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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점포 사전영향평가 도입 첫 해 성적은? 점포 통·폐합 되레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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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점포 사전영향평가 도입 첫 해 성적은? 점포 통·폐합 되레 가속화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2.04.07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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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지난해 3월 은행 점포의 무분별한 통·폐합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한 '사전영향평가' 제도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전영향평가 제도 도입 이후 은행 점포 통·폐합이 되려 가속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선에서 점포 통·폐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 은행 점포 순감소 304곳→311곳... 사전영향평가 도입 후 더 늘어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 점포(영업점·출장소 포함)수는 6405곳으로 전년 대비 311곳 감소했다. 이는 전년도 감소분(304곳)보다 소폭 늘어난 수치다.

전국적으로 점포망을 보유한 4대 시중은행으로 범위를 좁혀도 점포 순감소분은 같은 기간 222곳에서 224곳으로 더 늘었다.
 

▲ 지난해 3월부터 은행 점포 통·폐합시 사전영향평가 의무화를 비롯해 점포 통·폐합 허들이 강화됐지만 오히려 직전년도 대비 점포 순감소폭은 더 커졌다.
▲ 지난해 3월부터 은행 점포 통·폐합시 사전영향평가 의무화를 비롯해 점포 통·폐합 허들이 강화됐지만 오히려 직전년도 대비 점포 순감소폭은 더 커졌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지난해 점포가 75곳 순감소하면서 가장 많이 줄었고 KB국민은행이 58곳,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53곳과 38곳 순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증가율이 각각 -6.8%와 -6.9%로 비슷했다. 다만 은행별로 지역 편차를 보였다. 

KB국민은행은 수도권 점포가 647곳에서 622곳으로 전년 대비 3.9% 감소하는데 그쳤지만 비수도권 지역은 같은 기간 325곳에서 292곳으로 10.2% 줄었다. 비수도권에서 더 많은 점포가 줄어든 것이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지점은 288곳에서 246곳으로 1년 새 42곳(-14.6%)이나 줄었지만 반대로 출장소는 37곳에서 46곳으로 9곳 늘었다. 줄어든 지점 감소분 중 일부가 출장소로 전환된 셈이다. 
 

▲ 지난해 국민은행은 비수도권 지역 점포 순감소율이 10.2%를 기록했다. 특히 지점 기준으로 비수도권 지역에서의 순감소율은 14%를 상회했다.
▲ 지난해 국민은행은 비수도권 지역 점포 순감소율이 10.2%를 기록했다. 특히 지점 기준으로 비수도권 지역에서의 순감소율은 14%를 상회했다.

지난해 점포 순감소분이 가장 많았던 신한은행은 수도권 지역 점포가 601곳에서 546곳으로 9.2% 감소했고 비수도권 지역은 258곳에서 238곳으로 7.8% 줄어 수도권 점포가 더 많이 줄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수도권 지역 점포가 더 많이 감소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3월  관련 규정을 개정해 ▲점포 폐쇄전 사전영향평가 수행 ▲점포 운영현황 공시 확대 ▲은행 지역재투자 평가시 점포감소에 대한 불이익 부여 등을 제시했다. 점포 폐쇄는 은행권 자율규제이다보니 법적으로 규제할 수 없어 간접적인 방식으로 통·폐합 속도를 늦추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도입 첫 해인 지난해 은행권 점포 통·폐합 속도는 더 빨라지면서 제도들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 자율규제로서 은행들의 점포 통·폐합을 법적으로 규제할 권한이 금융당국에게 없다"면서 "은행별 사전영향평가 기준과 결과를 공유받고 있고 각 은행들의 상황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 은행권 "사전영향평가 있어 그나마 이 정도"... 점포 통·폐합 가속화 불가피

사전영향평가 도입 후에도 통·폐합되는 은행 점포들이 늘고 있지만 그나마 금융당국 가이드라인 덕분에 증가 속도가  늦춰지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현재 은행권은 디지털 금융 강화 기조로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오프라인 점포 정리에 한창이다. 임차비용과 인건비 등 고정 비용이 지출되는 상황에서 수요가 줄어든 오프라인 점포를 유지할 만한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점포가 줄어드는 속도를 늦추는데는 일시적 효과가 있더라도 결과적으로 점포 통·폐합이라는 대세는 막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은행권의 공통된 의견이다. 
 

▲ 지방은행들도 지난해 사전영향평가 도입에도 불구하고 점포 감소폭이 직전년도 대비 더 커졌다.
▲ 지방은행들도 지난해 사전영향평가 도입에도 불구하고 점포 감소폭이 직전년도 대비 더 커졌다.

특히 수도권 지역에 비해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비수도권 지역의 점포망 축소가 더 구체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비수도권 지역은 시중은행 뿐만 아니라 주 영업지역인 지방은행들도 점포를 줄이는 추세다. 

부산·울산·경상지역을 주 영업권으로 하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지난해 각각 점포 20곳과 14곳이 순감소했고 대구·경상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대구은행도 12곳 순감소했다. 모두 전년 대비 점포 감소폭이 더 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프라인 수요가 줄어 점포 통·폐합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속도를 늦추기 위한 완충 역할을 위해 사전영향평가를 당국에서 내세운 셈"이라면서 "점포 통·폐합이 대세인 상황에서 제도 도입으로 폐쇄되는 점포가 줄어들지는 모르겠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비수도권은 과거 시가지 역할을 하던 지역 중심으로 점포가 주로 형성됐는데 현재 대부분이 구도심으로 전락해 경제활동이 줄고 있다"면서 "점포 통·폐합 유인이 더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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