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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차 노조의 미래차 공장 신설 요구가 우려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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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차 노조의 미래차 공장 신설 요구가 우려되는 까닭
  • 박인철 기자 club1007@csnews.co.kr
  • 승인 2022.05.06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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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했던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는 요구조건 관철을 위해 시한을 정하지 않고 강경 투쟁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하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해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루면서 노조 입장에서는 그동안 충분히 양보를 했으니 이제 받아야 할 것은 받아내야겠다는 생각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가 내건 협상 조건을 두고 여론이 곱지 않다. 대표적으로 정년 연장 요구는 50대 조합원들에게만 유리하다는 점에서 일자리창출과 처우개선을 기대하는 젊은 세대의 비난을 사고 있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미래차산업 공장의 국내 신설과 전기차 모듈라인 국내 유치라는 조건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전기차로 대표되는 미래차 생산라인을 확충해달라는 요구는 명분이 있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과 그동안 현대차 노조의 행태를 감안하면 노조가 이기주의를 앞세워 글로벌 생산거점 전략에 딴죽을 거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현대차는 글로벌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이 크게 오르며 안정적인 물량 공급을 위해 현지 생산 공장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지난 1분기 글로벌 시장에 전기차 아이오닉5와 GV60을 2만4603대 판매했다. 국내 8790대, 해외 1만5813대로 해외가 약 2배 가까이 많다. 아이오닉5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품성을 인정받아 해외 각종 상을 휩쓸고 있고 GV60 유럽 출시가 본격화되는 3분기부터는 판매량이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내 생산라인은 이 같은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노조가 그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현재 아이오닉5는 울산1공장에서, GV60은 울산2공장에서 ‘혼류 생산(1개 라인에서 여러 차종 생산)’ 중이다. 두 공장 모두 연간 20만~30만 대 정도의 생산 능력을 갖췄지만 반도체 수급난과 노사 합의 문제로 이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아이오닉5 생산에 투입할 인원수 합의 문제로 국내 공장 생산 일정이 지연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 그 결과 지난해 미국, 인도, 터키, 체코, 러시아, 브라질 등 해외 공장 생산 실적이 2020년 대비 최소 6.9%에서 많게는 24.3% 증가한 데 비해 국내 공장 생산 실적은 0.1% 증가에 그쳤다.

지금 있는 생산라인도 온전히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래차 공장을 더 지어달라는 것은 과도한 요구로 여겨진다. 생산거점 전략은 현지 시장의 성장성과 생산라인의 경제성을 따져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사안이지, 노조원들의 이익을 위해 추진할 문제는 결코 아니다.

게다가 최근 전세계적으로 자국생산 우선주의 현상이 심화되면서 현지 정부의 정책에 따라 해외생산라인을 우선적으로 확장할 수 밖에 없는 대외적 요인도 존재한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의 경우 2025년부터 생산물량의 75% 이상을 채워야 무관세 혜택을 부여한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미국시장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241%나 증가하는 등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현지 공장 증설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내연차시장에서 만년 약자였던 현대차가 해외 전기차시장을 선도하며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중대한 시기에, 노조의 이기주의가 도약의 장애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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