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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앞' 콕 집어 지정했는데 경비실, 계단 등 제멋대로 배송...분실‧파손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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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앞' 콕 집어 지정했는데 경비실, 계단 등 제멋대로 배송...분실‧파손되면?
택배 비대면 위한 위탁 장소 지정 무색
  • 황혜빈 기자 hye5210@csnews.co.kr
  • 승인 2021.12.10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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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안산시에 사는 박 모(남)씨는 온라인으로 도서를 주문했으나 위탁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 배송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박 씨는 지난 3일 온라인 서점에서 2만 원짜리 책을 주문했다. 다음날 '금일 배송된다'는 내용과 함께 택배 위탁 장소를 기재해달라는 메시지가 도착해 ‘문 앞’으로 배송 요청했다. 그러나 택배가 도착했다는 연락이 없어 혹시나 싶어 1층 우편함 쪽을 확인해보니 그 곳에 배송된 상태였다. 택배기사에게 연락해 위탁 장소가 아닌 곳에 배송하면 어떻게 하냐고 항의했지만 “원래 그 곳에 배송한다”는 황당한 답뿐이었다. 박 씨는 “여러 세대가 거주하는 복도식 아파트라 1층 우편함에서 택배 도난 사건이 빈번히 일어난다. 임의로 배송할 거면 위탁 장소 지정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황당해했다.
 

# 경기 광주시에 사는 이 모(여)씨도 ‘문 앞 배송’을 요청했으나 다른 곳에 배송됐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지난 12월 초 온라인 쇼핑몰에서 3만 원짜리 의류를 구매했다. 주문 시 배송 요청사항에 ‘문 앞 배송’을 요청했기에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고. 하지만 이틀 후 확인해보니 1층 우편함에 배송된 데다 택배봉투 또한 전부 젖은 상태였다. 택배기사에게 항의하니 책임이 없다며 회피할 뿐이었다. 대리점에도 항의했으나 앞으로 다른 기사님을 보내겠다면서도 사과 한마디 없었다. 이 씨는 “건물 내 택배 분실이 많기 때문에 문 앞 배송을 요청하는 건데 지켜지지 않고 있다. 만약 분실되면 책임은 누가 지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 경기 화성시에 사는 황 모(남)씨 또한 온라인몰서 주문한 상품이 지정한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 배송됐다며 황당해했다. 황 씨는 지난 11월 7일 온라인몰에서 7만 원짜리 자동차 배터리를 주문했다. 이틀 후 금일 배송된다는 내용과 함께 위탁 장소를 지정해달라는 안내 메시지가 왔고, ‘문 앞’으로 배송 요청했지만 경비실에 배송됐다고. 이전에도 이런 경우가 여러 번 있어 택배기사에게 항의하니 “문 앞까지 가기 힘드니 경비실에 놓겠다”고 했다. 황 씨는 “기사님이 힘든 건 이해하지만 이럴 거면 위탁 장소를 왜 지정해놓는지 모르겠다. 코로나 때문에 직접 배송이 어려우니 문 앞에 배송해달라는 건데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라며 억울해했다.

# 경북 경주시에 사는 임 모(남)씨는 지난 10월 중순 온라인몰에서 생필품을 5만 원가량에 주문했다. 이틀 후 배송 안내 메시지와 함께 미수령 시 위탁장소를 기재하라고 해 자신의 집 앞인 '2층 문 앞'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도착하지 않아 확인해 보니 1층 계단에 덩그러니 두고 간 상태였다고. 담당 택배기사에 항의했으나 "몇 년째 이렇게 배송하고 있다"는 대답뿐이었다. 택배사 대리점에 연락해보니 택배기사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없을 거라 했지만 그 후에도 계단에 놓고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임 씨는 "주택이라 계단에 두고 가면 분실 우려에다 비를 맞을 수도 있다. 원룸 고층도 문 앞까지 배송해주는데 주택이라 배송을 안 해주는 건지 뭔지 모르겠다"며 억울해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택배업계가 배송 시 위탁 장소를 지정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다른 장소에 배송되는 경우가 다발해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택배, 우체국택배 등의 택배사들은 배송 전 안내 메시지를 통해 직접 수령이 어려운 경우 위탁 장소를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가급적 비대면 배송을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위탁 장소는 ‘현관·문 앞’, ‘경비실’, ‘우편함’ 등이다.
 

▲택배사들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인해 비대면 배송을 권고한다며 위탁 배송 장소를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택배사들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인해 비대면 배송을 권고한다며 위탁 배송 장소를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위탁 장소를 지정했어도 다른 곳으로 오배송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다른 곳에 배송될 경우 분실 위험도 커질 뿐 아니라 파손 우려도 있다.

이미 위탁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 배송됐지만 아직 배송되지 않은 줄 알고 기다리게 되는 일도 허다하다.

택배사들은 위탁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 배송됐을 경우 고객센터에 연락하면 시정조치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일일이 연락해 해결받기도 힘든 상황이다. 

택배사들은 임의 배송된 상품이 분실·파손됐을 때는 귀책사유 등을 따져서 약관에 따라 배상을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택배사별 배송물품 기준에 따라 다르면서도 최대 50만 원까지 배상된다.

위탁 장소가 아닌 곳에 배송됐다가 분실된 경우 증빙이 어렵기 때문에 고객이 택배사 고객센터에 연락하면 배송 건마다 확인을 거친 후 배상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상품이 파손됐을 경우엔 사진 등으로 증빙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상품의 도난이 의심되는 경우 경찰서에 신고해서 해결할 수 있겠지만, 위탁장소 배송 여부를 확인하는 단계이므로 택배사에서 택배기사 등에게 자체적으로 확인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객에게 왜 그렇게 배송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안내 후 고객이 불만을 제기할 경우 원래 고객이 배송 요청한 장소로 재배송하기로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 요청 장소가 아닌 곳에 배송 완료했을 경우 사고 접수 기한 이내 접수 건에 한해 '임의 배송'으로 판단해 사고 처리한다"고 밝혔다.

택배 표준약관 개정안에 따르면 고객 요청 시 고객과 ‘합의’된 장소에 택배를 보관하게 할 수 있고, 이 경우 고객에게 인도가 완료된 것으로 간주한다.

또한 사업자는 운송물의 수탁, 인도, 보관 및 운송에 대한 주의를 태만히 하지 않았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운송물의 멸실, 훼손 등에 대한 손해를 고객에게 배상해야 한다.

전부 분실됐을 때는 고객이 운송장에 기재한 운송물 가액 기준으로 산정한 손해액 또는 고객이 입증한 운송물의 손해액을 배상해야 한다. 운송물 가액을 기재하지 않았을 경우 손해배상한도액은 50만 원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황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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