 것만 해도 의미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부적인 혼란 역시 시간이 흐르고 관련 사례가 쌓이면서 차차 잦아들 것이란 전망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기본법적인 성격, 선언적인 성격의 법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면서 “금융사 경영자의 사고를 소비자 중심적으로 바꾸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불완전판매나 설명의무 위반 등에 대한 처벌 조항이 상당히 미약한 수준이라 아쉬운 면도 있다”면서 “현재 이런 부분에 대한 개정 논의가 제출돼 있는 상태인데, 국회에서 조기에 반영해서 관련 법령을 변경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수현 교수 역시 "금소법 시행으로 최고경영자부터 기획, 판매, 사후구제, 판매전후 전 단계 및 내부통제 등 전사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금융사 조직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향후 회사별로 금융소비자정책이 차별화를 이루고 금융소비자 지향적으로 상품과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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